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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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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같이 이글거리는 불길, 지상 3000m 높이에서의 아찔함, 부러진 뼈가 또 부러질 때의 낙장불입, 극악한 범죄자를 눈앞에서 맞닥뜨렸을 때의 쾌감. 이 모든 걸 일상에서 겪는 무시무시한 남자들.

서울 중부소방서   장인덕 대장

“생명을 향해 불 속으로”
20여 년 전, 장인덕 대장은 제1공수특전여단에서 군인으로 재직했다. 그러다 우연히 1994년 성수대교 붕괴의 참담한 현장을 지켜보게 됐고, 극한의 상황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는 소방대원들의 모습에 감동해 소방관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의 생각만큼 소방관은 멋진 일만 하는 이들이 아니었다. 현실에서 그들은 ‘이름만 부르면 달려오는 영웅’과 비슷했지만, 그가 실제로 경험한 재난 현장은 늘 전쟁터에 가까웠다. 몸에 걸치는 장비 무게만 25kg,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사고는 발생했다. 추락과 골절은 밥 먹는 것만큼 비일비재했고, 심지어 화재로 약해진 건물이 동료를 무섭게 집어삼키는 광경도 여러 번 목격했다. 이들이 감내해야 할 몸과 마음의 상처는 언제나 상상 그 이상. 그럼에도 그가 오늘도 재난 현장에 출동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소방관이란 직업에 불보다 뜨거운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 영어로 소방관을 파이어파이터(firefighter)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불과 싸우는 사람이다. 그는 오늘도 서울 중구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사고 현장에 출동해 재난과 싸운다. 강한 남자란 그를 두고 하는 말이 틀림없다.

리액션스턴트팀   스턴트맨 이태영

“몸이 부서지는 고통도 때론 쾌감”
스턴트맨 이태영은 지난 10년간 90여 편의 국내 액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영화 <회사원>에선 배우 소지섭의 대역을 맡았고, <완득이>에선 유아인의 상대역, 드라마 <각시탈>에선 배우 주원의 대역을 맡는 등 고난도 액션을 선보였다. 물론 출연작이 많은 만큼 부상도 잦았다. 10년의 활동 기간 중 대략 2년간은 꼼짝없이 병원에만 누워 있었다. 목뼈가 어긋나고, 십자인대가 파열되고, 쇄골뼈가 부러지고, 무릎이 반대로 접힌 고통 등이 잇따랐다. 심지어 한 촬영에선 목뼈가 어긋난 상태로 액션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는데, 움직일 때마다 뼈 소리가 나는 진귀한 고통까지 경험했다. 그럼에도 그는 오늘도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촬영 현장으로 향한다. 국내 액션 영화가 세계 일류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그리고 어려운 장면을 해냈을 때의 쾌감과 희열을 결코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하루 8시간씩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다는 그는 액션 배우로 그리고 스턴트맨으로 사는 게 행복하다고 말한다. 앞으로 실감 나는 액션 신이 있는 영화를 본 후엔 꼭 엔딩 크레딧에서 이 남자의 이름을 찾아보자.

서울 용산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   이대우 경감

“범죄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2014년의 어느 날, 한 남자가 서울 압구정역 근처 제과점에 들어와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소리쳤다. 이마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구급대가 도착해 응급처치를 하려 하자 갑자기 주방으로 들어가 칼을 들고 나오더니 매장의 한 손님을 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이후 경찰이 도착했고, 그는 자기 목에 칼을 대며 죽여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이대우 경감은 당황하지 않았다. 신경 불안 증세를 보이는 인질범에게 담배를 권했고, 4년간 끊은 담배를 입에 물고 인질범과 차분히 이야기를 나눴다. 3시간가량 이어진 인질극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대우 경감은 경찰 사이에선 이미 스타나 다름없다. 16년 전 ‘범죄사냥꾼’이란 인터넷 카페를 개설, 결정적 제보를 통해 수십 건의 강력 사건을 해결한 주인공이다. 그는 25년간 형사로 지내며 단 한 번도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다. 도시의 사선 중에서도 최전선에 서 있고, 강력 범죄가 일어난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최근 그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계에서 서울 용산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으로 근무처를 옮겼다. 이제 사이버 세상의 강력 범죄도 그의 손아귀에 있다.

서울 스카이다이빙학교   강신훈 교관

“하늘을 휘어잡는 위엄”
강신훈 교관은 원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로 발령을 받아 우연한 기회에 스카이다이빙에 빠졌고, 이내 회사까지 그만두었다. 3000m 상공에 오르면 지상에서 보이지 않는 별별 신기한 것이 다 보였다. 같은 동선을 나는 새들이 보였고, 이따금 무섭게 나는 비행기를 목격하기도 했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했다. 지상에 착지할 때 발목과 골반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것. 오랫동안 병원에 누워 있어야 할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물론 마음의 병도 생겼다. 하늘에 대한 두려움이 싹튼 것. 하지만 그렇게 주저앉을 그가 아니었다. 그는 두려움을 이기고자 되레 낙하산을 잡았다. 이전보다 맹렬히 훈련했고, 낙하 곡예는 물론 호수에 미끄러지며 착지하기, 1평 남짓한 공간에 정확히 착지하기 등 온갖 기술을 연마했다. 대한민국 스카이다이빙 국가 대표 선수팀 ‘탑팀(Top-Team)’에 들어가게 된 것은 바로 그때(2012년)다. 스카이다이버 경력 14년, 현재 그는 서울스카이다이빙학교의 코치 교육과 더불어 공군정보부대, 해병수색대대 등 특수부대 고공 기술 전수에 심혈을 기울인다. 말하자면 강하다고 소문난 남자들도 모두 그에게 기술을 전수받는 것. 더 높이, 더 빨리, 더 정확하게,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박건(프리랜서)
사진 박용빈 헤어 조영재 메이크업 강석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