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는 트렌드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2019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출판인들과 함께 요즘 책 세상의 변화를 점쳐봤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출판인과 작가, 독자가 어우러지는 모두의 축제다. 1995년부터 책 산업과 책 읽기 부흥을 목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한다. 출판사에 따라 저자와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하고, 오직 행사를 위해 만든 한정판 굿즈를 수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년 서울국제도서전이 ‘확장’을 주제로 책에서 출발한 콘텐츠가 다른 영역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살피는 자리였다면, 올해는 책을 에워싼 산업이 어떻게 독자 앞에 ‘출현(arrival)’하는지 보여주는 자리다. 5일 동안 주빈국 헝가리를 시작으로 노르웨이, 덴마크 등 해외 도서 기획자를 초청해 세미나를 여는가 하면, 소설가 한강, 배우 정우성, KBS <요리인류> 이욱정 PD 등 유명 인사가 강연자로 나선다.
그중 콘텐츠 분야 종사자로서 눈길이 간 것은 도서전 마지막 날 열리는 ‘아시아 독립출판 특별전’에서 마련한 프로그램. 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6개국 관계자가 모여 각국의 자발적인 출판 현상에 대해 논하기로 했다. 최근 국내외 출판계의 큰 트렌드가 ‘작가 스스로의 채널 확장’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가가 에세이를 쓰면서 텀블벅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한 백세희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나 작가 스스로 사장이 되어 완성한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가 흥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 모두 신춘문예로 등단하거나 기성 출판사의 섭외를 기다리지 않았다. 스스로 했으니 독립 출판 정도로 정리된다. 해외에서 보면 이것이야말로 특이하고 트렌디한 변화다.
“일본이나 미국, 유럽은 사실상 대형 출판사가 그 나라 시장의 80%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독립 출판을 하고 싶어도 서점 유통조차 힘듭니다. 반면, 한국은 규모가 작아도 인쇄부터 판매까지 인프라가 잘되어 있는 편이죠. 개인이 대형 서점에 입고를 의뢰할 수도 있어요.” 이번 행사 기획에 참여한 주일우 이음출판 대표의 말이다. 또 하나, 출판인의 분석은 책 시장 전체는 침체기지만 종이책과 전자책의 성장이 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체감 지수’다. 애초에 종이책 생산뿐 아니라 읽는 행위 자체의 감소 현상은 모든 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럼 전자책으로 총칭하는 콘텐츠 플랫폼의 범위를 어디까지 둘지가 관건이다. 예컨대 이제는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로 누군가 괜찮은 콘텐츠를 발행하면 SNS를 통해 공유되고, 영화로 제작하면 넷플릭스를 타고 공급된다. 무엇이 먼저고 나중인지,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작가의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전처럼 반드시 등단한 사람만 인정받는 게 아니니까, 작가의 스타성이 발휘되는 채널의 역할도 덩달아 중요해진 거죠.” 인문 교양서 에디터 A의 생각에 외형은 중요하지 않다. 한때 인기였던 페미니즘이나 인문학 같은 키워드가 딱히 보이지 않고, 해외판 계약과 새로운 필자의 발굴 또는 마케팅도 온라인에서 상시 일어난다. 도서 정가제 시행으로 도서전 부스에서 할인 판매 특수를 노릴 수도 없으니 굳이 비용을 써가며 도서전에도 참여할 이유가 없다. 한 편집장은 이렇게 말했다. “독서 방식도 양극단으로 가는 것 같아요. 얕거나 깊게요.” 실제로 책 한 권 값보다 싼 월 9900원에 무제한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밀리의 서재’ 서비스와 몇십만 원 회비를 내고 전문가와 토론하는 ‘트레바리’ 같은 독서 클럽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 앞으로 독자에겐 어떤 디바이스를 들고 다닐지, 누구와 어떻게 읽는지가 콘텐츠 구입에 조건이 될지 모른다.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 그 해답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