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와 아르헨티나산 최고 와인 5
칠레와 아르헨티나 와인이 세계 최고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1 칠레 콜차과 밸리 아팔타 지역에서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하는 네옌의 포도밭.
2 알마비바 푸엔테 알토 2015.
재능 있는 예술가와 사업가 집단이 만났을 때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와인 산업을 들여다보면 된다. 이 두 나라는 오랜 세월 값싼 대량 와인 생산국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고급 와인을 세계 최정상의 위치로 끌어올리며 와인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제임스 서클링이 추천하는 이 지역 최고 와인 5종. 믿을 수 없겠지만 모두 완벽한 점수, 100점이다.
새로운 전설이 된 칠레
칠레는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고품질 프리미엄 와인을 대변하는 생산국이 되었다. 그중 중국이 최대 수입국으로, 중국에 들어오는 와인 4병 중 1병이 칠레산이다. 필자가 2017년 최고 와인으로 선정한 와인도 칠레산이다. 그토록 권위 있는 상을 남아메리카 와이너리가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지만, 알마비바 푸엔테 알토 2015(Almaviva Puente Alto 2015)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2년 뒤 알마비바 푸엔테 알토 2017도 100점을 받았다. 사실 지난 5년간 필자가 100점 만점을 준 칠레 와인은 9종이다. 탄탄한 구조에 균형미가 일품인 카베르네 소비뇽, 미묘하지만 풍미 깊은 시라즈와 피노 누아까지 품종의 한계도 없어 보인다. 제임스서클링 닷컴 웹사이트에 언급한 4600종 이상의 칠레 와인 가운데 3636종(약 78%)의 와인이 90점 이상을 기록했다. 300종에 달하는 와인이 95점 이상을 받았고, 47종은 지극히 예외적으로 98점 이상을 획득했다. 이 탁월한 결과의 상당수는 최근 빈티지에 해당한다. 98점 이상 받은 와인 중 2011년 이전 빈티지는 딱 하나, 비녜도 채드윅 카베르네 소비뇽 바예 데 마이포 2001(Vin~edo Chadwick Cabernet Sauvignon Valle de Maipo 2001)뿐이다. 98점 이상 받은 와인은 2017년 12종, 2016년 9종, 2015년 10종, 2014년엔 7종인데 해를 거듭할수록 최고 점수를 기록한 와인이 점점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빈티지일수록 품질이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장기간 필자의 칼럼을 읽은 독자라면 오래전부터 칠레 와인 생산자의 자질을 진지하게 주목하라고 말해온 것을 알 것이다. 칠레 와인 생산자는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색다르고 다양한 비전통적 품종과 새로운 양조 철학을 접목해 혁신적 도전에 나선다. 알마비바, 비녜도 채드윅, 클로스 아팔타, 세냐 같은 생산자가 100점짜리 와인을 소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 년 후면 완벽한 와인을 만들어내는 또 다른 이름을 틀림없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3 카테나 사파타 아드리아나 빈야드 말베크 멘도사 포르투나 테라에 2012.
4 안데스 산맥에 속한 튜푼가토(Tupungato) 산에 위치한 카테나 사파타의 아드리아나 포도밭.
아르헨티나의 상승세
아르헨티나의 사연도 칠레와 비슷하다. 과거와 비교할 때 전반적 품질 면에서 칠레만큼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으로 훨씬 더 강한 다른 와인 생산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빼어난 와인을 생산한다. 아르헨티나 와인 생산자와 포도 재배업자의 에너지 넘치는 행보를 통해 곳곳에서 질감과 구조 면에서 활기차고 견고하며 미네랄과 역동성을 갖춘 황홀한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제임스서클링 닷컴에서 다룬 아르헨티나 와인은 6000종 이상인데, 올해에만 2000종에 가까운 와인을 시음하고 평가했다. 그 가운데 5000종의 와인이 90점 이상을 기록했다. 95점 이상을 받은 탁월한 와인은 500종에 달했고, 그중 66종은 98점 이상을 받았다. 98점 이상을 기록한 와인은 하나같이 2010년 이후 빈티지로, 이는 최근 들어 아르헨티나의 와인생산과 지식이 (칠레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향상됐는지 보여준다. 다년간 아르헨티나 와인을 평가했지만, 요즘처럼 이 지역에서 만든 와인을 마시기 좋은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저렴한 제품을 다량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두고 국가적 고심을 하는 동안 맥 빠지고 맛 없는 와인 역시 계속 시장에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카테나 사파타 말베크 멘도사 아드리아나 빈야드 리버 스톤스(Catena Zapata Malbec Mendoza Adrianna Vineyard River Stones)와 체발 데스 안데스 멘도사(Cheval des Andes Mendoza) 같은 와인은 둘 다 2017년 빈티지가 100점을 받으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5 클로스 아팔타 바예 데 아팔타 2015.
6 네옌 말베크 바예 데 콜차과 에스피리투 데 아팔타 한정판 2016.
7 체발 데스 안데스. 국내에서는 2015 빈티지를 만날 수 있다.
제임스서클링 닷컴 선정 칠레와 아르헨티나산 최고 와인 5
알마비바 푸엔테 알토 2015(Almaviva Puente Alto 2015) : 100점(칠레) 담배, 블랙베리가 섞인 그윽한 향이 풍기며 돌과 꽃 향도 살짝 느껴진다. 씁쓸한 초콜릿 향기도 난다. 촘촘하게 꽉 찬 느낌을 주는 풀 보디 와인 특유의 올곧은 기개가 품격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풍미에는 카이옌 고추를 비롯한 기타 향신료와 함께 개성이 담겼다. 2014 빈티지도 좋았지만 이번 빈티지는 타닌의 결이 더욱 섬세하다. 엄청난 균형미와 조화로움을 지닌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69%, 카르메네르 24%, 카베르네 프랑 5%, 프티 베르도 2% 혼합. 병 안에서 4~5년 더 숙성되어야겠지만, 지금 마시기에도 훌륭하다.
클로스 아팔타 바예 데 아팔타 2015(Clos Apalta Valle de Apalta 2015): 100점(칠레) 커런트, 베리, 신선한 허브, 젖은 흙 향이 미묘하게 뒤섞여 있으며 싱그러운 꽃향기도 맡을 수 있다. 농밀하고 힘 있는 풀 보디 와인으로, 순수하면서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개성을 드러낸다. 격식을 갖춰 깔끔하게 빚은 와인으로 칠레의 혼이 깃들어 있다. 100점을 기록한 2014 빈티지보다 더 강력하다. 카르메네르 46%, 카베르네 소비뇽 30%, 메를로 19%, 카베르네 프랑 5% 혼합. 최고 수준의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한다. 2022년엔 더 훌륭해질 것이다.
네옌 말베크 바예 데 콜차과 에스피리투 데 아팔타 한정판 2016(Neyen Malbec Valle de Colchagua Espiritu de Apalta Limited Edition 2016) : 100점(칠레) 감칠맛과 성게, 소금, 육포의 풍미를 지닌 놀라운 말베크 와인으로 로즈메리, 요오드, 굴 향기도 풍긴다. 블랙베리와 돌 향도 나며, 짜임새가 촘촘하고 품위 있는 풀 보디 와인이다. 수령 120년 된 나무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로 생산한다. 필자는 평생 이런 풍미의 와인은 처음이다. 당장 마셔볼 것.
체발 데스 안데스 2017(Cheval des Andes 2017) : 100점(아르헨티나) 체발 데스 안데스 와인 중 역대 최고다. 과일 향과 타닌, 산도의 어우러짐이 환상적이다. 짜임새가 촘촘하고 견고하며 아름다운 깊이와 고결함을 갖춘 풀 보디 와인. 여운이 길고 조화로우면서 강렬하다. 2020년 9월 출시, 2024년 이후에 더 훌륭해질 것이다.
카테나 사파타 아드리아나 빈야드 말베크 멘도사 포르투나 테라에 2012(Catena Zapata Adrianna Vineyard Malbec Mendoza Fortuna Terrae 2012) : 100점(아르헨티나) 말베크 와인의 전형, 품종 특유의 경이로운 순수함과 투명함을 지녔다. 야생화와 돌 향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견고하면서 실크처럼 부드러운 타닌, 깊이와 신중함을 갖춘 풀 보디 와인이다. 톡 쏘는 산도, 천상에서 꿈꾸는 듯한 이 와인은 아르헨티나의 ‘라타슈’다. 3000병만 생산했다.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글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