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호주 와인의 매력
#진짜호주와인을 찾아라. 제임스서클링 닷컴 시음단이 3주간 호주 대륙을 탐험하고 발견한 ‘호주 와인’의 새로운 변화와 그 매력에 대해.

딥 우즈 이스테이트 포도밭 전경.
퍼스부터 시드니까지 6개 주, 4개로 분류된 와인 생산 지역을 돌며 2700종의 와인을 평가했다. 호주산의 특징을 가장 잘 표출한 최고 와인을 찾기 위해 많은 와이너리를 방문하고 사후 미팅을 이어갔다. 우리는 지금 호주 와인이 중대한 변화의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와인 품질의 개념이 재정립되고 있으며, 이는 포도원과 와인 제조 공정이 아닌 포도밭에서 기인한다는 것. 이 변화가 호주 와인을 한층 새롭고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1 바세 펠릭스 헤이테스버리 샤르도네 2017.
2 컬렌 케빈 존 샤르도네.
3 오크리지의 와인메이커 데이비드 빅널.
4 드보르톨리 멜바 리저브 2017.
이제 품질은 테루아로 정의된다
호주 와인 생산자가 와인 스타일을 규정하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이제는 글로벌 와인 산업의 중심지라는 자부심과 함께 한층 발전한 양조 기술과 포도원 경영 덕분에 개성이 담긴 뛰어난 호주 와인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더 건강한 토양에서, 더 건강한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더 좋은 농부가 되었다.” 야라 밸리에 자리 잡은 와인메이커 데이비드 빅널(David Bicknell)의 말이다. “그리고 긴장이 조금 풀렸다. 양조 기술보다 포도의 품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토양의 건강이 와인의 섬세함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토양이 포도나무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해 노력한다.” 인간이 개입한 화학적 변화를 거친 (보통의) 와인은 자연의 힘을 강조한 와인에 압도당하게 마련. 호주 와인은 지금 테루아의 영향력을 오롯이 불어넣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자연스럽고 간섭이 적은 재배 농법
내추럴 와인의 증가세 또한 진지하게 주시해야 할 현상이다. 정교한 피노 누아부터 생동감 넘치는 베르멘티노에 이르기까지 자연 재배 농법으로 이토록 빼어난 품질의 와인을 이처럼 많이 만들어내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시음단은 이렇게 생산한 와인 수십 종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호주 최고의 피노 와인메이커 중 한 사람인 윌리엄 다우니(William Downey)는 “지역성을 순수하게 표현하려 한다. 우리는 편안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고급 와인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내추럴 와인이 아니다. 올바른 와인이다”라고 말한다.
호주의 샤르도네 챔피언
시음 여정은 서호주의 마거릿 리버에서 시작했는데, 전통적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중심의 레드 와인뿐 아니라 샤르도네의 강세를 예상할 수 있는 지역이다. 마거릿 리버의 샤르도네는 구조감과 세련미, 일관성을 갖춘 품격 있는 와인이다. 특히 딥 우즈 리저브 샤르도네 2017(Deep Woods Reserve Chardonnay 2017)은 슈발리에-몽라셰에 비견할 정도였다. 서늘한 돌 향과 함께 훌륭한 부르고뉴산 샤르도네에서 경험할 수 있는 힘을 갖췄다. 다소 묵직한 기운이 느껴진 바세 펠릭스 헤이테스버리 샤르도네 2017(Vasse Felix Heytesbury Chardonnay 2017) 또한 최고 샤르도네로 부족함이 없었다. 클라우드버스트(Cloudburst)에서 소량 생산한 샤르도네는 좋은 포도원에서 자란 포도 품질의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2017년산과 2018년산 모두 과일의 무게감과 짜릿한 긴장감을 겸비했는데, 2018년산이 조금 더 좋다는 것이 시음단의 중론이다. 이 밖에도 재너두(Xanadu), 스텔라 벨라(Stella Bella), 보야저 이스테이트(Voyager Estate), 플레임트리(Flametree), 로버트 오틀리(Robert Oatley), 래리 체루비노(Larry Cherubino), 컬렌(Cullen)을 눈여겨보자. 어느 날 저녁 세틀러스 태번 레스토랑에서 컬렌 케빈 존 샤르도네 2007(Cullen Kevin John Chardonnay 2007)을 한 병 마셨는데, 이 장기 숙성 샤르도네에 반한 우리는 식사하는 내내 마거릿 리버 샤르도네의 우아함과 균형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와인은 오크리지 864 샤르도네 2006(Oakridge 864 Chardonnay 2006)과 함께 호주산 샤르도네의 품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부르고뉴산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호주산 카베르네 와인의 융성
카베르네 소비뇽 역시 보르도와 토스카나, 캘리포니아 와인을 끊임없이 벤치마킹한 마거릿 리버에서 호기를 맞았다. 포도원 관리와 농법 개선이 밑바탕됐는데 바세 펠릭스, 컬렌, 클라우드버스트, 모스 우드(Moss Wood), 주니퍼 이스테이트(Juniper Estate), 케이프 멘텔(Cape Mentelle)이 최고 브랜드에 속한다. “2018년은 카베르네 소비뇽에 아름다운 해였다. 모두 근육질이 느껴지는 우락부락한 와인을 예상했지만 잘익은 타닌이 어우러진 예쁜 와인이 탄생했다.” 바세 펠릭스의 버지니아 윌콕(Virginia Willcock)의 말이다. 전년도인 2017 빈티지는 근 10년 만에 가장 서늘한 해였고, 포도를 충분히 숙성하기 위해 수확이 늦어졌다. 하지만 결과물은 우려를 뒤엎고 기대 이상의 면모를 보여줬다. 야라 예링 드라이 레드 No.1 2017(Yarra Yering Dry Red No.1 2017)은 유례없이 뛰어나 역대 정점을 찍었다. 드보르톨리 멜바 리저브 2017(De Bortoli’s Melba Reserve 2017), 마운트 메리 퀸텟 2017(Mount Mary Quintet 2017), 도미니크 포르텟 2017(Dominique Portet’s 2017) 카베르네 소비뇽이 바짝 뒤를 이었다.

머독 힐 페이튼 2018과 페이튼 포도밭 전경.
피노 누아의 가치 상승
피노 누아 와인의 품질 또한 놀라웠는데, 생산자마다 차별화한 스타일을 구현하고자 했다는 점이 함께 감지됐다. 우리는 300종에 달하는 피노 누아를 시음하고 평가했다. 깁스랜드의 바스 필립 리저브2017(Bass Phillip Reserve 2017)이 최고점(98점)을 받으며 나란히 97점을 받은 머독 힐 페이튼 2018(Murdoch Hill Phaeton 2018)과 자이언트 스텝스 웜뱃 크릭 2018(Giant Steps Wombat Creek 2018)을 아슬아슬하게 따돌렸다. 2018년산 피노 누아를 사랑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역대 최고 품질에 숙성 잠재력을 갖춘 것은 물론 지금 마시기에도 적합하니까. “지난해는 너무 더운 데다 수확 시기가 일렀기에 많은 이가 이 빈티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면 싱그럽고 균형미가 뛰어나며 혀끝에 닿는 질감도 부드럽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진가가 드러나며 제대로 인정받는 와인이 될 것이다.” 머독 힐의 마이클 다우너(Michael Downer)의 의견이다.
시라즈 지지자들
#진짜호주와인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남호주 바로사 밸리와 맥라렌 베일 지역의 오래된 포도나무다. 주로 시라즈 품종을 심은 이곳에서는 재배 농법과 와인 제조 공정을 개선하면서 탁월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 지역 와인 유통이 더욱 활발해져 앞으로는 헨시케 힐 오브 그레이스(Henschke Hill of Grace)뿐 아니라 또 다른 고목에서 생산한 와인이 더 많이 합류할 예정이다. 시라즈는 호주에서 가장 넓게 분포하는 와인 포도 품종으로, 우리는 700종 이상의 시라즈 와인을 검토하고 평가했다. 바로사 밸리의 사미오디(Sami-Odi)와 스탠디시 와인 컴퍼니(Standish Wine Co.)는 따뜻한 기후에서 자란 호주 시라즈를 가장 노련하게 재해석했다고 극찬받았다. 토브렉(Torbreck) 역시 과거보다 좀 더 균형감 있는 레드와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생동감 넘치는 겉모습에 따뜻한 기후에서 비롯된 특유의 깊이와 풍미를 담아냈다. 호주 남동부 끝에 위치한 클로나킬라(Clonakilla)의 2018 빈티지는 향신료 풍미가 가득한 서늘한 기후의 시라즈 와인을 선보였는데, 역대 가장 뛰어난 와인으로 손꼽힌다.

5 클로나킬라 시라즈 비오니어 캔버라 디스트릭트 2018.
6 티렐스 와이너리.
7 티렐스 시라즈 헌터 밸리 올드 패치 2018.

8 헨시케 시라즈 에덴 밸리 힐 오브 그레이스 빈야드 2014.
9 바스 필립 피노 누아 깁스랜드 리저브 2017.
10 딥 우즈 이스테이트 샤르도네 마거릿 리버 리저브 2017.
제임스 서클링이 선정한 2019 최고의 호주 와인 10선
티렐스 시라즈 헌터 밸리 올드 패치 2018(Tyrrell’s Shiraz Hunter Valley Old Patch 2018) : 100점
빨간 자두, 라즈베리, 블루베리, 블랙베리의 진한 과일 풍미와 함께 감미롭게 톡 쏘는 참나무 향과 제비꽃 향, 검붉은 오렌지 향을 겸비했다. 다채로운 이 모든 아로마가 극도로 신선하고 순수하며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혀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세련되고 고상하다. 극강의 응집력을 갖췄고, 리본처럼 휘감기는 타닌의 감촉과 잔향이 아주 길다. 우아함, 강렬함, 완벽함이 모두 100점, 토털 점수 또한 100점으로 이번이 세 번째로 만점을 획득했다. 1867년에 심은 포도나무의 결실. 향후 30년간 계속 마시기 좋다. 300케이스만 소량 생산했다.
클로나킬라 시라즈 비오니어 캔버라 디스트릭트 2018(Clonakilla Shiraz Viognier Canberra District 2018) : 99점
구수한 토스트 향과 블랙베리, 체리와 자두 등 신선한 붉은 과일 향, 섬세하고 우아한 꽃향기가 놀랍도록 잘 어우러졌다. 우아함과 신중함을 동시에 담은 와인으로 정밀하면서 응집력이 뛰어나며, 혀에 남는 잔향이 극도로 길다. 클로나킬라에서 만든 역대 와인 중 최고 빈티지. 완벽하다. 지금도 좋지만 2026년에 마시면 맛이 더욱 좋을 것이다.
헨시케 시라즈 에덴 밸리 힐 오브 그레이스 빈야드 2014(Henschke Shiraz Eden Valley Hill of Grace Vineyard 2014) : 99점
잘 숙성한 소고기와 향신료, 으깬 엘더베리, 통후추, 월계수잎 향이 뛰어나다. 와인글라스 안에서 향이 계속 진화한다. 세련되면서도 과육이 느껴질 만큼 완전히 농축된 타닌을 갖춘 풀 보디 와인. 끝 맛은 신선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지금도 훌륭하지만 숙성시켜 마시면 더욱 좋다.
바스 필립 피노 누아 깁스랜드 리저브 2017(Bass Phillip Pinot Noir Gippsland Reserve 2017) : 98점
산뜻한 푸른 과일 향, 꽃, 야생 베리류, 향신료, 촉촉한 허브 향에서 살짝 느껴지는 흙냄새까지 수많은 향기가 미묘하게 층층이 겹쳐 있다. 그 조화로움이 매혹적이다. 혀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매끄럽고 군침을 돌게 하는데, 농축된 체리 향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솟아나는 타닌이 신선하고 유쾌하게 퍼져 잔향까지 이어진다. 순수하고 싱그러우며 활기찬 피노 품종의 개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향후 10년 이상 건재할 와인. 훌륭하다.
딥 우즈 이스테이트 샤르도네 마거릿 리버 리저브 2017(Deep Woods Estate Chardonnay Margaret River Reserve 2017) : 98점
맙소사, 슈발리에-몽라셰 같은 향이 난다. 글라스에서 곧장 솟아오른 부싯돌 향은 이내 석영, 레몬 커드, 정향, 육두구, 인동초 향으로 이어진다. 놀랍도록 감미로운 풀 보디 와인. 풍부한 감귤류와 향신료 향을 뚫고 나온 완벽한 산미도 느낄 수 있다. 부르고뉴 와인이여, 저리 비켜라. 와인 애호가라면 누구나 마음을 빼앗기게 될 매혹적인 샤르도네 와인이다. 지금 마시는 것은 물론 아주 오랜 세월 간직해도 그 매력은 줄어들지 않을 듯.

11 펜폴즈 카베르네 소비뇽 쿠나와라 빈 169 2016.
12 톨푸들 샤르도네 콜 리버 밸리 2018.
13 토브렉 시라즈 바로사 밸리 더 팩터 2016.
14 아델리나 그리나셰 클레어 밸리 2018.
15 자이언트 스텝스 피노 누아 야라 밸리 웜뱃 크릭 빈야드 2018.
펜폴즈 카베르네 소비뇽 쿠나와라 빈 169 2016(Penfolds Cabernet Sauvignon Coonawarra Bin 169 2016) : 98점
지역적 특성이 깊이 새겨진 와인. 레드커런트, 블랙커런트, 민트잎 향기와 미세하고 유연한 타닌이 추축을 이루며 혀를 깊이 감싼다. 붉은색과 보라색 꽃 향기, 블랙 올리브 타프나드와 달콤한 베리류 향도 느낄 수 있다. 따뜻하게 물결치는 향긋한 오크향의 여운이 품격과 정교함을 전한다. 이 최상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올해 가장 빛나는 스타 중 하나다. 2022년부터 최소 20년간 그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톨푸들 샤르도네 콜 리버 밸리 2018(Tolpuddle Chardonnay Coal River Valley 2018) : 98점
약간 부싯돌 향이 나면서 레몬과 자몽, 백도, 구운 헤이즐넛 향이 풍부하게 어우러진 보기 드문 샤르도네 와인. 미각은 시트러스 과일 풍미가 지배적이지만 백도와 황도 맛이 세련되게 스며 있다. 구운 헤이즐넛 향과 맥을 같이하는 프랄린 향이 매력을 더한다. 대단히 순수하고 우아하며, 깔끔하다. 특출한 와인.
토브렉 시라즈 바로사 밸리 더 팩터 2016(Torbreck Shiraz Barossa Valley The Factor 2016) : 98점
짙은 과일 향과 함께 요오드와 홍합, 약간의 석탄 느낌이 혀에 감지된다. 깊은 여운과 균형감을 전하는 강철 같은 타닌을 갖춘 치밀하고 조화로운 풀 보디 와인. 필자가 시음한 팩터 와인 중 최고로, 의욕적이며 빼어나다. 2021년 이후엔 맛이 더욱 좋을 것이다.
아델리나 그리나셰 클레어 밸리 2018(Adelina Grenache Clare Valley 2018) : 97점
생딸기를 저민 듯한 선명한 딸기 향에 야생 라즈베리의 산뜻함이 어우러진다. 인상적인 타닌이 치고 들어오면서 혀를 촉촉하게 자극하고, 라즈베리의 풍부한 과즙 풍미가 끝 맛을 장식한다. 아주 생생하며 응집력이 뛰어나다. 마시거나 보관하거나.
자이언트 스텝스 피노 누아 야라 밸리 웜뱃 크릭 빈야드 2018(Giant Steps Pinot Noir Yarra Valley Wombat Creek Vineyard 2018) : 97점
말린 딸기와 신선한 꽃향기를 품은, 조화롭고 구조감이 탄탄한 풀 보디 와인. 깊이감과 강렬함을 지녔으며, 질감이 인상적이다. 시간을 줘야겠지만, 당장 마시고 싶은 걸 참기 어려울 듯하다.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글 제임스서클링 닷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