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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여, 그 강을 건너지 마오

ARTNOW

아마존과 북극이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고, 중국 내몽골은 연이어 마른기침을 내뱉는다. 복잡한 과학적 지표와 거대한 환경 담론을 끌어들여 구구절절 설명해야 한 환경 문제. 이제는 피부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시대다. 지구의 날을 맞아 심각하다기보다는 위트 있게 메시지를 전하는 아티스트의 활동을 소개한다.

삭막한 도시 공간 틈에 꽃을 심는 게릴라 가드닝

삭막한 도시 공간 틈에 꽃을 심는 게릴라 가드닝

애너 가포스와 앤디 골즈워시의 ‘The Big Bang’, ‘Grow’

애너 가포스와 앤디 골즈워시의 ‘The Big Bang’, ‘Grow’

매년 4월 22일은 전 세계적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지구의 날이다. 작게는 나무 심기나 강 깨끗이 하기부터 크게는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빌딩의 전력을 일정 시간 차단하는 소등 행사까지, 환경을 위한 행동을 보여주는 시간이 이어진다. 지구의 날은 1969년 캘리포니아 남부의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를 계기로 제정됐다. 심각한 해양 생태계 파괴는 자연의 일부분이 훼손되면 유기적으로 연결된 다른 요소까지 파괴된다는 생태학을 기반으로 20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곧이어 생태 박람회가 열리던 뉴욕 5번가의 자동차 통행을 전면 금지하고, 연방 의회 역시 하루 휴회하는 등 환경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는 실천적 행동이 이어져야 한다는 의식이 퍼지게 됐다. 환경보호청을 설립하고 수십 가지 환경 관계법이 통과되는 등 환경에 대한 기반이 자리 잡힌 것도 이때부터다. 그럼에도 40여 년이 지난 지금 지구는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신음하고 있다. 하루 동안 일상의 불편함을 인내하는 것만으로는 해소하기 힘든 지경이다. 이런 때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역시 예술의 힘이다. 톡톡 튀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불편해서 외면하고 싶은 환경 문제를 다시금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환경 문제가 대두된 1970년대, 뉴욕에 살고 있던 아티스트 리즈 크리스티(Liz Christy)는 집 근처 쓰레기 더미에서 토마토가 자라는 모습을 발견했다. 쓰레기와 토마토, 이질감이 느껴지는 그 둘은 삭막한 도시에서 발견한 그녀의 힐링 포인트였다. 그렇게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꽃씨와 흙, 퇴비를 섞어 만든 씨앗 뭉치(seed bomb)를 버려진 사유지나 비어 있는 길가 땅에 투척했다. 게릴라 가드닝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런 장난 같은 행동은 이내 도시의 분위기를 환기시킬 꽃을 피웠고, 그들은 좀 더 판을 키워 뉴욕 동북부 지역 쓰레기로 뒤덮여 있던 부지를 가든으로 꾸몄다. 사유지를 멋대로 사용한 것은 불법이지만, 많은 사람이 이들의 활동을 후원하면서 뉴욕 시에서 연간 1달러의 임대료를 받고 그 땅을 빌려주었다. 지금도 ‘리즈 크리스티 가든’으로 불리며 게릴라 가드너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곳이다.
뉴욕에서 시작된 게릴라 가드닝이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영국의 리처드 레이널즈(Richard Reynolds)가 웹사이트에 자신의 활동을 기록하면서부터다. 그는 밤새 아스팔트의 작은 틈이나 보도블록이 깨진 부분에 꽃을 심고, 그 현장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겼다. ‘게릴라’라는 이름과 달리 아름다운 꽃으로 도심을 정화한 그의 행동은 순식간에 45개 국가로 퍼져나갔다. 한국에서도 대학생들이 게릴라 가드너를 자처하며 거리의 정원사로 나섰고, 현재 공공기관에서 행사를 주최할 정도로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게릴라 가드닝은 또 다른 아티스트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그라피티 작업을 하는 영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애너 가포스(Anna Garforth)와 앤디 골즈워시(Andy Goldsworthy)다. 게릴라 가드닝에서 영감을 얻은 이들은 황폐한 땅이 아닌 벽을 캔버스로 활용해 페인트나 스프레이 래커 대신 이끼나 나뭇잎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끼를 재배하는 모습을 본 뒤, 이끼 안료(물과 이끼, 버터밀크를 믹스해 젤처럼 만든 것)를 브러시에 묻혀 그라피티(moss graffiti)를 시도했다. 현재는 이끼뿐 아니라 나뭇잎이나 재활용 종이, 폐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활동하고 있다.

넬레 아제베두 ‘Minimum Monument’ 프로젝트의 얼음 인간 오브제

대형 폐건물에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블루의 작품

잿빛 도심에 그린을 더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지극히 평화로워 보이는 활동이 있는가 하면, 날카로운 메시지로 환경 문제를 되새기게 하는 아티스트도 있다. 벽화를 통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국의 뱅크시(Banksy)와 이탈리아의 그라피티 아티스트 블루(BLU)의 활동이 그렇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뱅크시는 평화·인권·환경오염에 관한 메시지를 유희적으로 전달하는데, 벽화가 아닌 오브제를 활용하기도 한다. 어느 날 영국 브리튼의 평화로운 부둣가에 놓인 어린이를 위한 돌고래 놀이기구가 뭔가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놀이기구 아래 시꺼먼 진액이 흐르고, 노란색 대형 드럼통이 돌고래와 진액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거대한 그물이 뒤엉켜 감싸고 있었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와 대형 선박의 기름 유출로 오염되어가는 해양 환경을 꼬집은 뱅크시의 작품이다. 매년 150만 마리의 해양 동물이 멸종되어가는 상황을 위트와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특유의 방법으로 전달한 것. 이탈리아의 블루는 이보다 조금 과격한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 전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블루는 대형 폐건물을 찾아 압도적인 크기의 그림을 그려낸다. 그의 메시지는 기괴하지만 뱅크시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보는 이를 자극한다. 공장의 굴뚝을 사람 형상으로 만들어 입에서 연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거나, 아름다운 공원 모습을 형상화한 케이크를 자르니 그 안이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거나 하는 식이다.
한편 2001년부터 상파울루, 도쿄, 파리, 베를린, 영국 등 세계 도시를 돌며 ‘Minimum Monumen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넬레 아제베두(Nel Azevedo)는 환경오염, 그중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녀는 사람 모양의 주물을 사용해 약 20cm 크기의 얼음 인간 1000여 개를 만든다. 그리고 이 연약한 얼음 인간을 도시의 광장에 전시한다. 햇빛에 녹아 서서히 형태가 사라지는 얼음 인간을 통해 지구온난화 문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얼음 인간은 제각각 시간을 버텨내며 자리를 지키려 하지만 곧이어 모두 사라지고 만다. 이들과 우리가 다를 것이 있을까?

에디터 홍유리 (yurih@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