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재생에너지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다. 이것에 대한 투자와 개발 그리고 관심이 필요한 때다.

대표적 재생에너지로 꼽히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사를 쓰기로 했을 때 자연스레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SF 영화 <인터스텔라>가 떠올랐다. 재생에너지와 <인터스텔라>가 무슨 관계냐고? 이 영화는 ‘지구온난화’를 전제로 한다. 영화 속 2040년의 지구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었다. 옥수수 외에는 마땅히 먹을 게 없고, 모래폭풍이 시도 때도 없이 불어닥치는 상황. 인류의 마지막 희망은 단 하나, 사람이 살 수 있는 다른 행성을 찾는 거다.
영화에서 인류는 미지의 존재에게 도움을 받아 새 행성을 찾고 결국 해피엔드를 맞이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다. 현실에선 우리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지구온난화는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다. 최근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요인을 두고 이견이 있지만,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이것이 온실효과를 일으켜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게 정설이다.
그럼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정답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는 재생에너지가 꼽힌다. 재생에너지란 말 그대로 태양광, 풍력, 수력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해 쓰는 거다. 이는 석탄 등 화석연료처럼 고갈되지도 않는다. 또 화석연료보다 지구상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오염 물질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도 적어 환경 파괴가 덜하다. 이러한 장점 덕에 재생에너지는 오래전부터 화두였다. 여기엔 20세기 후반, 개발도상국의 화석연료 수요가 늘며 국제 가격이 상승한 것도 한몫했다. 현재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나름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란 사실. OECD가 내놓은 ‘녹색성장지표 2017’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에너지 사용 중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2015년 기준 고작 1.5%에 불과하다. 이는 조사 대상 46개국 중 거의 꼴찌에 해당한다. 조사 대상에는 OECD 35개 회원국은 물론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코스타리카 등 신흥 경제국도 포함된 것이라 변명의 여지도 없다. OECD 또한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역량이 있음에도 그 사용 비중이 놀라울 정도로 낮다”고 지적했다.
물론 한국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개발을 늘리고 있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 또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다. 작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걸 목표로 하는 ‘재생에너지3020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이 손쉽게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동시에 수용성과 환경성을 고려한 대규모 프로젝트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농촌진흥구역 내 규제 완화 등 재생에너지 사업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각종 제도도 손볼 예정. 이에 대해 환경단체 에너지정의행동의 이헌석 대표는 “20%라는 목표치는 이미 대부분의 OECD 국가가 달성한 것으로, 한국의 기술 수준을 봤을 때 이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며 “다만 추진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민간사업자와 지역 주민의 갈등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재생에너지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정부 기구를 갖추는 등 전방위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지구는 지구온난화로 모래폭풍이 시도 때도 없이 불어닥친다.

1 독일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2 아이슬란드는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이들은 지열을 주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한편 정부의 계획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다. 재생 에너지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본 나머지 그것의 한계와 부작용을 외면하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 환경오염 등 여러 제반 사항을 고려할 때,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 할 만한 재생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정도다. 하지만 실은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국토가 좁고 산지가 많아 대규모 태양광발전 설비가 들어설 공간이 부족 하기 때문이다. 또 바람도 간헐적이라 풍력발전의 효율이 떨어진다. 더불어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립 과정 에서환경 파괴가 일어나기도하는데, 작년 한 해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양광발전소 건립으로 축구장 75개 면적의 임야가 훼손된 것이 대표적 예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탈원전’과 궤를 같이하 는데, 원전 전문가들은 이것이 국내 원전 산업의 생태 계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원전 수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 원자력발전 기술의 자립에 성 공한 원전 강국인데, 신규 원전 건설이 없으면 어렵게 쌓아온 산업 경쟁력이 무너질 것이란 주장. 그렇다고 이를 넋 놓고 지켜만 봐야 할까? 아니, 적어도 우리보다 앞선 재생에너지 강국의 사례를 참고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이 방면에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1970년대 석유파동과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2000년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를 세계 최초로 도입, 재생에너지에 대한 활발한 투자와 개발을 이뤄냈다. 2011년에는 탄소 배출권의 거래 수익으로 친환경 기술 개발 기금을 마련하는 등의 법안을 담은 에너지 패키지(Energy Package)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결과 독일은 2014년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7% 감축했다. 이는 2012년 말까지 21% 감축하기로 한 ‘교토의정서’의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경제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지난 2013년 태양광과 풍력발전 분야 생산량의 65%가량을 수출했다.
아이슬란드는 재앙의 불씨를 희망의 불씨로 바꾼 케이스다. 마그마가 들끓는 자원 환경을 십분 활용했다. 이들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화석연료로 인한 대기오염 속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잇는 나라였지만, 1996년 선출된 올라뷔르 라그나르 그림손 대통령이 에너지 구조를 친환경적으로 바꿔놓았다. 수백 개의 화산과 온천에서 발생하는 지열을 이용해 재생에너지를 개발한 것이다. 2016년 기준으로 아이슬란드는 전체 에너지 중 85%를 수력과 지열 에너지를 통해 얻고 있다. 그중 지열 에너지 비중은 65%. 더 말할 것도 없이 아이슬란드는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두 나라의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우리는 독일처럼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시간과 여력이 충분하지 않고, 아이슬란드처럼 재생에너지로 활용할 만한 특수한 자연환경을 갖추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인 건, 날씨나 지형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높다는 사실. 자원이 모자란 우리가 믿을 건 역시 기술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재생에너지는 지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를 제대로 개발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는 어느 영화에서처럼 모래폭풍을 견디며 옥수수만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재생에너지 강국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