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엔 선물을
찰스 디킨스부터 조지 6세까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기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줬거나 받은 선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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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셰퍼드가 그린 ‘A Happy Christmas to You All’의 삽화 원본
영국인들이 가장 아끼는 삽화가 어니스트 셰퍼드(Ernest Howard Shepard)가 1946년 12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발표한 ‘A Happy Christmas to You All’이란 삽화원본. <곰돌이 푸>와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의 삽화로 이미 거장 반열에 오른 셰퍼드는 그간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들을 한데 모아 세상에 둘도 없는 종합 선물 세트를 완성했다. 어리석지만 사랑스러운 ‘푸’와 분홍 돼지 ‘피그렛’, 마음 따뜻한 생쥐 ‘래티’, 오소리 ‘배저’ 등이 각자 선물 하나씩을 들고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모여 있는 이 삽화(특히 꿀단지를 선물로 준비한 푸가 인상적이다)는 지난해 12월 열린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약 5600만 원에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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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켈리가 딸에게 준 커프링크스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1952년)로 유명한 진 켈리(Gene Kelly)가 크리스마스에 딸에게 선물한 커프링크스. 사실 이 커프링크스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진 켈리가 동료 영화인에게 받은 것이다. 빗속의 탭댄스로 할리우드를 평정한 켈리에게 그의 동료가 하늘을 나는 댄서를 표현한 순금으로 만든 커프링크스를 선물한 것. 켈리는 이 선물을 받자마자 딸에게 다시 건넸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캐주얼한 복장을 선호한 켈리의 기호 때문이라고. 2012년 여름 뉴욕 소더비 경매에 출품한 커프링크스는 약 400만 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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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가 쓴 소설 의 초판본
지난해 12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약 700만 원에 낙찰된, 영국이 낳은 위대한 소설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초판본. 인정머리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구두쇠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 유령을 만나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이 소설은 1843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처음 세상에 나와 단 하루 만에 초판 6000부가 매진되는 인기를 구가했다. 너무나도 분명한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매력인 디킨스의 소설은 지금도 여러 장르에서 패러디하고 있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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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6세가 딸에게 선물한 까르띠에 담배 케이스
영화 <킹스 스피치>(2010년)의 ‘말더듬이 왕’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조지 6세(1895~1952년)가 1949년 둘째 딸 마거릿 공주(1930~2002년)에게 크리스마스선물로 준 까르띠에의 순금 담배 케이스. 작고 얇은 파이프 담배를 즐겨 피운 마거릿 공주를 위해 조지 6세는 케이스 안에 ‘아빠가 사랑하는 마거릿’이란 수줍은 글귀까지 새겨 넣었다. 딸에게 왕이 아닌 평범한 아버지로서 사랑을 표현한 것이 인상적. 왕가의 이름으로 특별 제작해 사파이어 경첩을 달고 있는 담배 케이스는 2006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1억9000만 원에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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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프리스턴스의 삽화 ‘Dogs at Christmas in Berkeley Square’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인디펜던트>, <데일리 메일> 등 너무나 많은 유명 매체에 삽화를 그리는 당대의 삽화가 올리버 프리스턴스(Oliver Prestons)가 크리스마스 오후, 런던 버클리 스퀘어를 산책하는 행인과 강아지를 소재로 그린 삽화.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이 삽화가 결코 눈에 잘 띄는 산타클로스나 행인을 작품명으로 사용하지 않고 굳이 그들이 데리고 나온 개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다채로운 색과 둥글둥글한 선이 매력인 프리스턴스의 삽화는 지난해 봄 소더비 경매에서 약 200만원에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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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게이브리얼 로세티가 그린 ‘Christmas Carol’
지난해 12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약 81억9500만 원에 낙찰된, 19세기 영국의 화가 겸 시인 단테 게이브리얼 로세티(Dante Gabriel Rossetti)의 ‘ChristmasCarol’. 1867년에 완성한 이 작품은 당시 영국 전역을 휘감은, 아름다움을 최고의 목적으로 여긴 탐미주의 운동을 기반으로 그렸다고. 하지만 이국적인(동양적인) 얼굴과 살짝 벌린 붉은 입술, 거기에 인도풍 악기까지 든 여성을 그린 이 작품의 이름을 ‘크리스마스캐럴’로 지은 건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이 작품은 에로티시즘에 매료돼있던 로세티의 후기작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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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S. 엘리엇이 친구 아들에게 보낸 편지 뭉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영국이 낳은 세계적 시인 T. 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이 친구의 아들 톰 파버에게 보낸 편지 뭉치. 1930년부터 엘리엇이 대표작 중 하나인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집필한 6년 동안 쓴 편지엔 평소 그를 잘 따른 톰 파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엘리엇은 매년 크리스마스에 직접 편지지에 잉크로 크리스마스트리를 그려 보냈는가 하면, 파버가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땐 아버지처럼 따뜻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고. 기발하고 풍자적인 내용이 많아 T. S. 엘리엇 문학의 연구 자료로도 귀중한 이 편지 뭉치는 2005년 가을 런던 본햄스 경매에서 약 7000만 원에 거래됐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제공 소더비, 크리스티, 본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