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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빛, 천사의 도시

ARTNOW

이탈리아 최대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북부 산악 도시 볼차노

볼차노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발터 광장 전경. 매년 11월 말부터 이듬해 1월 초까지 발터 광장을 비롯한 볼차노 도시 전역에서 열린다.

흔히 알프스라고 하면 스위스를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이탈리아 역시 알프스산맥의 4분의 1 이상 면적을 영유한다. 기암괴석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자연풍광으로 서쪽의 몽블랑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이자 트레킹, 겨울 스포츠 명소로 알려진 돌로미티 지역이 이탈리아 영토에 속하며, 이탈리아 최대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볼차노는 돌로미티에 진입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다.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댄 이탈리아 최북단 알토아디제주의 주도 볼차노는 매년 연말이 되면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 수도’로 불린다. 이곳에서 1991년부터 33년째 이탈리아 최대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기 때문. 11월 말부터 이듬해 1월 초까지, 즉 가톨릭교회에서 말하는 대림절 전후에 볼차노 중심가에 위치한 발터 광장(Piazza Walther)은 과자를 굽고 와인을 데우는 향기와 색색으로 반짝이는 조명 등 크리스마스에만 경험할 수 있는 마법 같은 분위기로 가득 찬다.
중세 독일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발터 폰 데어 포겔바이데의 이름을 딴 발터 광장은 ‘볼차노의 거실’로 불리며 다양한 축제와 시민의 행사가 열리는 곳. 크리스마스 마켓 기간엔 광장 전체에 통나무로 지은 상점 70여 개가 들어서고, 그곳에서 알프스 목장에서 기른 소에서 짠 우유로 만든 마운틴 치즈와 소나무에서 추출한 방향제 등 특산품과 지역 공예 작가들이 만든 크리스마스 기념품 등 온갖 물건을 판매한다. 인접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지역과 볼차노 크리스마스 마켓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나 이탈리아답게 탁월한 미식 경험. 거리 상점에서 절인 고기와 팬케이크, 사과 주스, 슈투르델 등 볼차노가 위치한 남티롤 지역에서 이름 높은 음식과 스파클링 와인, 산타마달레나와 라그레인 등 지역 토착 와인, 그라파 등 다양한 주류를 맛볼 수 있다.

중세 독일의 서정시인으로 오스트리아 궁정에서 활약한 시인 발터 폰 데어 포겔바이데 동상.

대림절 전주 목요일인 11월 28일 오후 5시, ‘소원의 나무’라는 별명이 붙은 20m 높이의 거대한 나무 가지마다 소아 병동에 입원한 어린이와 청소년 환자들이 만든 도자기 인형과 오너먼트가 가득 달리고, 알토호른을 연주하는 선율에 맞춰 부르는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와 함께 1300개가 넘는 조명이 일제히 불을 밝히면서 올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릴 예정이다. 발터 광장을 채울 74개의 목조 상점과 더불어 인근 알치데베를로파 광장(Piazza Alcide Berloffa)에 간이 판매대 32개를 설치하고, 캄포프란코 궁전(Palazzo Campofranco) 안뜰과 그라노 광장(Piazza Grano), 무니치피오 광장(Piazza Municipio) 등 도시 전역에서 크고 작은 이벤트가 열리며, 그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골목마다 노점이 들어선다.

‘소원의 나무’라는 별명이 붙은 20m 높이의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가지마다 소아 병동에 입원한 어린이와 청소년 환자들이 만든 도자기 인형과 오너먼트가 달린다.

발터 광장에 세운 통나무로 지은 상점 70여 개에서 온갖 특산품과 크리스마스 기념품, 지역의 음식을 만날 수 있다.

내년 1월 6일까지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마켓 기간 내내 볼차노 시립 합창단과 지역 전통음악 단체 외에도 다양한 음악가와 연주단이 참여하는 130개 이상의 음악 콘서트가 펼쳐진다. 발터 광장에서는 매일 전통음악 공연이,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유서 깊은 메르칸틸레 뮤지엄(Museo Mercantile) 발코니에서 볼차노를 대표하는 음악가들의 연주회가 열린다. 11월 29일 광장 남서부에 위치한 볼차노 대성당에서 열리는 교회 음악제,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시청 스케이트장에서 선보이는 아이스쇼 〈눈의 여왕〉 역시 놓치면 아쉬울 이벤트.
볼차노 시민회관의 아름다운 홀에서는 11월 29일부터 12월 14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자신의 신작을 선보이는 북 토크 ‘책으로 이뤄진 크리스마스(A Christmas of Books)’ 아홉 번째 행사가 열린다. 볼차노 크리스마스 마켓의 다채로운 프로그램 중엔 현대미술 전시도 있다. 볼차노 기반의 아트 마케팅 에이전시 프란츠랩(FranzLAb)이 기획한 ‘천사의 도시(Citta degli Angeli)’ 프로젝트는 다양한 매체와 재료, 형태를 통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천사를 표현한 장소 특정적 작품을 도시 곳곳에 선보인다. 빛을 활용한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아티스트 카를라 카르디날레티(Carla Cardinaletti)는 부동산 투자 기업 IFI 사옥에 해 질 녘 노을을 연상시키는 붉은색으로 천사의 가벼움을 표현한 작품을 설치하고, 엘리사 그레차니(Elisa Grezzani)는 새로운 빛과 평화, 희망을 불러올 천사를 다채로운 색상의 태피스트리로 도메니카니 교회의 외부 파사드에 드리울 예정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볼차노를 방문하는 건 이 아름답고 소박한 산악 도시의 풍부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일 것이다. 행사 기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토요일, 일요일 오전 11시에는 2시간 코스로 볼차노의 역사적 명소를 둘러보는 가이드 투어가 준비되어 있으니 미리 확인할 것.

크리스마스 기념품을 감상하는 소녀. 어린이를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준비한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박정윤 (아트 어드바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