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블렌츠를 감도는 유려한 선
단색화가 다시 한번 일을 냈다. 무대는 독일, 주인공은 남춘모다.

루트비히 미술관에서 열리는 < Tchun Mo Nam, Gesture in Space >전 전경.
남춘모의 작품은 회화, 조각, 설치를 넘나들며 선을 이용해 캔버스에 입체감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부조 회화’라고 불린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대학 시절부터 화선지에 ‘선’ 하나로 공간감을 주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는 남춘모. 9월 15일까지 독일 코블렌츠(Koblenz) 루트비히 미술관(Ludwig Museum)에서 진행하는 < Tchun Mo Nam, Gesture in Space >전은 지난 10년간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활동한 작가의 1990년대 이후 대표작 총 8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그의 첫 해외 미술관 전시다.
1996년 페터 & 이레네 루트비히(Peter & Irene Ludwig)가 전 세계 문화를 교류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에 기반을 둔 루트비히 미술관은 피카소, 장 뒤뷔페 같은 거장의 전시를 열어온 터라 한국 작가의 첫 전시는 더더욱 의미가 깊다.
그래서일까? 오프닝 행사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고, 이번 전시를 위해 각별히 힘써온 루트비히 미술관 관장 베아테 라이펜샤이트(Beate Reifenscheid)도 한 시간 가까이 축사를 이어갔다. 그녀는 지난 2018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남춘모-풍경이 된 선>에서 “남춘모는 한국 단색화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신작에서는 미국의 하드에지(Hard-Edge: New Abstraction) 경향이 엿보이며, 색조를 이용할 때는 더 높은 정신성을 구현할 것이다”라고 평한 바 있다.

1Spring-Beam, Oil on Coated Fabric, 210×184×16cm, 2019
2Spring-Beam, Oil on Coated Fabric, 280×280×10cm, 2017
경상북도 영양이 고향인 남춘모는 1990년대 초 독일에 체류하면서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붓질에 매료되었고, 이후 샌프란시스코, 멜버른, 상하이 등 전 세계를 누볐다. 그런데도 여전히 작품의 원천은 고향의 산비탈과 밭고랑이 담긴 자연에 있다. 메인 공간에 자리한 대형 설치는 한국의 전통 종이 제작 방식에 기초를 두고 있다. 작가가 구상한 공간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관람객들은 중용(中庸)의 미학을 엿볼 수 있다고 평했다. 대표작 ‘Stroke Line’의 모태는 긴 막대 모양의 검은색 드로잉이다. 이 직육면체의 기다란 막대 구조가 천으로 구체화되면서 한 면이 트인 ‘ㄷ’ 자 형태의 ‘Beam’ 연작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 그가 색의 스펙트럼을 탐구하면서 흰색과 검은색의 미묘한 변조를 포기하지 않는 건 “색조는 무엇보다 눈을 이끌고 눈을 붙들어둔다”라는 칸딘스키의 말에 공감해서일 것이다.
“내 작업은 나의 마음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와 같은 향기’를 드러내고자 하는 데 있다. 향기는 분명한 물질감을 넘어 투명한 것에서 배어나는 색채감으로 표현되는 듯하다. 캔버스라는 평면 위에 공간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그 속에서 빛과 그림자를 통해 만들어지는 ‘우연’을 즐기는 것이다”라고 남춘모는 말한다. 불꽃처럼 구불거리며 올라오다 어느 순간 마음속으로 스미는 아지랑이처럼, 남춘모는 유려한 선으로 우리를 휘감는 화면을 만든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글 변지애(케이아티스트그룹 대표) 사진 제공 리안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