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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생각하는 기업

LIFESTYLE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친환경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는 기업의 행보를 조명한다.

1 테킬라의 재료인 용설란. 포드는 이것의 잔여물을 바이오 플라스틱 제조에 활용할 계획이다.
2 군용품을 재활용해 만든 글로베 호프의 가방.
3 보잉 747의 엔진 덮개로 만든 모토아트의 컨퍼런스 테이블.
4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재생에너지,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5 테슬라가 올해 발표한 태양광발전 패널 솔라 루프.
6 코카콜라가 2015년 밀라노 세계박람회에서 선보인 플랜트보틀은 100% 식물성 소재로 만들었다.

지난 6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 경제에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이유에서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와 월트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는 이 결정에 반발, 대통령 자문단을 떠났다. 지난 2015년 이 협약을 주도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래를 거부한 결정”이라며 강력히 비판했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트럼프의 행동으로 지구는 금성처럼 기온이 250℃로 올라가고 황산비가 내릴 수 있게 됐다”며 우려했다.
트럼프가 지탄받는 가장 큰 이유는 지구온난화가 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에 들어선 이래 인간은 화석연료를 소비하며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해왔다. 국제기후변화협의체(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2년간 지구의 평균온도는 0.89℃ 상승했는데, 이로 인해 우리는 해수면 상승과 기상 이변, 생태계 파괴라는 재앙에 직면했다. 인간의 과도한 소비 활동으로 인한 환경오염도 문제다. 일례로 태평양 한가운데엔 한반도 6배 크기의 쓰레기 섬이 존재하며, 앞으로도 계속 쌓일 예정이다. 달갑지 않지만 지구는 죽어가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생존 문제와도 직결된다.
다행인 건, 환경을 생각하는 움직임 또한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는 거다. 그중 우리가 주목할 것은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의 다채로운 활동이다. 버려지는 물건을 재활용하는 건 꽤 오래된 트렌드다. 대표적 기업을 몇 개 뽑자면, 핀란드의 글로베 호프(Globe Hope)는 디자이너 세이야 루칼라(Seija Lukkala)가 유행에 따라 쉽게 생산되고 버려지는 의류에 염증을 느껴 만든 패션 브랜드. 군복과 낙하산, 광고 현수막, 안전벨트 등을 재활용해 가방과 액세서리, 의류를 만든다. 그저 그런 재활용 기업이 소비자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과 달리, 멋진 디자인과 실용성을 겸비한 제품을 선보인다는 평이다.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모토아트(MotoArt)는 버려진 비행기로 가구를 만든다. 비행기 좌석은 물론 날개 프로펠러, 제트 스피너, 조명등까지 재활용한다. 가격이 상당하지만, 특별한 개성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영국의 문구 회사 리마커블(Remarkable)은 버려진 일회용 컵과 폐타이어, CD 케이스 등을 모아 필기구의 원료로 활용한다. 회사의 창립자이자 발명가인 에드워드 더글러스 밀러(Edward Douglas Miller)는 재원료화를 위해 직접 공장을 설립, 자체 공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흥미로운 건 이 과정에서 설비 역시 재활용품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친환경 비즈니스는 작은 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편견이 있지만, 세계적 기업도 이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기업 포드는 콩으로 만든 발포 고무를 개발해 2016년부터 북미 지역에서 생산하는 모든 자동차의 시트 소재로 적용하고 있다. 어떻게 가능하느냐고? 콩에서 기름을 채취, 화석연료로 만든 기존의 발포 고무를 대체하는 시트용 발포 고무를 만드는 것. 화석연료로 만드는 기존 소재를 대체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또 이들은 작년 7월부터 멕시코의 테킬라 회사 호세 쿠에르보(Jose Cuervo)와 협력, 테킬라를 만들고 남은 잔여물을 바이오 플라스틱 제조에 활용하는 방식을 연구 중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각종 자동차 부품으로 쓰이는데, 플라스틱의 원료인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일 뿐 아니라 경량화 효과로 자동차 연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세계 최대 음료 기업 코카콜라도 환경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화석연료로 만드는 페트병은 환경오염에 치명적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카콜라는 플랜트보틀(Plantbottle)을 내놓았다. 기존 페트병과 달리 30%가량을 식물성 소재로 대체, 탄소 배출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코카콜라에 따르면 2009년 플랜트보틀 출시 이후 연간 31만 5000메트릭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효과를 얻고 있다. 또 이들은 지난 2015년 밀라노 세계박람회에서 100% 식물성 소재 페트병을 공개했고, 수년 내에 이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한편, 환경을 위해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그중 선두주자는 글로벌 IT업체 구글. 지난 2010년 아이오와 풍력발전소에서 재생에너지를 처음 구입한 이들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올해, 이들은 데이터 센터를 비롯한 전 사업장을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일견 환경을 위해 굉장한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구글이 사용하는 풍력과 태양에너지의 가격은 2010년 이후 60%가량 급락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 비용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 에너지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구글 기술 인프라 부사장 우르스 횔츨(Urs Hölzle)은 “지구온난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전 지구적 사안”이라며 “구글의 과감한 에너지 정책은 환경과 사용자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 테슬라는 최근 사업을 다각화, 지구 전체의 에너지 혁명을 꿈꾼다. 사실 전기 자동차는 화석연료가 직접 필요하진 않지만, 전기 충전소가 화석연료에서 동력을 얻는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계획대로라면 이런 제약은 문제가 되지 않을 듯싶다. 이들은 2015년 높은 완성도와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파워월(Powerwall)과 파워팩(Powerpack)을 발표했고, 올해는 고풍스러운 외관이 돋보이는 태양광발전 패널 솔라 루프(Solar Roof)의 판매를 시작했다. 태양광발전 패널과 배터리, 전기 자동차를 합치면 멋진 일이 일어난다. 솔라 루프를 통해 생산한 태양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하고, 이것으로 전기 자동차를 충전해 이동할 수 있는 것. 이론적으로 생산→저장→수송 전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것이 전 지구적으로 실현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환경을 고려한 혁신적 방법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사실 이런 친환경 비즈니스에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이 이미 반환경적이며, 현대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의사 결정 기준은 여전히 가격과 성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지구와 인간은 동반자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도 새로운 소비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 상품의 겉모습뿐 아니라 기업의 운영 철학, 그것에 담긴 의미를 눈여겨봐야 할 때다.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