중국 현대미술계의 독보적 리더 갤러리 ShanghART Gallery
세계 현대미술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동안 화제의 중심에서 정점을 찍고 잠시 잠잠해진 것 같지만 신인 작가의 등장, 경매 시장의 판매 기록 등 여러 방면에서 여전히 활발히 이슈를 만들어낸다. 그 중심, 중국 현대미술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샹아트 갤러리다.
하이에 있는 샹아트 갤러리 내부
전 세계 미술 시장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킨 중국 현대미술의 중심지 베이징과 상하이. 그중에서도 상하이는 많은 미술 애호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도시 자체의 패셔너블하고 세련된 분위기도 상하이에 많은 갤러리가 들어서는 데 한몫했다. 현재 상하이에는 488개의 갤러리와 미술품 경매 회사가 있으며, 미술 시장 규모는 한화로 8900억 원에 달한다. 한국 미술 시장의 2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세계 현대미술 시장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왔으며, 그중에서도 중국은 오래전에 패권을 장악했다. 덩샤오핑이 진두지휘한 개혁 개방에 의해 서구의 문화와 예술, 패션 산업 등이 빠르게 중국에 전파됐고 중국 현대미술 시장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으로 그 열기가 옮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상하이는 여전히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여기에 2013년 9월 상하이 자유무역지구가 출범하면서 미술품 거래 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미술 시장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갤러리가 모여 있는 모간산루는 관세 면세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는 차차 면세 지역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중국 현대미술의 중심지인 상하이에서도 미술 애호가들이 주목하는 갤러리는 따로 있다. 상하이와 베이징, 싱가포르에 이르기까지 총 5개의 갤러리 공간을 보유한 샹아트 갤러리다.
1 상하이 서부에 있는 공용 창고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ShanghART Taopu
2 샹아트 갤러리의 싱가포르 지점인 ‘뉴 스페이스’
3 샹아트 갤러리 베이징 지점, 갤러리 스페이스
4 샹아트 갤러리 메인 스페이스
샹아트 갤러리는 1996년 스위스에서 온 오너 로렌츠 허블링이 설립했다. 상하이 푸단 대학에서 중국어와 중국 현대미술을 공부한 그는 상하이의 매력과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에게 반해 아예 갤러리까지 차리게 됐다. 로렌츠가 샹아트 갤러리를 오픈한 당시만 해도 중국의 굵직한 갤러리는 대부분 베이징에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현대미술 광풍이 불면서 상하이에도 많은 갤러리가 들어섰고, 샹아트 갤러리도 빠르게 성장했다. 2006년 로렌츠 허블링은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성공보다 큐레이터, 비평가, 갤러리스트, 비즈니스 피플 등 샹아트 갤러리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지원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전시를 뛰어넘는 창조를 추구하며 디스플레이를 넘어선 상호 커뮤니케이션과 예술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판매까지, 미술 시장에서 더 나은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지난 18년 동안 이룬 성공에 대해 오너 로렌츠 허블링이 밝힌 소감이다. “국제적 미술 시장에서 주목받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와 고유의 영역을 가지고 이상적인 모습을 유지하고자 하는 아티스트를 동시에 존중하며 그들의 영역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갤러리는 아티스트의 개인적이고 창의적인 면까지 지지해야 하니까요.”
샹아트 갤러리의 역사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뭐니뭐니 해도 2000년, 홍콩과 대만을 포함해 중국 최초로 아트 바젤에 참여한 것이다. 지금도 꾸준히 아트 바젤은 물론 FIAC 같은 국제적 아트 페어에 참여하면서 영향력을 쌓아가고 있다. 2005년에는 영국의 템스 앤 허드슨(Thames & Hudson) 출판사에서 발행한 <국제 아트 갤러리: 포스트 워에서 포스트 밀레니엄까지(International Art Galleries: Post-war to Post-millennium)>에 소개된 75개 갤러리 중 가장 영향력 있는 갤러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상하이의 미술 환경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상하이 포트만(Portman) 호텔 복도에서 첫 전시를 연 샹아트 갤러리는 그 후 중국 현대미술을 전 세계 현대미술 시장으로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중국 현대미술 시장에서 예술적, 경제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세계의 중심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함께 겪어왔다.
샹아트 갤러리 싱가포르 지점의 내부 전경
1996년 설립 이후 샹아트 갤러리가 주목한 분야는 중국 현대미술. 로렌츠 허블링은 위유한(Yu Youhan), 리샨(Li Shan), 딩이(Din Yi) 같은 상하이의 아티스트를 만나고 작업을 공유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모두 예술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탐험정신으로 무장하고 작업에 몰입하는 작가예요. 지치지 않는 열정도 공통점이죠.” 위유한은 정치적 팝(political pop) 작가로 유명하지만 마오쩌둥을 작품에 담기 시작한 것은 사실 몇 년이 되지 않는다. 같은 갤러리 소속 작가 딩이를 가르친 스승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다. 1980년대부터 추상미술의 세계로 접어들었으며, 1988년에 정치 팝아트라 불리는 작품을 그렸다가 2000년대에 다시 추상미술로 되돌아갔다. 특히 딩이는 중국 미술계에서 추상미술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부터 샹아트 갤러리와 함께 커왔다. 샹아트 갤러리의 첫 번째 전시도 딩이의 개인전이었다. 한번 관계를 맺은 아티스트와 신뢰를 쌓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온 것이 샹아트 갤러리의 성공 비결이다. 샹아트 갤러리는 동시대를 뛰어넘는, 순수한 예술적 본질을 추구하는 작가, 자기 작업에 진실된 믿음을 지닌 작가를 선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개인적인 삶과 커리어, 모두 더 나은 단계를 추구하는 작가를 원해요. 그들은 자신을 창의적인 세계로 이끌고, 중국 현대미술을 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중국 현대미술계의 수많은 주요 작가와 함께 오랜 시간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비결에 대한 로렌츠 허블링의 답이다.
1 샹아트 갤러리 오너 로렌츠 허블링
2 Zhang Ding, Buddha Jumps over the Wall, 2012
3 Xu Zhen – Produced by MadeIn Company, Eternity, 2014
4 Xu Zhen, 8848-1.86, 2005
현재 샹아트 갤러리에는 미국 미술품 가격 전문 사이트 아트프라이스닷컴에서 선정한 세계 동시대 미술가 Top 500 중 201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1년 동안 낙찰 총액 순위 4위이자 중국 작가 중 1위를 기록한 아티스트 쩡판즈(Zeng Fanzhi)를 필두로 미국 담배 카멜(Camel)에서 영감을 받은 선글라스 낀 낙타 아이콘을 패러디한 ‘Placebo’ 작품으로 유명해진 저우톄하이(Zhou Tiehai), 비주얼 아티스트 양푸둥(Yang Fudong) 외에도 장언리(Zhang Enli), 위유한, 쒜쑹(Xue Song) 등 중국 현대미술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가 대거 소속되어 있다. 상하이에만 500여 개의 갤러리가 몰려 있는데 샹아트 갤러리가 이처럼 탄탄한 성공 가도를 걷는 비결은 무엇일까? “소속 작가와 클라이언트에게 집중해서 소통하는 것이 샹아트 갤러리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물론 중국의 경제적 성장이 성공 요인 중 하나인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성공 요인은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이 창조한 놀라운 작품에 있습니다. 폭발하듯 쏟아져 나온 그들의 뛰어난 작품과 자국 미술 시장에 애정을 쏟았던 컬렉터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중국 현대미술이 세계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현대미술계는 유럽이나 해외 아티스트의 작품을 컬렉팅하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아티스트가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예술 시장 자체를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샹아트 갤러리를 믿고 찾아주는 컬렉터는 나이, 성별, 교육, 성장 배경, 컬렉팅을 해온 히스토리에 따라 취향도 천차만별입니다. 우리는 1940년생 작가부터 1980년생 젊은 작가까지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회화, 조각, 비디오, 설치 작품, 사진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죠.” 즉 샹아트 갤러리의 폭넓은 장르적 스펙트럼도 클라이언트의 만족도를 높이는 비결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미술계 종사자와 클라이언트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샹아트 갤러리는 비즈니스 영역 외에 중국 현대미술을 아끼는 이들과 함께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일반 관람객과 전문가를 위한 프로모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Day to Day’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상하이가 좋고, 상하이 아티스트의 작품 활동에 반해 여기까지 온 샹아트 갤러리가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1 중국을 대표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양푸동도 샹아트 갤러리 소속이다.
2 샹아트 갤러리 소속 아티스트 소순
3 추상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딩이는 샹아트 갤러리와 오랜 신뢰를 쌓아온 관계다.
2014년에도 상하이, 베이징, 싱가포르 샹아트 갤러리에서 연중 스케줄을 빼곡하게 채운 흥미로운 전시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양푸동과 류웨이지안(Liu Weijian)의 개인전, <5 PLUS>라는 이름으로 MadeIn Company(아티스트 쉬전이 차린 1인 아트 컴퍼니로 본인이 브랜드인 동시에 큐레이터 역할도 하고 있다)의 쉬전(Xu Zhen), 장딩(Zhang Ding), 량샤오지(Liang Shaoji) 등의 그룹전을 준비 중입니다. 특히 3월 22일부터 열리는 류웨이지안의 개인전을 기대해주세요. 1981년생인 작가는 다른 소속 작가들에 비해 어리지만 이미 수많은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친 기대주입니다.” 로렌츠 허블링이 밝힌 2014년 샹아트 갤러리의 전시 계획이다. 또한 샹아트 갤러리는 5월 아트 바젤 홍콩, 6월 아트 바젤을 포함해 뉴욕, 파리 등 전 세계 12개의 아트 페어에 참여할 예정이며 중국 현대미술과 관련 있는 여러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지속적으로 교류할 생각이다.
이처럼 한 갤러리가 세계 미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까지, 갤러리스트 한 명의 노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갤러리를 둘러싼 경제적, 정치적 상황과 시기, 아티스트와의 인연, 믿고 교감할 수 있는 컬렉터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상하이 아티스트가 좋다는 심플한 이유에서 출발한 샹아트 갤러리는 중국 현대미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대적 배경에서 함께 성장해왔다. 집요할 정도로 중국 현대미술 아티스트를 아끼고, 좋은 작품을 먼저 알아보고 해외에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노력을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급변하는 중국 현대미술 시장에서 우량주로 커온 샹아트 갤러리가 앞으로 어떤 신선한 기획과 전시로 세계 미술계를 놀라게 할지 주목해도 좋다. 또한 홍콩, 싱가포르 등에 앞다투어 진출한 유럽과 미국 갤러리 사이에서 아시아 대표 갤러리로서 얼마나 영향력을 키워갈지 그 미래가 자못 궁금해진다.
에디터 고현경
사진 제공 샹아트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