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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스타일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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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익스(Drake’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이클 힐(Michael Hill)은 스쳐가는 유행이 아닌 남자의 고유한 스타일을 논한다. 이게 바로 신선한 클래식에 목마른 남자가 드레익스를 새로운 길라잡이로서 믿고 따라도 좋은 이유다.

이번 시즌 드레익스의 건 클럽 체크 재킷과 코듀로이 팬츠를 매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이클 힐.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이클 힐의 지휘 아래 타이와 스카프, 포켓스퀘어만 생산하던 드레익스가 본격적으로 남성 패션 시장에 뛰어든 지 3시즌째다. 일반적 영국 브랜드가 딱딱하고 고전적인 이미지인 데 반해 드레익스는 클래식에 가볍고 신선한 느낌을 불어넣는다. 이런 드레익스의 위트야말로 남성의 칙칙한 옷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브랜드로 선택될 수 있는 차별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10월의 어느 날, 드레익스 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마이클 힐을 만났다. 잠시 서울 시내를 둘러본 후 여타 아시아 마켓과는 다른 에너지에 경도된 그의 눈빛에는 서울에서 펼칠 드레익스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2004년 입사한 이래 13년간 드레익스에 몸담았다. 타이 브랜드에서 남성 토털 브랜드로 성장한 격변의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그간의 변화에 대한 당신의 소회가 궁금하다. 그간 드레익스는 성장 이상의 ‘진화’를 거듭했다. 입사 후 창업자 마이클 드레이크의 곁에서 제품 개발부터 디자인, 원단 생산 등과 관련한 일에 대부분 참여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세일즈 업무는 물론이고. 이처럼 드레익스의 과거와 현재에 내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남성 토털 브랜드로서 발전적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본격적인 남성 토털 브랜드로의 변화는 단시간에 이뤄졌다기보다 꽤 오랜 시간 계획을 통해 완성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땠나? 외부에서 드레익스의 변화를 감지했다는 건 꽤 기분 좋은 반응이다. 하지만 회사를 인수한 후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기존 브랜드 정책의 많은 부분을 유지하고자 했다.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은 물론 오랜 시간 브랜드를 믿고 사랑해준 고객의 신의를 잃지 않는 것이 철칙이었으니까. 사실 변화라기보다는 어떤 것을 더했다고 보는 편이 더 가깝다. 브랜드 경영과 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살려 숍을 오픈하고,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선보이는 등 브랜드를 확장해온 과정을 돌아보면 이해하기 쉬울 거다. 현재의 모든 것은 억지로 계획한 것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즐기는 과정에서 도모한 일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타이, 포켓스퀘어, 머플러 등 라벨을 보지 않고도 드레익스 제품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는 물건이 있다. 이런 제품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드레익스의 제품을 드레익스답게 보이게 하는 것의 기본은 품질이다. 좋은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대개 그렇듯 원단을 고를 때 단가를 낮추는 것보다는 더 나은 품질에 집중한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만의 스타일을 더한다. 다소 추상적일 수 있으나 ‘편안한 느낌의 새로운 잉글리시!’라는 표현으로 대신하겠다. 일반적으로 영국 브랜드가 딱딱하고 고전적인 이미지인데 반해 드레익스는 좀 더 가볍고 캐주얼한 느낌을 주고자 한다. 이런 신선하고 위트 있는 스타일이야말로 드레익스가 남성들에게 선택될 수 있는 차별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1 매일의 클래식 에센셜 아이템을 테마로 한 이지데이 컬렉션.   2 감각적인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드레익스 메인 컬렉션.

많은 남성 패션 브랜드가 존재한다. 드레익스는 어떤 브랜드와 비슷한 방향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을까? 흥미로운 질문이다. 옷과 남성 패션에 늘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한다. 드레익스의 셔츠나 타이 스타일과는 다르지만, 샤르베는 그만의 스타일과 자체 제작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토털 브랜드로서 추구하는 방향은 에르메스와 브루넬로 쿠치넬리처럼 고유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며 성장해나가고 싶다.

드레익스는 클래식 브랜드로 볼 수 있을까? 그렇다 또는 그렇지 않다고도 말할 수 있다.(웃음) 넓은 범위에선 클래식하지만, 우리는 신선한 브랜드를 원한다. 클래식은 오랜 시간 가치를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지루하거나 올드해 보일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드레익스는 입는 이가 다이내믹하고 흥미로운 스타일을 즐길 수 있도록 클래식에 재미를 더하는 브랜드다. 오랫동안 입고 즐길 수 있는 동시에 남자가 20년 후에도 지속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한다.

최근 클래식 슈트 브랜드조차 재킷과 팬츠의 길이가 짧고 슬림해지는 등 점차 트렌디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쉽게 변하는 유행은 남성의 옷차림에 그다지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남성복은 패션보다는 스타일에 관한 문제다. 그렇기에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은 갖지 않는다. 샴브레이, 옥스퍼드 같은 원단은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소재로 그만의 멋과 전통을 지녔다. 이런 소재를 요즘 소비자가 지루하게 느끼지 않을 정도로 신선함을 더하는 약간의 변화, 그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뉴욕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각 도시별로 어떤 피드백을 받고 있나? 도시마다 특별히 사랑받는 아이템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홀세일을 하며 이미 알고 있던 도시지만, 부티크를 오픈하면서 찾아오는 손님의 반응이 달라 흥미롭게 느끼고 있다. 다양한 재킷과 셔츠에 매치할 수 있는 니트 베스트, 버튼다운 셔츠는 전 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본에선 특히 50온스 솔리드 타이가 인기 있다. 솔리드 네이비 타이는 무조건 드레익스에서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을 정도다.

타이만큼이나 드레익스의 상징적 아이템으로 거듭난 버튼다운 셔츠 역시 궁금하다. 창업자 마이클 드레이크는 브룩스 브라더스의 버튼다운 셔츠에 드레익스 타이를 매치하곤 했다. 우리는 거기서 영감을 얻어 오리지널 옥스퍼드 원단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셔츠를 완성했다. 칼라의 심지 부분은 좀 더 부드러운 것을 택하고, 칼라의 끝을 보다 길고 뾰족하게 만들어 새로운 인상을 부여했다. 버튼다운 셔츠지만 칼라의 단추를 풀었을 때 그 미세한 각도 역시 중시했는데, 드레익스의 셔츠는 넥밴드에서 칼라로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좋은 품질의 원단을 사용해 자사 공장에서 만든 영국산 셔츠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 아닐까 싶다.

최근 새롭게 출시한 이지데이 컬렉션을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고 들었다. 직관적인 네이밍이 재미있다. 어떤 아이템을 만날 수 있나? 간혹 일본에 출장을 가는데, 상점이나 거리에서 문법적으로 맞지 않지만 재미있는 영어 단어의 조합을 발견하곤 했다. 그게 무척 재미있게 느껴졌는데, 이번 이지데이 컬렉션의 네이밍에 많은 영향을 줬다. 이지데이 컬렉션은 매일의 클래식을 위한 룩으로 채웠다. 정신없는 아침 출근길, 자고 일어나 바로 집어 입어도 어울릴 만한 에센셜 아이템의 조합이다. 메인 컬렉션에 비해 가격적으로 접근하기 좋은 것도 강점이다.

저널리스트,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사람과 협업하고 있다. 인물 선정은 어떻게 하나? 드레익스와 협업한 이들은 대부분 함께 차나 맥주를 마시면서 어울리는 나와 직원들의 친구다. 이런 자연스러운 관계와 일상적 만남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재미있는 생각이 모여 협업이 탄생한다.

혹자는 드레익스를 불황 속에서도 자기만의 필드를 쌓아가고 있는 브랜드로 평가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그리고 드레익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2009년은 전 세계적으로 타이 판매율이 저조했고, 상당히 비관적인 시장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그때 드레익스는 큰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한 것 같다. 불황을 이겨내지 못하는 브랜드는 다만 그 위기를 다룰 힘이 없을 뿐이라는 냉철한 사업가적 마인드 때문인지, 나는 드레익스가 좋은 물건을 선보인다면 타이가 필요한 사람은 우리 제품을 택할 거란 믿음이 있었다. 그 당시 본격적으로 런던에 드레익스 매장을 냈고, 타이를 더 잘 보여주기 위해 셔츠 같은 아이템을 함께 선보였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공격적이고 실험적인 결정을 토대로 2009년 이후 드레익스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여전히 타이 시장은 좁아지고 있지만, 타이를 사는 사람은 드레익스를 택하고 있다. 이러한 믿음을 토대로 향후 10년간 드레익스는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에디터 정유민(ymjeong@noblesse.com)
사진 장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