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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자연 제주를 담아내다

ARTNOW

제주의 친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제로 웨이스트' 작품 세계에 대하여.

저지 소철나무 농장에서 만난 문승지. 그가 친구들과 함께 만든 공간 ‘인스밀’ 조경에 사용한 야자수가 이곳에서 왔다. 사진. 이현정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패션 브랜드 김해김과 함께 플래그십 스토어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문승지는 ‘디자이너’다. 말 그대로 무언가를 만든다. 그것이 가구일 때도, 일상용품일 때도, 예술 작품일 때도, 공간일 때도 있을 뿐. 그래서 자기 자신을 ‘가구 디자이너’로 한정하지 않는 문승지는 그야말로 종합적 크리에이터다. 그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는 건 이미 꽤 알려진 사실. 그래서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새롭고 재밌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 문승지의 이름을 알린 프로젝트는 ‘포 브라더스 체어’다. “그 당시에는 학생이었어요. 환경에 대한 막연한 관심만 있을 때였죠. 그러던 어느 날 나무 생산 공장을 방문했는데, 너무 많은 나무 쪼가리가 쓰레기로 나오는 거예요. ‘저거 너무 아까운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와 맞물려서 당시 ‘리사이클’이라는 개념이 유행하며 ‘버려진 소재를 재사용’하는 데 많은 디자이너가 몰두하고 있었는데 저는 좀 다르게 생각했어요. 왜 굳이 버려진 걸 다시 활용하려는 걸까? 애초에 버려지는 게 없으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포 브라더스 체어가 탄생했죠.” 합판 하나에서 등과 엉덩이 받침 그리고 다리까지 버리는 부분 없이 완벽하게 추출해내는 프로젝트다. 이는 결국 한 브랜드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코스(COS).
코스는 그의 이러한 디자인 철학에 공감해 전 세계 코스 매장에 포 브라더스 체어를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문승지는 디자이너로 데뷔하게 되었다. 여기서 그 특유의 솔직함이 돋보이는데, “주변에서 ‘너는 환경을 생각한 디자인을 많이 하네’ 같은 말을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듣다 보니 제 생각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조금 더 진지해진 것 같아요. ‘나는 진짜 이 세상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디자이너로서 역할을 고민하게 됐죠”라면서 결국 삶을 이롭게 하는 일을 고민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숙명임을 포 브라더스 체어를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니까 소비자와 생산자의 중간 위치에서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좀 더 나은 방법을 연구해보고자 하는 것.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만의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걸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2020년 갤러리아 광교에서 개최한 <라잇 오션!>전에 출품한 ‘플라스틱 디너’. 폐플라스틱으로 멋진 의자와 테이블 등을 만들어냈다.

‘SAMSUNG × MUN’ 비스포크 냉장고 컬렉션. ‘Just Cabinet’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냉장고를 주방 가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나의 가구로 인식하면 어떨까 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꼭 자신의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선한 철학을 가지고 디자인에 임해야 하는 걸까? 이에 대해 그는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움직이는 사람이라기보다 나 자신의 작은 디자인이 또 프로젝트가 하나하나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역할이 ‘부여’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존재가, 생각이 모여 큰 흐름을 만든다고 믿는 거죠. 당장 제가 바뀌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죠. 그들 역시 자신의 주변인에게 선한 영향을 줄 거예요. 말 그대로 ‘나’로 시작해 사회가 바뀌는 거잖아요”라고 답했다. 디자이너 문승지의 진정성은 그래서 ‘시간’에 있는 듯하다. 디자이너는 시간이 갈수록 작업이 쌓이고, 그 작업을 통해 자신을 말하는 직업이다. 그의 프로젝트가 꾸준히 같은 철학에 대해 말한다면,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문승지는 환경 문제에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승지는 더더욱 그 철학에 진심을 담지 않고는 버틸 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만큼 그에게 중요한 또 하나의 개념이 있다. 바로 ‘로컬’이다. 한동안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우리나라 로컬 브랜드라고 소개하는 것의 디자인에서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유럽을 보면 오래된 것, 전통에 대한 존중이 있어요. 자신의 할머니가 물려준 물건이라고 소개하는 걸 보면 거기서 지역적 색깔이 묻어나고 시간의 흐름이 담겨 있죠. 우리도 로컬의 의미를 그렇게 해석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로컬은 제주니까, 그걸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보게 됐죠. 그리고 무작정 덴마크로 갔어요.” 만약 한국에서 제주를 담은 제품을 선보이면, 다른 것과의 차이를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외국에서 먼저 한국성과 제주성을 인정받은 뒤 역으로 우리나라에 소개하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궁금해 덴마크의 브랜드와 손잡고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제주의 모슬·소길·한림 지역을 키워드로 골동품 시장에서 구매한 바구니나 항아리 등을 활용해 물·이끼·돌 향을 담은 디퓨저부터 제주 전통 항아리 모양을 차용해 디퓨징할 수 있는 오브제까지, 말 그대로 ‘제주의 자연과 자연스러움’을 포착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이처럼 제주의 자연과 문화는 디자이너 문승지와 그의 디자인에서 뗄 수 없는 요소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제주와 서울을 오간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한 장소에 머무르며 일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이 있지 않나. 이를 십분 활용해 그는 두 도시를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다. 서울 혹은 내륙에서는 많이 돌아다니고 보고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제주는 이를 자유롭게 풀어놓는 장소로 삼았다. 자신이 나고 자란 제주를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하는 그는 어딘지 모르게 순수하다. 제주의 자연과 고유의 로컬 문화, 이를 지키고자 그의 관심과 열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그는 지금 자신의 팀 팀바이럴스와 함께 구상하고 있는 재미난 것이 한가득이라고 했다. 앞으로 이를 조금씩 공개할 때마다 그가 얼마나 자신의 디자인에 진심인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제공 팀바이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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