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같은 가짜 여행
오늘은 또 어디로 떠나볼까. 눈 깜짝할 사이에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세계 곳곳으로 떠나는 상상이 현실이 됐다. VR로 떠나는 가상 여행에 관해.
오큘러스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에서 해 지는 풍경을 감상하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지중해 해안가에서 별을 헤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낸다. 이 모든 것이 단 몇 분 만에 가능하다. 순간 이동을 하는 것처럼 클릭 한 번으로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가능한 세상, SF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가상현실은 현재진행형이다.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제약을 극복한 가상 여행이라면 매일같이 지구 반대편으로 떠날 수 있다.
가상현실, 즉 VR(Virtual Reality)은 특수한 헤드셋과 장갑을 착용하고 시각과 청각 등의 감각을 통해 실제가 아닌 것을 현실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유저 인터페이스 기술의 하나다. VR 기술의 핵심 HMD(Head Mount Display)는 머리에 장착하는 장치로 왼쪽과 오른쪽 눈을 위한 2개의 디스플레이가 서로 다른 깊이의 영상을 출력해 입체감이 느껴지게 하는 스테레오스코피 기술을 사용한다. 1960년대에 개발했지만 변방에 머물러 있던 VR 기술이 주류로 편입된 것은 2014년 페이스북이 VR 전문 벤처기업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다. 이후 HTC바이브, 삼성, LG, 소니 등이 헤드셋 개발에 뛰어들면서 VR에 대한 관심이 수직 상승 중이다. 디바이스 출시가 가속화될수록 소프트웨어 시장 또한 이에 비례해 성장하기 마련. 그중 가상 여행 콘텐츠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콴타스호주항공

LG
메리어트 호텔

KLM네덜란드항공

삼성
특히 항공사와 호텔에서는 VR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며 다양한 가상 여행 플랫폼을 선보인다. 메리어트 호텔은 VR을 통해 체험한 감흥을 자사의 숙박 서비스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VR 포스트카드라는 이름의 가상 여행 시리즈를 객실에서 즐길 수 있는 ‘VROOM 서비스’를 미국 뉴욕 메리어트 마르키즈와 영국 런던 메리어트 파크 레인에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칠레 안데스 산맥, 아프리카 르완다의 아이스크림 가게, 에너지 넘치는 중국 베이징의 거리를 담은 콘텐츠는 실제 여행자가 촬영에 참여해 그와 같은 시선으로 만들었다. 또한 뉴욕 시청 앞에 버추얼 부스를 세워 혼인신고를 마치고 나온 신혼부부에게 런던과 하와이 마우이로 가상 허니문을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KLM네덜란드항공은 튤립 축제가 열리는 쾨켄호프와 풍차 마을 등 암스테르담을 대표하는 명소 다섯 곳을 여행할 수 있는 VR 영상을 공개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하늘정원에 이를 볼 수 있는 암스테르담 전망대를 설치, 10월 말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콴타스호주항공은 비즈니스 승객에게 삼성 기어 VR을 제공해 비행시간 동안 아이슬란드의 광활한 평원을 감상하거나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이탈리아 로마 취항 1주년을 기념해 360도 VR 영상으로 로마의 명소를 소개하며, 제주항공은 대만 타이베이 명소를 VR 영상으로 제작해 시뮬레이터 존에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헤드셋만 쓰면 세계 어디든 떠날 수 있는 가상 여행은 VR이 제공하는 가장 단순한 기능인 사용자가 가상의 공간에 들어간다는 것에 가장 잘 부합하는 콘텐츠다. 현재는 360도 영상을 보는 것에 그치지만 아직 시작 단계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 시간과 공간을 재창조하며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꿔 나갈 가상 여행의 앞날을 더욱 기대하는 이유다.
에디터 | 김윤영 (snob@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