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아트 파워, 샤르자
1972년 걸프 지역 7개의 토후국이 모여 개국한 아랍에미리트에 두바이와 아부다비 말고는 도무지 익숙한 도시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샤르자(Sharjah)라는 도시를 기억해야 한다. 누가 뭐라 해도 샤르자는 명실공히 중동의 아트 허브다.
1 Thilo Frank, Infinite Rock, steel, aluminum, fabric, glass mirrors, wood, rope, light, swing, 13.4×9.1×6.5m, Commissioned by Sharjah Art Foundation, 2013 2 Laurent Grasso, The Wider the Vision, the Narrower the Statement, Neon, Installation View At Bait Al Serkal, Commissioned and produced by Sharjah Art Foundation, 2009 3 Sharjah Art Foundation’s Art Spaces, Sharjah Heritage Area 4 Al Ghaib, Aesthetics of the disappearance, 2011
금빛 석양이 유난히 인상깊었던 지난봄의 어느 이른 저녁, ‘샤르자의 심장(Heart of Sharjah)’이라 불리는 중동의 한 문화유적지를 거닐고 있었다. 어디선가 뿜어져나와 나의 몸을 순식간에 휘감은 증기구름은 공간적 감각을 앗아갔고, 순간 머리위 하늘을 타고 들려오는 이슬람 경전의 낭독소리와 함께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아라빅 커피의 카르다몸(cardamom) 잔향처럼 그윽한 매력으로 다가온 증기 구름의 실체는 바로 올해 샤르자 비엔날레(Sharjah Biennale)에 참여한 다카타니 시로(Shiro Takatani)의 설치 작품 ‘컴포지션(Composition)’이었다.
‘동방’, ‘떠오르는 태양’을 뜻하는 샤르자는 인구 100만을 육박하는 토후국으로, 술탄 빈 모하메드 알-카시미(HH Sheikh Dr. Sultan Bin Mohammed Al Qasimi)가 수장으로 있다. 석유와 가스 등의 천연자원을 근간으로 하는 산업 외에 샤르자가 주력하고 있는 새로운 분야는 바로 문화와 예술. 샤르자를 다스리는 알-카시미(Al-Qasimi) 집안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남다른 사랑은 아랍 세계에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알 카시미 수장의 직속기관으로 운영되는 미술관과 박물관만 해도 19개에 육박할 뿐 아니라 1998년엔 유네스코에서 샤르자를 아랍의 문화 수도(UNESCO cultural capital of the Arab World)로 명명하면서 문화 예술 도시로 더욱 굳건한 입지를 다지게 됐다.
1993년부터는 샤르자 비엔날레를 통해 동시대 현대미술에 대한 후원도 꾸준히 지속 해 오고 있다. 비엔날레 초창기에는 중동 및 아랍지역의 현대 미술을 집중적으로 조명했지만 2003년 후르 알-카시미(Hoor Al-Qasimi)가 비엔날레의 지휘봉을 잡은 후 현 팔레스타인 현대 미술관(The Palestinian Museum)의 관장인 잭 페르세키안(Jack Persekian)이 당시 비엔날레의 아트 디렉터의 역할을 하며 점차 국제 비엔날레로 방향을 맞추어 왔다. 2009년에는 ‘샤르자 파운데이션(Sharjah Foundation)’을 발족하면서 비엔날레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 전시들과 심포지엄들을 통하여 중동 현대미술의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샤르자 정부는 올해부터 ‘샤르자의 심장’으로 불리는 문화유산지구를 비엔날레 장소로 선뜻 내주며 샤르자 문화정책이 점차 현대미술에 포커스를 맞추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또한, 아랍권도 아니고 서구권도 아닌 일본인 큐레이터 ‘하세가와 유코(Yuko Hasegawa)’에게 올해의 비엔날레를 맡긴 것도 샤르자가 현재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듯 하다. 이는 샤르자의 국공립 발전 기구인 수르크(Shurooq-The Sharjah Investment and Development Authority)가 지난 2010년 비영리 현대 미술기관인 ‘마라야 아트 센터(Maraya Art Center)’를 개관하면서 더욱 극명해졌다.
1 마라야 아트 센터의 디렉터 쥐세페 모스카텔로 2 2010년 샤르자에 문을 연 비영리 미술기관 마라야 아트 센터의 외관
아랍에미리트와 걸프 지역의 젊은 아티스트를 후원하며 국제적 프로모션을 진행해온 마라야 아트 센터는 기획전시관, 아티스트 레지던시, 미디어 아트 아카이브 등을 구축해 오고 있다. 아트 파크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주민과 소통하며 실험적인 현대미술의 실현을 주요 과제로 삼은 마라야 아트 센터의 디렉터 쥐세페 모스카텔로(Giuseppe Moscatello)는 “마라야 아트 센터가 아랍 현대미술의 인큐베이터를 목표로 삼은 만큼 이곳에 국제 문화 교류의 장이 펼쳐지길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게스트 큐레이터 제도를 도입, 아랍의 문화적 배경을 지닌 동시에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큐레이터와의 협업을 통하여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각을 도입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 교류에 중점을 두고 인도네시아의 ‘조그자 아랍 비엔날레(Jogja Biennale)’, 뉴욕과 런던에서 개최하는 비디오 아트 페어 ‘무빙 이미지(Moving Image)’ 등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하여 작가 프로모션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노력들을 인정받은 듯 샤르자는 ‘2014년 이슬람 문화 수도’로 선정됐다. 이를 기념해 마라야 아트 센터와 샤르자 파운데이션에서는 이슬람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현대미술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트 두바이가 시작되는 내년 3월에 마라야 아트 센터에서는 개관 4주년 기념전과 심포지엄을, 샤르자 파운데이션에서는 기획 전시를 비롯한 토크 프로그램 등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마라야 아트센터의 지역화된 전략이다. 아랍의 모든 비즈니스가 휴지기에 들어가는 라마단 기간을 적극 활용해 전시 및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여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한다. 그 신호탄으로 올해 라마단이 시작된 지난 7월, 마라야 아트 센터에서는 게스트 큐레이터 사라 라자(Sara Raza)가 이슬람의 수학과 기하학을 바탕으로 기획한 <기하학적 발상의 시작(The Beginning of Thinking is Geometric)>전을 선보였다. 내년 라마단 기간에는 <컨템포러리 디자인>전을 통해 중동의 떠오르는 젊은 디자이너와 현대미술 작가들의 최첨단 컬래버레이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한다. 중동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는 샤르자 지역의 문화 예술 파워. 이제부터 아랍에미리트를 이야기할 때 샤르자를 빠뜨릴 수 없는 이유다.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글 구정원 JW Stella(JW STELLA Arts Collectives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