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해
여행의 대중화가 야기한 부작용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관광지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부산을 비롯한 곳곳에서 열렸다.

1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한 이인미 작가의 ‘북항 3부두 #04’(2012년).
2 부산의 옛 모습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최민식 작가의 ‘부산’(1993년).
3 제주비엔날레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을 모은 알뜨르비행장 전경.
관광산업은 현재 호황이다. 전 세계 소비의 약 11%가 관광산업을 통해 이뤄지면서 세계경제를 이끄는 동력이 되었다. 소셜 네트워크에 수시로 업로드되는 여행 인증샷, 쏟아져 나오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 여행의 대중화를 이끌기도 했다. 이처럼 여행이 주요 사회현상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꼽히는 부산에서 여행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렸다. 지난 2월 18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기획전〈site-seeing: 여행자〉가 그것.
부산시립미술관 김선희 관장에 따르면 전시는 ‘여행을 통해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며 여행지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소장품 37점과 도시를 주제로 작업하는 이인미, 김민정, 왕덕경 작가의 작품을 통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고. 주목할 만한 점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를 넘어 관람객이 마치 여행자가 된 듯 몰입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한 것.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고 출입국 카드를 쓰듯 티켓에 여행 목적, 출발과 도착 날짜, 가고 싶은 여행지 등을 적은 뒤 전시장으로 입장했다. 작품은 ‘유명 관광지’부터 여행의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항구와 역’, 필수 관광 코스 ‘전망대’, 오늘날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하는 ‘먹거리-맛집’, 세월의 흔적을 품은 ‘동네와 골목’,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는 ‘도시와 집’, 천혜의 자연환경을 담은 ‘바다와 산’, ‘숲과 식물원’까지 총 10개의 소주제로 나눠 전시했다. 부산 1세대 사진작가 김복만과 최민식이 기록한 1960~1970년대 부산의 모습은 관람자를 타임슬립 세계로 안내하는가 하면, 전시장 한편을 가득 채운 배병우 작가의 사진은 소나무 숲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도심 속 일탈을 선사했다. 여행에 대한 불편한 진실도 외면하지 않았다. 전략적 문화관광산업으로 변화한 지역 환경, 유명인의 이름만 걸어놓은 채 본질은 찾아볼 수 없는 거리, 지역 경관을 자랑하기 위해 더 높은 곳에 더 아찔하게 세운 전망대 등 개발과 보존이 어긋나는 현상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작품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이번 전시 이전에도 시각예술을 통해 여행에 대한 공감을 일으키는 시도는 있었다. 작년 12월 3일에 막을 내린 제주비엔날레의 ‘투어리즘’ 역시 관광지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이었다. 관광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기지만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과 투어리스티피케이션(투어와 젠트리피케이션의 합성어로, 관광객이 늘면서 발생하는 문제 때문에 오히려 거주민이 이주하게 되는 현상) 같은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했다. 제주도립미술관 김준기 관장은 “관광에 대한 깊은 성찰과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 이 시점에 지역사회와 예술가들이 함께 고민해볼 필요성을 느꼈다”고 ‘투어리즘’을 테마로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중에서도 ‘다크투어리즘’을 주제로 한 알뜨르비행장 전시는 2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유치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알뜨르비행장은 일제강점기에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 군사 전초기지로 쓰인 장소로, 예술가들은 전쟁의 아픔이 서린 격납고와 활주로, 벙커에 작품을 설치하고 역사와 장소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선사했다.
치솟는 땅값, 점점 바래지는 옛 흔적, 관광산업으로 급변하는 지역 풍경. 이는 비단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광산업으로 빚어진 오버투어리즘, 투어리스티피케이션 같은 현상은 전 세계 관광지가 공통적으로 겪는 이슈이며,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을 위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앞서 소개한 전시처럼 시각예술을 통해 다각도로 여행의 의미를 되짚어볼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
글 이도연(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