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카이엔의 질주는 계속된다

LIFESTYLE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뉴 포르쉐 카이엔은 4년 전 첫선을 보인 2세대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다.짜릿한 스포츠 성능에 단단한 오프로더의 면모를 더 강력하게 키우면서도 탁월한 효율성까지 놓치지 않았다. 고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포르쉐의 영민한 처신이다.

1 포르쉐의 전형적인 ‘플로팅’ 4포인트 LED 주간 주행등을 탑재해 첫눈에 포르쉐임을 알 수 있다.  2 V6 트윈 터보 엔진으로 다운사이징한 뉴 카이엔 S  3 뉴 카이엔은 전체적으로 차고가 낮아졌다.

카이엔은 애초부터 성공적 모델이었다. 포르쉐 팬들의 우려와 비난도 잠시, 2002년 첫 출시 이후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내 포르쉐에 ‘돈 벌어주며 효자 노릇 톡톡히 하는’ 모델이 되었고, ‘SUV 세그먼트의 스포츠카’라는 이상을 현실로 구현했다는 찬사까지 얻었다. SUV도 오프로드를 달리는 것 말고, 도심의 온로드를 누비거나 혹은 레이스 트랙 위에조차 어울릴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통 스포츠카 메이커 포르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2010년에 나온 2세대 모델. 1세대보다 높은 판매량을 보여 포르쉐 수익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한 그 모델이 4년 만에 부분 변경되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2세대 페이스 리프트 모델인 포르쉐 2015 뉴 카이엔의 글로벌 런칭 행사가 열린 곳은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청명한 가을 날씨가 이어진 바르셀로나의 9월, 뉴 카이엔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곳은 티비다보(Tibidabo) 산 정상에 자리한 ‘그란 호텔 라 플로리다(Gran Hotel la Florida)’였다. 다운타운에서 9km 정도 달려 산길을 타고 올라가다 만난 이 호텔의 정문 앞에서 뉴 카이엔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처음 대면한 뉴 카이엔은 이전 모델보다 한층 낮고 샤프해져 스포츠카의 면모가 더 부각되었다. 전면은 바이제논으로 바꾼 헤드램프 외에 언뜻 보기에 큰 변화가 없는 듯하지만, 포르쉐 디자이너들은 뉴 카이엔의 외관이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모든 디자인 라인을 중앙이 아닌 바깥을 향하게 함으로써 더욱 와이드하고 강렬한 모습으로 완성한 것이다. 특히 두드러지는 부분은 전면 아래쪽 양 측면에 추가한 에어블레이드(Airblade)를 바깥으로 향하도록 배치한 것. 이는 냉각 공기를 인터쿨러로 효율적으로 전달할 뿐 아니라 더 확대된 면적의 그릴과 함께 디자인적으로도 매력적인 요소라 할 만하다. 그 덕분에 앞모습이 전체적으로 한층 파워풀해 보인다. 눈에 띄게 달라진 건 뒷모습이다. 납작하면서 매끄러운 선으로 완성한 후미등이 정밀한 가로 굴절선을 따라 트렁크 리드로 이어져 더욱 와이드하면서 세련된 느낌을 준다.

1 새로워진 리어 디자인으로 뒷모습이 더 안정적이면서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2 8단 팁트로닉 S 변속기를 장착했다.  3 전면 주간등과 마찬가지로 4포인트 디자인의 후미등

온로드 주행을 위한 시승차는 뉴 카이엔 S. 출장 전 서울에서 마칸 터보를 시승했는데, 오랜만에 카이엔을 타니 유난히 몸집이 크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내 포르쉐 카에서만 볼 수 있는 왼쪽 키 박스에 키를 꽂고 힘차게 그르렁대는 엔진음을 들으며 새삼스레 진짜 SUV란 이런 느낌이구나 싶다. 넉넉한 시트와 넓은 적재 공간, 강력한 힘, 편안한 승차감과 스포티한 주행 실력까지 갖췄으니 과연 포르쉐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SUV답다. 사실 이번에 선보인 뉴 카이엔은 내·외관보다 파워 트레인의 변화에 더 주목할 만하다. 카이엔 라인업 중 주력 판매 모델이 될 뉴 카이엔 S가 기존의 4.8리터 V8 자연 흡기 엔진에서 3.6리터 V6 트윈 터보 엔진으로 변경된 것이다. 6기통 트윈 터보 엔진은 마칸 터보 모델에 들어간 엔진으로, 사이즈가 더 큰 카이엔에 적용해 배기량과 실린더 수를 감소시켰다. 다운사이징으로 효율성을 높인 이 엔진은 6000rpm에서 420마력을, 1350~4500rpm에서 56.2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기존 V8 엔진의 성능을 뛰어넘는 수치다. 물론 마칸 터보보다 출력도 높다. 여기에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옵션으로 선택하면 가속 시간이 단축되어 불과 5.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니 웬만한 스포츠카와 붙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 힘과 가속도를 몸소 느껴보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호텔을 빠져나가 산길로 향하는 뉴 카이엔의 행렬. 앞차의 뒷모습을 보니 브레이크등의 변화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면의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4포인트로 이뤄진 조명 빛이 훨씬 밝고 입체적인 느낌이다. 낮고 와이드하게 바뀐 후면 디자인 덕분에 더 안정적이면서 강력해 보인다. 산 위에 자리한 호텔에서 한눈에 바라보던 바르셀로나의 전경은 시승하는 내내 뉴 카이엔의 넓은 창에 걸리며 우리를 따라왔다.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을 돌면서도 이 차는 흐트러짐 없이 안정적인 밸런스를 선보인다. PASM(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서스펜션 프로그램인 컴포트(Comfort), 스포트(Sport), 스포트 플러스(Sport Plus) 중 하나의 모드를 선택하면 각기 다른 주행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고속도로로 들어서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적은 회전수부터 힘을 고루 배분하다 속도를 높이면 폭발하듯 파워풀해진다. 그러다 다시 주위 상황을 살피며 여유롭게 움직이고 싶을 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유용하다. 앞차와의 간격에 맞춰 속도를 늦추거나, 30~210km/h의 속도 내에서 최고속도를 조절해주기도 한다. 여기에 8단 팁트로닉 S 변속기와 업그레이드된 오토 스타트/스톱 플러스 기능을 결합해 탁월한 효율성까지 선보인다. 특히 오토 스타트/스톱 플러스 기능은 반응이 더 빨라졌다. 정지하기 전 신호등에 가까워질 때부터 브레이크를 걸어 속도를 늦추면 엔진이 멈춘다. 달리고 싶을 땐 스포트 혹은 스포트 플러스 모드로 이 기능을 비활성화해 스피드를 즐기고, 신호가 많아 막히는 도로에선 센터 콘솔에 있는 버튼을 조작해 활성화하면 크고 빠른 차에서 기대할 수 없던 연료 소비량까지 줄일 수 있다.

거친 노면과 진흙 웅덩이도 거침없이 달린다.

둘째 날엔 아주 색다른 시승 코스가 준비돼 있는, 바르셀로나 근교에 위치한 러스틱한 분위기의 옛 저택으로 향했다. 다름 아닌 오프로드 시승을 위해서다. 오프로드 체험 코스는 두어 번 타본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 뉴 카이엔을 위해 포르쉐에서 준비한 코스는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전형적인 카탈로니아 지방의 건조한 적색 먼지로 뒤덮인 울퉁불퉁하기 짝이 없는 거친 노면과 좁고 불안정한 비탈길, 경사가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적으로 교차하는 언덕으로 이뤄진 지형이 이어졌다. “여기선 스티어링 휠을 왼쪽으로 완전히 꺾어서 올라가세요. 이 언덕을 내려간 후엔 바위가 있는 30도 경사의 좁은 길이 나타날 거예요.” 옆좌석에 동승한 독일인 드라이빙 인스트럭터의 코치가 쉴 새 없이 이어졌지만,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차의 성능과 안정성만 믿고 가는 길이었다. 덜컹거리며 비탈길을 지나 급격하고 가파른 코너를 지날 땐 인스트럭터가 시트 포지션을 높이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주행 상황에 맞게 차고를 총 6개 높이로 조절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을 최대한 올리고,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포트 플러스 모드로 단단하게 세팅했다. 컴포트나 스포트 모드는 이런 길을 달리기엔 너무 부드럽고 헐겁기 때문이다. 내가 탄 뉴 카이엔 터보는 4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 거친 지대를 지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힘 있고 민첩하면서 침착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 차가 도심을 비롯한 온로드뿐 아니라 오프로드에서도 강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다. 먼지를 잔뜩 일으키며 달린 탓에 온통 지저분해진 뉴 카이엔이 그렇게 든든하고 잘생겨 보일 수 없었다.
신형 라인업에서는 다운사이징 엔진을 얹은 카이엔 S뿐 아니라 카이엔 S E-하이브리드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2013년 선보인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와 슈퍼 스포츠카 918 스파이더에 이어 포르쉐가 하이브리드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단단하게 짜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카이엔 S E-하이브리드는 이전의 카이엔 S 하이브리드를 대체하는 모델로, 고급 SUV 세그먼트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출시한 건 최초다. 이 둘을 비교해보면 포르쉐가 카이엔 S E-하이브리드를 통해 달성한 기술적 진보를 엿볼 수 있다. 이전 모델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출력의 전기모터와 이미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에서 그 성능을 입증한 3.0리터 V6 엔진이 결합해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한다. 전기모터의 출력이 2배 이상 증가한 반면 연료 소비량과 CO2 배출량은 감소했다. 그뿐 아니다. 10.8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한 순수 전기 주행만으로 주행 스타일과 지형에 따라 18~36km에 이르는 거리를 달릴 수도 있다. 연료를 소비하지 않거나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도 서울 시내에서 일정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의미다.
뉴 카이엔은 벌써부터 3세대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기대를 모으는 모델이다. 포르쉐는 이 다재다능한 SUV를 통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그 성공 질주는 앞으로도 쭉 계속될 듯하다. 실용성과 강력함, 날렵함과 민첩함, 효율성까지, 그 모든 것을 놓치지 않은 SUV를 원한다면 뉴 카이엔이 정답이다. 연내 국내에 선보일 신형 카이엔은 카이엔 S와 카이엔 터보, 카이엔 S 디젤과 디젤 모델, 그리고 카이엔 S E-하이브리드까지 5개 모델이다.

에디터 이정주(프리랜서)
사진 제공 포르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