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의 무게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아트 신의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지금 중국 시장은 괜찮습니까? 왜 이렇게 조용한가요?

1 갤러리들은 침체기를 틈타 젊은 중국 작가 발굴에 더 집중하고 있다. 2016년 말, 서울 갤러리 수가 개최한 < Unflattening: 3 Chinese Emerging Artists >전 전경.
2 친쥔의 ‘Void-31-UD’(2015).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 국경 밖에서 온 사람들이 중국살이를 표현하는 말 중 하나다. 사회주의 정치 체제에서 자본주의 시장 원리를 도입, 개방해 성장하고 있는 지금 중국은 특유의 정서까지 더하면 우리 눈에는 예상 밖의 풍경이 펼쳐진다. 무릇 산업을 따라 자본이 가고, 자본을 따라 작품도 오가는 것이 아트 시장이건만, 최근 중국에서 들리는 소식은 심상치 않다.
글로벌 예술 불황 속 세대 교체 중
많은 사람이 중국 미술 시장의 활황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둔다. 그렇게만 봐도 지금까지 10년이 넘은 시간. 실제로 해외 갤러리들이 중국 시장의 움직임을 감지한 것은 그보다 앞선 2003년으로 보고 있다. 올림픽 개최지로 낙점된 많은 도시가 그러했듯이, 베이징 올림픽 개최 소식을 앞두고 산업 전반이 활기를 띠며 그림값도 급등하기 시작했다. 2008년까지 어떤 그림은 5배가 오르고, 10억 이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왕왕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세는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사그라진 상황. 물론 일종의 시장 성숙을 앞둔 안정기라고 볼 수도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동욱 C 컴퍼니 대표는 이미 각광받는 작가의 성격과 세대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당시 대표 작가로 언급되던 장샤오강(Zhang Xiaogang), 팡리쥔(Fang Lijun), 웨민쥔(Yue Minjun), 왕강이(Wang Guangyi) 등 스타 작가들의 전성기가 지나가고 진정성과 실력을 갖추고 작업해온 숨은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쓰촨 미술대학의 팡마오쿤(Pang Maokun), 중앙미술학원의 쑤신핑(Su Xinping)처럼 학계에 몸담고 있던 작가와 젊은 세대의 대규모 미술관 전시가 기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갤러리 수의 김수현 대표도 공감한다. “당시 유명세를 치렀던 작가들 중에는 해외 정보에 폐쇄적인 중국 인프라를 방패 삼아 해외 작품을 모사했다가 컬렉터에게 들켜서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그림 가격에만 집중했던 중국 아트 시장의 거품이 꺼졌다고 볼 수도 있겠죠.”

젠처의 ‘Bannermen(2)’ (2017).
중국 시장은 중국의 눈으로 봐야 한다
박철희 아시아예술경영협회 대표는 지금 중국 시장에 대해 말할 때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 시장에 관심을 가질 때 가장 조심할 것은 한국식으로 보면 안 된다는 겁니다. 중국은 개방 전부터 서예를 포함한 이른바 서화 시장이 훨씬 큽니다. 옥 조각 경매까지 모두 아트에 포함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림, 즉 회화를 포함해 컨템퍼러리 아트라고 불리는 분야는 단적으로 보면 10~30%라고 봐도 좋을 정도죠.” 그래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캔버스에 그린 그림을 사고파는 모습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페로탱 갤러리나 크리스티 옥션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활동이 기대 이하인 이유다. 중국은 여타 주요 사업처럼 관영의 힘이 세다. 거래량 세계 1위인 폴리 옥션이 중국인민해방군 소속이고, 대부분의 거래가 고미술품에서 일어난다.

셰판의 ’Night’(2016).
그간 중국의 세금 정책도 변화했다. 한때 해외 작품을 중국으로 반입할 때 가하는 세금이 명목상 약 33%였는데, 2018년부터 트럼프 대 시진핑, 즉 아시아권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북미권 거래 물품에 대해서 모든 정책이 강화됐다. 반면, 중국 내 거래는 판매자가 증치세(부가가치세) 13%를 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세금이 없는 것은 여전하고, 이미 보다 나은 조건을 찾아 많은 해외 갤러리가 중국 본토 안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도 베트남이나 러시아 등 옛 공산권 국가로 가는 우편 요금이 훨씬 저렴할 만큼 정치 사회적 연대가 강함에도 불구하고 영국, 프랑스 등 유럽계 갤러리의 불편은 덜한 듯하지만, 그 틈에서 마음을 놓을 수도 없다. 기존에는 작가와 작품은 수도 베이징에서 찾고, 거래는 금융 거래와 우송 서비스가 비교적 편한 상하이와 홍콩으로 흩어지는 양상이었는데, 요 몇 년 사이 아트 바젤 홍콩이 열리는 일주일 남짓을 제외하면 거래량이 없다는 말이 돈다. 게다가 홍콩에선 범죄인의 중국 송환법 반대 시위까지 격렬하다. 그러면서도 지방자치제가 강한 중국은 요즘 베이징 외곽 도시에서도 공공 미술관 건립과 특구 지정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고, 작가들은 베이징을 거점으로 삼으면서도 작업실은 자신의 고향을 포함해 지역으로 옮기는 추세다. 컬렉터가 이제는 그림을 보러 지방을 가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라리오 갤러리 상하이 A1에서 열린 쉬바청의 전시 오프닝.
차분하고 조용히 그리고 의지를 가지고
최근 프랑스 퐁피두 센터 지점이 상하이에 생긴다는 소식과 미국에서 온 페이스갤러리가 베이징 지점을 닫았다는 소식이 동시에 들려온다. 한국의 아라리오갤러리는 2006년 상하이로 진출해 10여 년 이상 꾸준히 활동해왔다. 주연화 아라리오갤러리 디렉터는 그래도 중국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며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간 소개했던 한국과 중국 작가들을 아시아권 혹은 특정 국가 작가가 아닌 글로벌 아티스트로 소하려고 합니다. 중국 시장의 성숙기라 보고 있거든요.” 쉽지는 않겠지만, 기회라 여기고 있는 것은 취재 중 만난 다른 갤러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럴 때 성장 가능성이 많고 젊은 중국 작가를 찾는 데 열심이다.
중국의 다소 경직된 상황은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지금 기대하는 소비와 콘텐츠의 격전지인 것도 분명하고 신규 컬렉터 역시 늘고 있다. 오랫동안 중국 아트를 소개해온 윤재갑 하우 아트 뮤지엄 관장의 제언은 모든 것을 정리해주었다. “베이징은 여전히 중요하고, 상하이가 웨스트 번드 등 새로운 건축 공간 붐을 따라 거래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중국은 여전히 본토 딜러들이 시장을 잡고 있어요.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합니다. 또 중국은 그간 미술관과 화랑이 잘 구분이 안 됐을 정도로 인식은 물론 관련 법이 디테일하지 않았습니다. 미술관이 작품을 사도 개인과 똑같이 세금을 매겼으니까요. 자본에 휘둘리지 않도록 공공 미술과 관련한 법이 제정된다면 그것이 기준이 되어 시장이 나아질 것입니다. 갤러리와 작가들의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죠.”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