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배를 들 시간
온 도시가 축제의 분위기로 들썩이는 12월엔 기세 좋은 샴페인이 딱이다.

‘펑’ 하고 뚜껑이 날아가면서 거품이 용솟음치고, 잔에 따라놓으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섬세한 기포가 피어오른다. 한 모금 머금으면 강렬한 아로마와 생기 넘치는 기포가 휘몰아치며 짜릿하면서도 깊고 풍부한 맛을 선사한다. 활기찬 에너지를 담은 술, 샴페인 얘기다. 잘 알다시피 거품이 인다고 해서 모두 샴페인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건 아니다.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에만 붙일 수 있는 이름이다. 이곳에도 샴페인을 양조하는 곳은 한정되어 있고, 병 하나하나를 2차 발효시키는 샹파뉴 방식은 여느 스파클링 와인에 비해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즉 고급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호화로운 파티나 왕실 만찬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으며 유명인사와 얽힌 이야기도 많다. 나폴레옹은 “승리했을 때 축하하기 위해 샴페인을 마시고, 패배했을 때는 나를 달래기 위해 마신다”라고 말하며 기쁨과 슬픔을 달래는 수단으로 이를 즐겼다. “여자를 아름답게 해주는 유일한 술은 샴페인이다.” 18세기 사교계의 대명사 퐁파두르 부인은 이 매력적인 술의 황금빛 기포를 아름다움과 우아함의 상징으로 여기며 환희를 느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샴페인은 기쁘거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빠지지 않는 축제의 술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들뜬 분위기에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출시한 리스트만 봐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축배를 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고 포뮬러 원 우승자처럼 굳이 흔들어 요란하게 거품을 쏟아내지 않아도 된다. 잔 속에서 천천히 잦아드는 기포를 즐기며 우아하게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오감이 즐거울 테니.

Celebration Champagne
“저는 별을 마시고 있어요.” 돔 페리뇽의 창시자 피에르 페리뇽은 첫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고 입안에서 청량하게 터지는 기포를 별에 비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지금은 이것을 돔 페리뇽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여기지만! 아리스 판 헤르펀, 제프 쿤스, 데이비드 린치 등 패션, 현대미술, 영화계의 아티스트와 협업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이며 샴페인의 예술적 가치를 높여온 돔 페리뇽이 올해는 아이슬란드 가수 비외르크(Bjork), 영국의 비디오 아티스트 크리스 커닝엄(Chris Cunningham)과 컬래버레이션한 돔 페리뇽 2006과 돔 페리뇽 로제 2004를 선보인다. 특히 돔 페리뇽 2006은 처음으로 출시하는 제품. 2006년은 변덕이 심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전반적으로 덥고 건조해 포도의 작황이 탁월하게 좋은 해였다. 돔 페리뇽 2006은 순수하고 공기처럼 가벼운 밝은 부케의 부드러움이 가장 먼저 느껴지며 미끄러지듯 퍼져나가는 풍미 속에서 샴페인의 복합성과 섬세함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땅에서 마음으로’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대지를 연상시키는 생생한 초록빛을 그대로 보틀에 담았는데, 세상에 새로운 빛을 선사한다는 의미로 빛이 반사되는 효과를 더해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 마시면 더욱 의미가 있다. 환희의 순간에 늘 함께해온 샴페인 멈(G.H.Mumm)도 빠질 수 없다.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당신 눈동자에 건배를!”이란 명대사와 함께 로맨틱한 장면을 만든 주인공이 멈 코르동 루주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를 겨루는 자동차 경주 포뮬러 원의 우승자가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에도 항상 함께했다. 한마디로 도전과 승리, 기쁨을 상징하는 샴페인인 셈. 새로운 멈 나이트 원(N°1)은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관 속 챔피언의 숫자 1과 어두운 곳에서 반짝이는 보틀 디자인만으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기분 좋은 달콤함과 우아한 풍미가 매력적이라 즐겁고 유쾌한 순간에 함께하기에 더없이 좋다. 한편 연인과 함께하는 로맨틱한 시간을 위해선 파이퍼 하이직과 루이 로드레의 새로운 빈티지가 괜찮은 선택일 듯하다. 2015년 <디캔터>에서 발표한 세계 최고 와인 35선에 포함된 유일한 샴페인 파이퍼 하이직 2006은 말린 살구, 산딸기 같은 과일 향과 구운 아몬드, 설탕에 절인 오렌지 껍질 향이 펼쳐지며 긴 여운을 남기는 제품. 프랑스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사랑을 받으며 유럽 14개 왕실의 공식 샴페인으로 인정받은 파이퍼 하이직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황제의 샴페인’이라 불리는 루이 로드레는 피노 누아의 블렌딩 밸런스가 압권인 로제 타입이 특히 희소성이 높다. 루이 로드레 크리스털 로제 2007은 무화과, 라즈베리 등 과일의 강렬한 아로마와 화이트 플라워, 캐러멜의 깊은 풍미 그리고 가볍고 섬세한 기포가 완벽한 밸런스를 이뤄 여심을 사로잡는 비장의 무기로 활용할 만하다. 희소한 샴페인을 찾는 이들에겐 볼랭제와 샴페인 자크송(Champagne Jacquesson)이 답이다. 얼마 전 영화 <007 스펙터> 개봉에 맞춰 볼랭제 스펙터 리미티드 에디션을 국내에 570병 한정 출시했다. 2009년 빈티지 샴페인으로 그랑 크뤼 포도를 100% 사용해 굉장히 풍부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맛도 맛이지만 제임스 본드의 블랙 & 화이트 턱시도에서 모티브를 얻은 댄디한 디자인의 패키지가 시선을 끄는데, 매트한 블랙 컬러가 남성미를 극대화하는 이 패키지는 차가운 샴페인 온도를 2시간 동안 유지해주는 쿨링 박스 기능을 겸해 더욱 특별하다. 나폴레옹의 웨딩 샴페인으로 유명한 자크송은 올 연말 국내에 런칭한 따끈따끈한 샴페인. 매년 순차적으로 넘버를 매겨 출시하는 제품으로 국내에는 자크송 퀴베 738이 들어온다. 3개의 그랑 크뤼 포도밭과 2개의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에서 생산한 포도만 사용해 신선도가 높고 깔끔한 맛으로 나폴레옹이 극찬한 샴페인 하우스의 면모를 확인시켜준다.
파이퍼 하이직 2006

자크송 퀴베 738

루이 로드레 크리스털 로제 2007

볼랭제 스펙터 리미티드 에디션

돔 페리뇽 로제 2004

돔 페리뇽 2006
에디터 문지영 (jymoon@noblesse.com)
사진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