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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핸드백은 어디에 있을까?

LIFESTYLE

미술 작품만 경매 시장에 나오는 건 아니다. 미술 옥션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핸드백 경매의 세계.

2017년 5월, 크리스티 홍콩에서 4억4000만원에 낙찰된 에르메스 히말라야 크로커다일 버킨. 버클을 다이아몬드로 장식해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최소 3년을 기다려야 살수 있는 백, 기준에 부합하는 구매 이력이 있어야 내어준다는 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에르메스 버킨에 관한 이야기다. 어찌 됐든 평범한 버킨은 기다리면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뜻인데, 버킨 중에서도 정말 귀한 건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프랑스 파리 생토 노레 본점에서만 취급하는 독특한 백이라서? 그 정도에 불과하면 기사를 쓰지 않았다. 이 콧대 높은 백은 매장이 아닌 옥션 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단순 패션 아이템이 아닌, 작품이자 투자 품목이다.
핸드백이 옥션에 처음 등장한 건 1978년, 크리스티 런던이 기획한 코코 샤넬 컬렉션 경매장에서다. 당시에는 핸드백 옥션이라는 개념이 따로 없었기에 경매에 나온 핸드백은 한두 개가 전부였지만, 입찰자인 스미스소니언 연구소(Smithsonian Institution)가 네이비 샤넬 플랩 백을 낙찰받으면서 핸드백이 작품으로 인정받는 첫 계기를 마련했다. 핸드백 경매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진 건 2000년대 말. 미국 경제 불황으로 럭셔리 백이 새로운 투자 아이템으로 부상하자 크리스티가 ‘20세기 패션 & 액세서리’ 카테고리에서 핸드백을 다루기 시작하면서다. 미술 작품이나 클래식 자동차에 비해 관리하기 쉬운데다 연평균 낙찰가가 버킨은 14%, 샤넬 클래식과 2.55 플랩 백은 10%씩 상승하면서 주식보다 안전한 투자처로 떠올랐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그러던 2014년 11월, 마침내 크리스티 홍콩에서 핸드백만을 위한 경매 ‘핸드백 & 액세서리’가 열렸다. 첫 공식 경매가 약 20억8000만 원에 달하는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하자 다른 옥션 하우스도 핸드백을 주요 경매품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소더비는 이듬해부터, 최근에는 서울옥션의 자회사 레어바이블루도 온라인 경매에서 핸드백을 다루고 있다.
알다시피 옥션은 특별한 뭔가를 얻기 위해 전 세계인이 경쟁하는 자리다. 매장에서 바로 살 수 있는 핸드백을 두고 그들은 시간을 들여가며 경합을 벌이지 않는다. 옥션 하우스의 스페셜리스트가 엄선한, 예술 작품처럼 유일무이해 투자 가치가 있는, 소장이 곧 소유자의 안목을 증명하는 진귀한 핸드백만 경매에 등장 할 자격을 얻는다. 브랜드도 한정적이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 비통이 거의 전부인데 이유는 브랜드의 헤리티지, 희소성 그리고 가방에 깃든 장인정신이다. 그렇다고 세 브랜드의 모든 가방이 인기를 끄는 건 아니다. 에르메스는 단연 버킨과 켈리로 흔치 않은 밝은 컬러 가죽으로 제작한 것이 값어치가 높다. 샤넬도 에르메스와 같이 특별한 가죽을 입은 클래식 플랩 백이 단연 인기지만 훌라후프 비치 백, No5 백처럼 한정으로 출시한 디자인 백도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컬렉터를 위한 핸드백은 실용성보다 ‘소장 가치’를 우선시하기에 나타난 결과다.
샤넬 하우스의 오랜 수장 칼 라거펠트의 타계도 옥션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지난 크리스티 런던과 홍콩 경매에서 그가 디자인한 백은 모두 추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었는데, 특히 2017년에 그가 디자인한 샤넬 블랙 루사이트 앤 크리스털 로켓선 이브닝백은 추정가의 3배가 넘는 3000만 원에 낙찰됐다. 루이 비통은 장인정신이 집약된 여행용 가방과 슈트 케이스가 주요 품목이다. 특히 세월의 흔적이 깃든 빈티지나 엘리자베스 테일러 같은 유명인이 사용한 것들이 컬렉터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정리하면 에르메스, 샤넬, 루이 비통 중에서도 극소량, 진귀한 가죽, 독특한 디자인, 유명인이 사용했다는 조건 중 최소한 하나는 갖춰야 옥션 하우스에 입성할 수 있다.

1 샤넬의 퍼렐 캡슐 컬렉션처럼 아티스트 협업 제품이 옥션에서 큰 인기를 끌 전망이다.
2 독특한 디자인의 샤넬 백도 옥션에서 인기다. 단, 극소량이어야 한다.

크리스티 홍콩 핸드백 & 액세서리 부서 주니어 스페셜 리스트 제리 창(Mr. Jerry Chang)은 “특히 아시아는 핸드백 옥션의 메인 시장이자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지역입니다”라고 말한다. 장인정신이 깃든 핸드백을 하나의 예술품으로 보는 시선이 중국과 홍콩 부호를 중심으로 확산된 덕에 홍콩에서 열리는 핸드백 경매는 시즌마다 90%가 넘는 판매율과 월드 레코드를 여러 번 갱신하고 있다. 지난 5월 말에 열린 크리스티 홍콩 ‘핸드백 & 액세서리’에서 에르메스의 블랙 크로커다일 버킨이 약 2억4000만 원, 루이 비통과 슈프림이 협업한 여행용 모노그램 트렁크는 2억 원에 낙찰됐다. 또 2017년 5월 홍콩 경매에 등장한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에르메스 히말라야 크로커다일 버킨은 약 4억4000만 원이라는 아시아 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을 견고히 다진 덕에 희귀한 핸드백이 아시아에 먼저 출품되는 건 당연지사. 4개 대륙의 20개국에서 온 컬렉터가 참여해 현장 자체도 뜨겁다고 한다. 만약 핸드백 컬렉팅을 시작하고 싶다면 멀리 갈 필요 없이 가까운 홍콩으로 향하면 된다.
그렇다면 핸드백 옥션에서 스테디셀러와 요즘 베스트셀러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앞서 말한 에르메스의 버킨 . 켈리 그리고 콘스탄스, 루이 비통의 모노그램 여행용 가방(빈티지일수록 좋다), 샤넬 클래식 플랩 백은 안전한 투자처라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옥션에서 품귀 현상을 일으킬 백은 제리 창에게 들을 수 있었다. “우수한 퀄리티의 빈티지 백과 역사적인 백은 수요가 꾸준하지만 지금은 작은 미니 백, 커스텀 메이드 백, 리미티드 백이 좋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예술가와 컬래버레이션한 백과 칼 라거펠트가 남긴 유산이 더 큰 호응을 불러일으킬 거라 예상합니다.”

1888년에 제작한 루이 비통의 황동 여행 트렁크. 최종 낙찰가는 1억8000만 원이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는 버킨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나온다. 뉴욕 도심을 걷다 에르메스 쇼윈도 앞에 멈춰선 ‘캐리’와 ‘서맨사’. 서맨사가 새빨간 버킨을 가리키며 아름답다고 말하자 캐리는 네 스타일이 아니라며 의아해한다. 여기서 서맨사는 “스타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저 백을 드는 게 의미 있다”라고 반문한다. 그렇게 서맨사는 버킨을 사기 위해 에르메스 매장으로 향하지만, 직원은 웨이팅 리스트를 건넨 뒤 5년을 기다려야 한다며 버킨을 이같이 정의한다. “가방이 아니라 버킨이다(It’s not a bag. It’s a Birkin).” 비단 버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디자이너의 예술적 고뇌와 장인의 숨결로 탄생한 하이엔드 브랜드의 핸드백은 예술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 옥션에서 당당히 주요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한 핸드백, 이제 패션 아이템을 너머 소유자의 예술적 안목과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하나의 작품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