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정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영원히 늙지 않을 남자의 물건.

윈저공의 페니 로퍼
슈트의 짝이 반드시 옥스퍼드 슈즈일 필요는 없다. 뜻밖의 조합, 의외성에서 재미를 발견하는 이라면, 사진 속 윈저공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을 거다. 가지런히 빗어 넘긴 머리카락과 우아한 턴업 팬츠를 따라 그의 발끝에 시선이 머물면 페니 로퍼의 편안한 매력이 보는 이의 숨을 틔운다. 격식을 중시하는 슈트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즐기는 영국 신사의 위트란 이런거다.

1 위부터_ 동전 장식이 재미있는 페니 로퍼 Christian Louboutin, 스웨이드 소재 페니 로퍼 J.M. Weston by G.Street 494 Homme, 골드 컬러 체인으로 포인트를 준 로퍼 Tom Ford, 펀칭 디테일을 가미한 버건디 컬러 페니 로퍼 Thom Browne.
2 오묘한 색상이 매력적인 페니 로퍼 John Lobb.
3 네모난 앞코가 귀여운 인상을 주는 태슬 로퍼 Prada.
4 도톰한 짜임의 트위드 슈트, 데님 팬츠와 잘 어울리는 투박한 굽의 페니 로퍼 Paraboot by Unipair.
5 날렵한 라스트로 우아한 분위기를 더한 페니 로퍼 Louis Vuitton.
LOAFER
공들여 치장한 느낌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멋을 강조하고 싶은 날, 남자는 로퍼를 신는다. 발걸음을 따라 경쾌하게 움직이는 태슬, 가죽 위 빛나는 체인 장식, 반듯한 청년 같은 매력의 페니 로퍼는 포멀과 캐주얼의 경계를 넘나들며 영민한 활용도를 뽐낸다.

믹 재거의 코듀로이 팬츠
굵은 조직감의 코듀로이 팬츠에 크루넥 스웨터를 입은 믹 재거의 모습은 이번 시즌 프라다 컬렉션에 투영됐다. 무대 앞과 침대 위로 무수한 여성을 운집시킨 그의 파괴적인 매력조차 온순하고 포근하게 감싸는 니트와 코듀로이의 조합. 그야말로 1960년대에도 통한 ‘훈남’의 정석이다.

1 피크트 라펠로 드레시한 분위기를 살린 더블브레스트 슈트 Man on the Boon.
2 브라운 컬러 코듀로이 소재의 베레 Prada.
3 포근한 양털 안감으로 보온성을 높인 후디드 재킷 Prada.
4 숄더 패드와 안감이 없어 편안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코듀로이 재킷 Lardini.
5 끝단에 턴업 디테일을 가미한 굵은 조직의 코듀로이 팬츠 Berwich by I.M.Z Premium.
CORDUROY
지난 1월 피티 우오모와 2017년 F/W 밀라노 컬렉션을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띈 소재는 단연 코듀로이였다. 이러한 경향을 선도한 대표 컬렉션은 단연 프라다. 레트로풍 가구가 놓인 응접실과 침실처럼 꾸민 무대부터 1970년대 분위기를 짐작케 했는데, 아니다 다를까 브이넥 스웨터와 코듀로이 팬츠를 입은 오프닝 룩을 시작으로 블루종, 코트, 슈트에 이르는 대부분의 아이템을 코듀로이로 채웠다. 피티 우오모의 꽃으로 불리는 브루넬로 쿠치넬리, 신사가 사랑하는 라르디니 역시 재킷과 코트에 코듀로이를 접목했다. 벨벳 같은 은은한 광택을 취하되 낮에 즐기기에도 부담스럽지 않고, 무엇보다 지나치게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멋이 근사하다.

마이클 잭슨의 바서티 재킷
1984년은 마이클 잭슨이 그래미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8개 상을 차지한 기념비적인 해다. 그의 음악과 춤사위, 패션 스타일, 움직임 하나하나에 대중은 열광했다.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시절 마이클 잭슨도 바서티 재킷을 입었다. 자신의 이니셜 패치를 장식한 재킷과 체크 셔츠, 데님 팬츠, 페도라로 멋을 낸 모습은 당시 스물여섯 살다운 앳되고 풋풋한 느낌을 그대로 보여준다.

1 위부터_ 다양한 패치를 장식한 바서티 재킷 Polo Ralph Lauren, 블랙과 화이트 컬러의 조합이 세련된 재킷 Bally, 후지와라 히로시의 프라그먼트 디자인과 협업한 바서티 재킷 Louis Vuitton.
2 비즈와 자수 장식 타투 모티브가 재미있는 바서티 재킷 Valentino.
3 금장 단추가 고급스러운 바서티 재킷 Thom Browne.
VARSITY JACKET
지난 시즌 거리를 강타한 스카잔의 자리를 올가을 바서티 재킷이 대체할 전망이다. 일명 ‘과잠’으로 불리는 바서티 재킷은 대학 스포츠 팀의 유니폼에서 유래한 만큼 젊고 경쾌한 분위기를 발산한다. 브랜드의 이니셜을 본뜬 큼직한 패치, 고급스러운 가죽 소재 등 브랜드마다 개성 있는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폴 뉴먼의 스니커즈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완벽한 가을 옷차림으로 폴 뉴먼이 부두의 갑판 위에 섰다. 기본에 충실한 옷인데 그의 모습이 전혀 고루해 보이지 않는 건 8할이 스니커즈 덕분이다. 레이스업 부츠나 더비 슈즈도 나쁘지 않은 조합이지만, 복사뼈 부근을 맴도는 팬츠 길이에는 가벼운 스니커즈가 산뜻하게 짝을 이룬다는 것을 아마 그도 알고 있었던 듯하다.

1 브라운 컬러 가죽으로 포인트를 준 화이트 레더 스니커즈 Lardini by Shinsegae International.
2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스웨이드의 매력이 묻어나는 케임브리지 레이스업 스니커즈 Tom Ford.
3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디자인의 프리 타임 워크 스니커즈 Loro Piana.
4 화이트 가죽과 연한 그레이 스웨이드를 조합한 레플리카 스니커즈 Maison Margiela.
5 스트라이프 패턴을 가미한 스니커즈 Gucci.
6 핑크 스웨이드와 베이지색 아웃솔로 빈티지한 분위기를 더한 라스 스니커즈 Acne Studios.
SNEAKERS
양말을 신은 듯한 기괴한 생김새나 탱크처럼 저돌적인 디자인의 스니커즈가 불티나게 팔린다지만, 그럼에도 원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물건을 탐닉하는 이들 또한 존재한다. 이런 마음을 헤아린 듯 몇몇 브랜드에서 빈티지 스니커즈를 본뜬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 형태와 색으로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정갈하고 담담한 모양새와 만듦새가 오랜 친구처럼 믿음이 간다.

스티브 매퀸의 블루종
철마다 쇼핑을 했음에도 옷장이 밑 빠진 독처럼 느껴질 땐 스티브 매퀸의 모습을 참고하길 권한다. 그의 사진은 어떤 옷이 오랫동안 가치를 지니는지 저절로 학습하게 될 만큼, 그야말로 클래식의 보고니까. 스웨트셔츠와 베이지 치노 팬츠, 낡은 가죽 블루종을 걸친 모습 역시 올가을 그대로 따라 하고 싶을 만큼 세련된 멋이 담겼다.

1 코코아 파우더처럼 부드러운 브라운 컬러 스웨이드 소재가 눈길을 끄는 블루종 Polo Ralph Lauren.
2 가죽 트리밍, 양털 칼라, 퀼팅 안감 등 고급스러운 디테일로 무장한 누벅 소재 항공 점퍼 Berluti.
3 양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와인빛 송아지 가죽 소재 블루종 Loro Piana.
4 탈착 가능한 후드로 캐주얼한 분위기를 더한 누벅 소재 블루종 Ermenegildo Zegna.
5 큼직한 아웃 포켓 디테일을 가미한 네이비 컬러 항공 점퍼 Sandro Homme.
BLOUSON
도통 무엇을 입어야 할지 생각나지 않는 날엔 블루종을 떠올리자. 플란넬 울 팬츠를 입은 날도, 치노 팬츠나 청바지를 입은 날도 블루종 하나만 걸치면 멋진 분위기가 완성된다.

마이클 케인의 뿔테 안경
9월 개봉하는 <킹스맨: 골든 서클>의 포스터가 공개됐다. 벨벳 재킷으로 성장한 태런 에저턴과 슈트 위에 무톤 재킷을 걸친 콜린 퍼스. 옷차림은 서로 다르지만 커틀러 앤 그로스의 검은 뿔테 안경을 나란히 착용했다. 영국의 스파이 영화 속 검은 뿔테 안경에 담긴 메타포는 1960년 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 첩보국>(1965년), <베를린 스파이>(1966년), <10억 달러짜리 두뇌>(1967년)에서 첩보원 해리 팔머 역을 맡은 마이클 케인은 늘 묵직한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의 검은 뿔테 안경은 명석한 두뇌와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신사의 모습을 상징했다. 1960년대 영국 스파이 영화에 대한 오마주인 <킹스맨> 시리즈 속 요원들의 필수 아이템 중 하나가 뿔테 안경이라는 것은 이런 맥락과 맞닿는다. 물론 40년이 지난 지금 봐도 근사한 마이클 케인의 모습이 영감을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1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형태와 투박한 프레임이 멋스러운 안경 Cutler and Gross by Holics.
2 투 브리지 스타일의 스퀘어 프레임 뿔테 안경 Moscot.
3 가느다란 템플이 세련된 인상을 주는 하금테 안경 Verris by Optical W.
4 스퀘어 프레임의 하금테 안경 Thom Browne by Nas World.
5 라운드 프레임의 호피 무늬 뿔테 안경 Paul Smith by Luxottica.
RETRO GLASSES
니트와 트위드, 부클레처럼 포근한 옷을 즐겨 입는 계절에는 안경 역시 차가운 금속보다 따뜻한 물성의 뿔테가 잘 어울린다. 오래 착용해도 질리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택한다면 가을 남자에게 걸맞은 지적인 분위기까지 챙길 수 있을 것.

리버 피닉스의 블레이저
1990년대의 쿨 가이를 대표하는 리버 피닉스. 반항적이고 자유로운 태도는 그의 옷차림에도 여실히 녹아 있다. 그는 단정함을 상징하는 블레이저 역시 쿨하게 즐기는 법을 알고 있었다. 브라운 컬러 체크무늬 블레이저의 이너로 낡은 티셔츠와 체크 셔츠를 택하는 것처럼!

1 알파카와 버진 울, 캐시미어 부클레 소재의 재킷 Brunello Cucinelli.
2 태터솔 체크 패턴의 더블브레스트 재킷 Paul Smith.
3 치노 팬츠부터 플란넬 울 팬츠까지 두루 잘 어울리는 잔잔한 윈도 페인 체크 패턴의 재킷 Lardini by Shinsegae International.
4 넓은 라펠로 우아한 분위기를 강조한 건 클럽 체크 패턴의 재킷 Man on the Boon.
BLAZER
스타일링의 격식을 파괴하면 블레이저를 입는 것이 더욱 즐거워진다. 때로 벨벳 팬츠로 드레시한 분위기를 내거나 배기팬츠에 스니커즈로 젊은 감각을 더하라. 셔츠에 타이를 맬 필요도 없다. 1990년대 쿨 키즈처럼 셔츠 대신 티셔츠를 활용하는 것도 재미있다.

TRENCH COAT
가을마다 철새처럼 머릿속을 맴도는 트렌치코트. 하지만 대부분의 환절기 옷이 그러하듯 미리 사두긴 이른 듯하고, 살 때가 되면 입을 날이 손에 꼽혀 머뭇거린다. 올가을은 그간 로망으로 남겨둔 트렌치코트를 내 것으로 만들 꽤 적절한 시점이다. 본연의 수수하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되, 독특한 디테일과 소재, 컬러를 접목한 다채로운 디자인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 단 열흘을 입더라도 아쉽지 않을 거다. 내년에도, 10년 후에도 옷장에서 다시 꺼내 입을 수 있는 옷이 바로 트렌치코트니까.

1 슈트에 겹쳐 입기 좋은 박시한 실루엣에 짧은 길이로 선보인 트렌치코트 Brooks Brothers Red Fleece.
2 얼굴의 실루엣을 본뜬 그래픽 패턴이 모던한 인상을 주는 트렌치코트 Neil Barrett.
3 슬림한 실루엣의 네이비 컬러 트렌치코트 Burberry.
4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활용도가 높은 얇고 가벼운 소재의 트렌치코트 Boss Men.

SCARF
때로 화려한 색과 무늬를 즐기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마음을 표현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아이템이 바로 스카프다. 늘 즐겨 입는 스웨터와 코트에 슬쩍 두르는 것만으로도 옷차림이 새로워진다.

1 이국적인 아라베스크 패턴 스카프 Lardini by Shinsegae International.
2 비즈 장식을 가미한 네이비 컬러 스카프 Valentino Garavani.
3 구름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캐시미어와 실크 혼방 소재 스카프 Loro Piana.
4 모노그램 패턴 스카프 Louis Vuitton.
5 산뜻한 옐로 도트 패턴이 눈길을 끄는 스카프 Hermes.
에디터 정유민(ymjeong@noblesse.com)
사진 김흥수, 정석헌(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