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속 예술
베를린에는 전 세계 젊은이가 꼭 방문하고 싶어 하는 클럽이 있다. 베르크하인. ‘테크노 음악의 성지’인 그곳엔 음악과 청춘 그리고 예술이 있다.
2010년까지 베르크하인을 장식한 볼프강 틸만스의 추상 사진 연작 ’Freischwimmer’. 한때 이곳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통했다.
스튜디오 카르하르트(Studio Karhard)에서 인테리어를 맡았다. 자라 쇤펠트와 표트르 나탄 작품의 설치 전경 / Photo by Szu Szabo
베르크하인의 로고를 활용한 <베르크하인 | 클럽 속 예술>의 커버
베르크하인(Berghain)은 클럽으로 유명한 도시 베를린에서도 반드시 방문해봐야 할 곳으로 통한다. 2004년 오스트반호프(Ostbahnhof) 역 근처에 있는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문을 연 베르크하인은 ‘테크노 음악의 성지’로 널리 알려졌다. 독일어로 ‘산의 숲’을 의미하는 이름은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와 프리드리히샤인(Friedrichshain)의 뒷글자를 조합해 만들었다.
발전소를 클럽으로 개조했으니 그 압도적 크기는 말할 것도 없다. 1500명 정도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고. 그런데도 입장하려면 몇 시간이나 줄을 서야 하고, 줄을 선다고 다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베르크하인의 문지기이자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스벤 마르크바르트(Sven Marquardt)의 손짓에 따라 입장 여부가 결정된다. 그 기준은 아무도 모른다. 인터넷에선 ‘베르크하인에 들어가는 법’이라는 내용으로 열띤 토론이 벌어질 정도. 운 좋게 이곳에 들어간 젊은이들은 금요일 밤부터 월요일 정오까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제 몸을 맡긴다.
훌륭한 클럽의 첫 번째 조건은 좋은 음악과 공간에 걸맞은 사운드 시스템이겠지만, 베르크하인의 매력은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유럽의 가장 하드코어한 하위문화와 발레와 연극, 공연과 패션쇼 같은 고급문화가 혼재돼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에너지를 내뿜는다. 2007년 베를린 시 발레단과 협업해 ‘Shut up and Dance! Updated’라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팝 가수 레이디 가가는 새 앨범 < Artpop >을 홍보하는 장소로 이곳을 택했다.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이곳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시각예술은 더욱 빛나는 존재감을 발한다. 노출 콘크리트와 철로 마감한 마초적 공간에 유명 작가의 작품이 무심한 듯 놓여 있다. 클럽 문지기 스벤 마르크바르트와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의 사진을 포함해 노르베르트 비스키(Norbert Bisky)의 키네틱 설치 작품, 알리 케페네크(Ali Kepenek)의 사진 연작, 자라 쇤펠트(Sarah Schonfeld)의 아트 램프, 표트르 나탄(Pjotr Nathan)의 거대한 흑백 벽화 등이 베르크하인의 벽과 바닥을 장식하고 있다.
이곳을 직접 방문할 수 없는 이라면 세계적 예술 전문 출판사 하체 칸츠에서 베르크하인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펴낸 <베르크하인 | 클럽 속 예술(Berghain | Art in the Club)>을 펼쳐보자. 시각예술, 음악, 건축, 공연은 물론 인간의 몸과 정신세계를 관통하는 베르크하인의 예술적 여정이 한 권의 책에 압축돼 있다.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
사진 제공 하체 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