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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화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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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 <라이프>에서 정의롭고 따뜻한 심장을 지닌 기자 최서현을 연기한 배우 최유화. 그는 그만의 속도를 따라 천천히, 꿈을 더듬으며 걷는 중이다.

브라운 컬러 트렌치코트 Fendi, 구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게 자유를 주세요!”
화보 촬영장에서 최유화가 사진가에게 외친 첫마디는 명랑하고 발칙했다. 이미 촬영을 3분의 1쯤 진행했을 때였다. “그럼 마음대로 해봐요!” 사진가는 오히려 즐겁다는 듯이 쿨하게 응수했다. 정확히 그 순간부터였다. 최유화의 얼굴이 달라진 것이. 불편한 화장기를 쓱쓱 지우고 이제 진짜 나답게 해보겠다는 듯이, 최유화는 자유로워졌다. 그 뒤로 터지는 플래시 앞에서 사진가와 나머지 스태프들이 한 말은 ‘예쁘다’, ‘좋다’, ‘멋있다’ 같은 감탄사뿐이었다.
“<쎄씨> 전속 모델로 처음 데뷔했을 때 김용호 작가님은 늘 ‘네 의견 있으면 얘기해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촬영은 같이 만들어나가는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의견 내는 것에 익숙한 편이에요.”
연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8년. 그동안 주로 영화에서 조용히 제 색과 빛을 내는 배역으로 차츰 존재감을 드러내온 최유화는 최근 JTBC 드라마 <라이프>에서 최서현 기자로 대중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그동안 연기는 좋아하지만 사실 유명해지고 싶진 않았어요. 연예인으로 사는 삶이 불편하고 싫었나 봐요. 연기만 할 수 있는 삶이 아니니까. 그런데 작품 캐스팅에선 꼭 일순위가 되고 싶고. 참 아이러니하죠.(웃음)”
tvN 드라마 <비밀의 숲> 이후 단숨에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이수연 작가의 차기작 <라이프>의 캐스팅 명단은 방영 전부터 화제였다. 병원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의학 드라마지만, 최유화가 연기한 최서현 기자 역시 극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주요 배역.

앤디 워홀 작품을 프린트한 브라톱 Calvin Klein Underwear, 청바지 Levi’s.

정의롭고 따뜻한 심장을 지닌,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 최서현을 연기할 배우로 최유화를 선택한 건 이수연 작가였다. “여자가 봐도 호감형인 여자를 캐스팅하고 싶으셨대요. 여자들의 질투를 사거나 재수 없는 캐릭터 말고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는데 작가님이 생각한 캐릭터를 제대로 살렸는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역할의 경중이나 분량에 따라 배역을 욕심내는 ‘보통의’ 배우와 달리, 최유화는 늘 마음으로부터 끌리는 배역에 베팅해왔다. <비밀은 없다>의 손소라, <밀정>의 김사희, <최악의 하루>의 현경 그리고 <라이프>의 최서현까지. 모두 주연은 아니지만 최유화가 시나리오 속에서 만난, 그 역으로 분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사람들이었다. 손소라와 김사희, 현경과 최서현이 같은 배우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달리 느껴지는 까닭도 어쩌면 그가 최유화라는 배우보다 각자의 배역이 더욱 빛을 발하길 진심으로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밀정> 촬영 이후 의도치 않게 찾아온 긴 공백. 그 끝에 마주한 어두운 감정의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미국으로 훌쩍 떠난 최유화는 그곳에서 비로소 ‘최유화의 속도감’을 되찾았다. 타인의 시선을 훌훌 털고 자신의 속도에 맞게 걸어야겠다고 다짐한 덕분일까. 귀국 후 보여준 연기는 좀 더 차분하게 한 뼘 성장한 느낌이다.
“최근 이산가족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이번엔 북한 사람을 연기해보고 싶더라고요. 북한 사람을 연구하고 싶어서요. 어떤 캐릭터를 맡으면 그 사람을 연구할 수 있게 되잖아요. 할리 퀸이나 <이터널 선샤인>의 클레먼타인처럼 비주얼은 화려한데 감정이 복잡한 사람도 연기해보고 싶어요. 사실 뭐가 정말 저한테 딱 맞는 캐릭터인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웃음) 아직은 무한한 꿈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사진 곽기곤   헤어 최고(고원)   메이크업 곽혜령(고원)   스타일링 최혜련   어시스턴트 여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