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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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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 오디오를 둘러싼 좋은 소리와 그 즐거움에 대한 질문.

지난 3월 코엑스에서 ‘2017 멜론 서울국제오디오쇼’가 열렸다. 수많은 하이파이 오디오 애호가가 참관한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곳은 오디오 갤러리가 마련한, 프랑스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스피커 회사 포칼(Focal)과 영국의 앰프 매뉴팩처 뮤지컬 피델리티(Musical Fidelity)의 부스였다. 포칼의 신모델 ‘소프라 넘버원(Sopra No.1)’과 뮤지컬 피델리티의 ‘M6 앙코르(Encore) 225’를 조합한 청음 공간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포칼에서 아시아·아프리카 세일즈 매니저를 맡고 있는 쿠엔틴 모리외와 뮤지컬 피델리티의 CEO 앤터니 마이클슨에게 소리와 음악 그리고 하이파이 오디오에 대한 대화를 청했다.

쿠엔틴 모리외QUENTIN MORIEUX
포칼 아시아·아프리카 세일즈 매니저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하이파이 오디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좋은 소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소리’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음악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주관적인 감상이 들어가는 대상이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좋은 소리에 대해선 수많은 정의가 내려질 수 있다. 우리야 땅을 밟고 사는 한낱 인간에 불과한데 진정한 진실에 대해 명확히 아는 이가 있을까? 당신과 내가 서로 다른 사람인 것처럼 좋은 소리는 듣는 이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포칼이 생각하는 좋은 소리가 무엇인지는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깊고 낮은 베이스, 표현력이 강한 중음역, 디테일하게 표현되는 고음역이 뚜렷한 소리를 좋은 소리라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하이파이 오디오에 대해서도 말해줄 수 있는가? 사람마다 하이파이 오디오에 기대하는 바가 다르다. 누구는 콘서트홀에서 듣는 것과 동일한 현장감을 원할 테고, 또 누군가는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음원을 티 없이 듣는 경험을 원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어느 한쪽을 고를 필요는 없다. 하이파이 오디오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음악을 들려 주는 기기다. 스피커를 예로 들자면 좋은 스피커는 당신이 원하는 음악을 제대로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음악이 어떤 장르에 속하든지 상관없이 말이다. 콘서트홀의 분위기라든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순간의 느낌을 가능한 한 현장감 있게, 그 소리의 원음에 최대한 가깝게 재현할 수 있으면 성공이라고 본다. ‘재창조된 경험’을 주는 것이랄까. 그렇기에 포칼의 모토는 ‘스피커가 아닌 당신의 음악을 들어라’다. 좋은 스피커, 앰프, 플레이어를 고루 갖춘 상태면 보통 좋은 하이파이 오디오라고 하지만 막상 좋은 소리를 체험하는 데 공간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비율로 따지면 80%에 육박할 만큼? 그래서 각 모델의 사양에는 최적의 공간을 명시하고 있다. 작은 방에 엄청 큰 스피커를 갖다 놓으면 유리창이 깨질 수도 있다.

공간이라는 변수를 제외하고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소리는 공기 속 분자들이 진동하면서 전달된다. 노래를 부를 때 보컬의 목에서 진동을 타고 소리가 나온다. 그런 메커니즘이 음원 시스템에 그대로 적용된다. 음원에서 스피커에 이르는 모든 연결점은 음향에 영향을 끼친다. 만약 MP3플레이어로 음원을 재생해 싸구려 케이블을 연결 한다면 결과가 어떨지 감이 오지 않나? 그중 특히 방점을 찍는 곳이 스피커다. 스피커는 전기적 신호를 어쿠스틱한 신호로 변환해주는 통역기 같은 존재다. 그중 고·중·저음으로 음을 쪼개주는 드라이버의 역할은 막중하다. 만약 원음을 있는 그대로 최대한 비슷하게 복원하는 것이 좋은 소리라면, 그래서 드럼의 진동을 진동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면, 무엇보다 드라이버가 좋아야 한다. 실제 포칼의 강점 또한 캐비닛이나 다른 부속이 아닌 드라이버의 탁월함에 있다. 우리는 드라이버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임한다.

포칼의 경우 매우 다양한 스피커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소프라 넘버원 시리즈는 그중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 유토피아와 일렉트라의 갭을 매우기위한 제품이다. 그 둘의 갭이 너무 큰데 IHL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극복할 수 있었다. 게다가 소프라는 여타 라인과 달리 디자인과 색상이 진취적이다. 지금까지 하이파이 오디오의 스피커는 남성적인 면이 강했다. 스피커도 충분히 스포티할 수 있고, 키치할 수도 있다. 소프라의 디자인은 패션 트렌드에서 영감을 끌어왔다. 컬러, 향수, 건축, 자동차 등 이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만들었다. 포칼은 언제나 한계점 너머로 진취적인 시도를 해왔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도 오디오에 큰돈을 투자하는 건 용기가 필요하지 않나? 음악을 듣는 것은 여행하는 것과 같다. 하이파이 오디오는 경험의 질을 좌우한다. 저렴한 스피커를 보트에 비유한다면 좋은 하이파이 오디오는 크루즈선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다. 여행이라는 말로 이 두 경험을 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음악을 통해 우리는 좋은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나쁜 기억을 되새기기도 한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의 창조성을 끄집어내는 경험이다. 기분이 나쁠 때도, 좋을 때도, 때로는 조깅을 할 때도 음악을 듣는다. 이 모든 과정은 전혀 다른 여정이다.

하이파이 오디오 세계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줄 조언이 있다면? 음악이 첫 번째, 오디오 시스템은 그다음이다. 기계는 어디까지나 당신이 듣고자 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도구다. 가장 먼저 음악을 감상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냥 듣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즐기고 감상하는 행위는 확실히 다르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를 예로 들어보면, 많은 사람이 이 곡을 알지만 실제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 든다. 어느 파트에서 드럼의 진동을 느낄 수 있는지 아는 것, 기타가 솔로 연주를 시작하는 순간 보컬과 드럼의 거리감을 느끼는 것, 이것이 바로 음악을 감상하는 거다. 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연습이 필요한데 최대한 많은 음악을 듣고, 그다음에는 스피커 가게에 가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수없이 경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MP3보다 CD로 듣는 음악이 훨씬 좋다는 걸 알게 되면 양질의 음악을 찾아 듣게 될 테고, 그러면서 점점 귀를 훈련시킬 수 있다.

앤터니 마이클슨ANTONY MICHAELSON
뮤지컬 피델리티 CEO

당신의 종교는 음악이라고 들었다. 모든 생명이 그 서막을 맞이할 때면 언제나 진동이 함께한다. 생명이 움직이는 순간마다 진동의 감각이 존재한다는 건 작은 벌부터 새, 코끼리, 고래까지 생명체의 종과 상관없이 보편적인 현상이다. 진동은 곧 소리고, 인류는 이를 음악이라는 언어로 치환시켰다. 음악은 그만큼 인간의 DNA, 척수 깊숙이 자리한 가장 심오한 형태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한 회사의 경영자지만 동시에 드러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음악이란 특질이 모든 생명체에게 얼마나 근본적인 가치를 지니는지 명확히 느끼고 있다.

당신은 좋은 소리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좋은 소리는 두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곤 하는데 바로 객관성과 주관성이다. 사람들은 보통 기계로 측정하는 수치가 좋으면 좋은 소리라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좋은 수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일정 수준의 피드백이 필요하다. 피드백은 말 그대로 산출값을 다시 입력값으로 이용하는 과정인데,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교정 작업이 이루어진다. 객관적 기준을 높이고 싶다면 피드백의 양을 늘리면 된다. 하지만 피드백이 많다고 해서 꼭 좋은 소리가 되란 법은 없다. 특정 수준 이상의 피드백을 받게 되면 소리의 질이 떨어지는데, 개인적으로 드라이한 소리라고 표현하곤 한다.(웃음) 반면 소리를 판별하는 데 주관적 기준은 쉽게 말해 ‘듣기 좋으면 좋은 소리’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관점으로 소리를 디자인하면 복합적이면서 모순적인 결론을 맞닥뜨리게 된다. 개인의 느낌이 가장 중요해지니 결국 수치값을 지닌 음향 장비가 모두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더불어 모든 소리가 장비와 공간에 따라 매번 다르게 들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떤 방에서 듣기 좋은 세팅이 다른 방에서는 끔찍하게 들릴 수도 있다.

뮤지컬 피델리티는 그중 어느 쪽을 더 중시하는지 궁금하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주관적 기준을 중시했다. 청자가 느끼는 그 자체가 진실이니까. 하지만 불안정한 측정값 때문에 야기되는 부정적 평가를 수긍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오래도록 고민한 끝에 한 가지 결론을 내리게 됐다. 오디오에는 확실히 주관적 판단 기준이 자리할 여지가 있지만 오디오 환경을 디자인할 때조차 주관적 기준을 따르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인정받으면서도 동시에 주관적인 면까지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오랜 연구 끝에 가능한 한 최소한의 피드백으로 음질을 유지하는 타협점을 찾아 제품에 적용했다. 물론 그 ‘타협’은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 판단에 근거하지만 솔직히 소리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웃음) 실제 높은 수준의 피드백을 적용한 소릿값과 우리가 자체적으로 타협한 수준의 피드백을 적용한 소릿값을 비교해보면 왜곡도의 상승 곡선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하이 피드백에서 극적으로 상승하는 왜곡도가 뮤지컬 피델리티 제품에서는 완만히 상승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주관적 수치를 획득했다고 해야 할까. 뮤지컬 피델리티가 장소와 스피커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좋은 소리와 측정치를 보이는 까닭이다.

이번에 선보인 M6 앙코르 225는 어떤 제품인가? 하이파이 오디오 제조사는 보통 오디오광을 타깃으로 제품을 기획한다. 이들은 음향 장비를 박스째로 소장하는 사람들이다. 음향 기기라는 토템을 숭배하는 것처럼 강박적인 면이 있다. 이들에게 음악이란 더 많은 기기를 구매하고자 하는 수단에 가깝다. 그러던 어느 날 급작스러운 깨달음이 왔다. 왜 내가 오디오에 미친 사람들을 위해 제품을 만들어야 할까. 그 제품에 쏟던 엄격한 기준과 열정을 정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만드는 데 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 결과가 바로 앙코르다. 플레이어와 앰프를 하나로 묶고, 여러 단자를 연결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와이어리스 기술을 적용했다. 음원은 그냥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에 드래그 앤 드롭하면 된다. 직관적으로 디자인한 제품을 버튼 몇 개만으로 빠르고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자면 전혀 효율적이지 않지만 단 하나의 솔루션으로 이상적인 첫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었다.

한국에는 하이파이 오디오가 남자에게 위험한 취미라는 농담이 존재한다. 하이파이에 집착하는 건 결코 좋은 게 아니다. 신기루를 좇는 것과 같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다양한 장르의 음원을 모아 가장 적합한 기기를 통해 그저 듣고 즐겨라. 최신 하이파이 제품에 열광할 필요가 없다. 고대 인도에 아주 부유한 사람이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를 위한 기념물을 세우기로 결심하고 아름다운 조형물을 마구 올렸다. 다 짓고 보니 가운데에 있는 아내의 관이 가장 볼품없어 보여서 치워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너무 몰입하다 보면 강박이 생긴다. 하이파이에 집착하면 의미 없는 수집을 시작하게 된다.

하이파이 오디오에 대한 열정은 결국 쓸모없는 것인가? 진동이 가져오는 예측하지 못한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당신이 방 안에서 음악을 듣고 있을 때 갑자기 메탈 음악이 들려온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엄청나게 놀랐을 거다. 근데 그 놀라움이 저 깊은 감정의 기저에 닿는다면? 갑작스럽게 폐부에서 시작해 심장까지 울리는 큰 진동을 느끼는 경험은 하이파이 오디오가 줄 수 있는 신세계다. 세상에 있는 많은 것은 돈만 있다면 모두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인문학적 감동은 음악을 통해서만 움직인다. 이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매개가 아마도 하이파이 시스템 아닐까? 결국 하이파이 오디오는 음악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 옆길로 빠지면 오디오광이 되기 마련이다.

 

에디터 전종현(harry.jun@noblesse.com)
사진 장호  
통역·번역 이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