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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비엔날레가 말하다

ARTNOW

현대미술 트렌드를 이끄는 비엔날레가 환경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1 MNS(Mycelium Network Society), Mycelium Network Society, 2018

유튜브에 ‘스트랜드비스트(Strandbeest)’를 검색하면 현대미술의 가장 놀랍고 감동적인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현대미술가 테오 얀선(Theo Jansen)이 창조한 해변(strand)을 산책하는 야수(beest)의 모습이다. ‘해변 동물’이라고도 불리는 이 창조물은 플라스틱 튜브와 레모네이드 페트병으로 만든 거대한 작품이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생물체가 탁 트인 지평선 너머 바람이 불어오는 해변을 유유히 산책한다. 한 걸음씩 내딛는 발걸음은 기마병들의 행진처럼 보이기도 하고,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름 모를 신비한 생명체의 비밀 산책을 훔쳐보는 것 같아 숨을 죽이게 된다. 이 작품의 창작자 테오 얀선은 ‘21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별명을 가진 네덜란드 작가로, 물리학을 전공한 경력을 살려 아름다운 야수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는 네덜란드의 풍력 원리를 적용해 1990년부터 ‘스트랜드비스트’를 제작하고 있으며, 이 놀라운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기나 연료 없이 풍력으로만 작동하기에 키네틱 아트로 분류되기도, 풍력의 원리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대지 미술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오로지 재활용한 페트병과 바람(자연)의 힘으로 만들어진 야수의 존재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다.

2 Tue GREENFORT, Prototaxites, 2017~2018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는 환경 생태계를 향한 전 지구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미술계도 이에 반응하고 있으며, 환경 이슈를 재료 삼아 작업하는 작가와 작품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런 작품들이 단지 환경 이슈에 관한 시의성에 편승하는 ‘구색 맞추기식’이 아니라 한 작가의 깊은 문제의식과 오랜 리서치 과정을 수반하며 높은 수준을 갖췄다는 점이다. 이에 환경에 관한 기획과 작품을 모은 전시가 종종 열리는 건 필연적 결과다. 특히 작년과 올해에 걸쳐 대만에서 열린 ‘2018 타이베이 비엔날레’가 ‘자연 그 이후: 자연 생태계로서의 미술관(Post-Nature: A Museum as an Ecosystem)’을 주제로 발표했을 때, 적어도 그 시의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미술인은 없었을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피부에 와닿는 현상이고, 미세먼지는 나날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으며, 앨 고어(Al Gore)의 환경 재앙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은 기정사실화되었으니. 이에 타이베이 비엔날레의 주제 선정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문제를 이슈화한 발 빠르고 안전한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그다음은 주제의 직역보다는 맥락을 파악하고, 전시 콘텐츠에 집중하는 데 비평의 관심이 돌아가야 한다. 타이베이 비엔날레라고 하면 유럽의 유수 비엔날레와 비교했을 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대만 현대미술은 아시아에서 만만치 않은 역사와 위상을 갖추고 있다. < 파이낸셜타임스 > 리포트에 따르면 불과 20년 전만 해도 대만의 미술 시장은 중국 본토보다 컸고, 2000년에는 홍콩과 비등했다. 또 시대의 요구에 따라 ‘환경’을 주제로 택한 타이베이 비엔날레의 발 빠른 행보는 그 위상이 건재함을 증명한다.

3 Ingo Günther, Worldprocessor, 1988~
4 Allan SEKULA, ‘Message in a Bottle’ Chapter 5 / Version 1 from Fish Story, 1989~1995

비엔날레의 대표작이자 사진작가 앨런 세쿨라(Allan Sekula)의 ‘Fish Story’는 그가 1989년부터 1995년까지 전 세계 주요 항구도시를 직접 방문해 촬영한 사진 시리즈다. 이를 통해 해양 산업이 해안(자연) 풍경을 어떻게 변화(파괴)시키는지, 그리고 그 항구들이 변화하며 놀라울 만큼 서로 닮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대만 작가 라일라 친후이판(Laila Chin-Hui Fan)은 2016년 타이베이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Scenery Near Yuanshan’ 속 90년 전 대만 풍경에 매료됐다. 옛 흔적을 찾아보고자 그림 속 실제 장소를 찾아갔지만, 교통 체증으로 꽉 막힌 도시로 변한 걸 보며 고요함과 잔잔함이 떠들썩함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목도했다. 작가는 자신이 느낀 바를 관람객과 공유하기 위해 미술관 창문에 1928년대 타이베이 미술관 근교 풍경을 재현해 과거와 오늘날의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할 수 있는 작품 ‘Scenery Near Yuanshan: Silence and Commotion Beside the Keelung River’를 설치했다. 국공립 미술관의 의무 중 하나는 교육을 통해 대중과 현대미술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최근 미술관들이 ‘대중의 체험’이라는 콘텐츠에 얼마나 공들이고 있는지 파악한다면, 타이베이 비엔날레가 왜 이처럼 대중성을 추구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균사체의 특별한 능력을 조사하는 예술가 집단 MNS(Mycelium Network Society)도 이와 결을 같이한다. 단체 이름과 같은 작품 ‘Mycelium Network Society’는 균사체의 선천적 네크워크에서 영감을 받아 그것들이 다른 동식물과 공생하며 정보를 주고받는 능력을 보여주는 하이테크 작품이다. 작품을 설치한 공간은 마치 인공 숲 같아 관람객에게 새의 지저귐이 들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현대미술은 지금 ‘비엔날레 인플레이션’ 현상을 겪고 있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비엔날레가 몇백 개에 달한다는 리서치 결과도 있다. 이런 시국에 타이베이 비엔날레가 던진 ‘환경과 예술’이라는 주제가 얼마나 큰 경각심과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다. 그러나 다가오는 여름이 매년 두려워지는 시점에서 환경문제에 촉각을 세우는 건 생존과 직결된 이슈이기 때문이다. 독일 조각가 랄프 잔더(Ralf Sander)가 서울대학교 미술관 앞에 설치한 ‘World Saving Machine Ⅲ’를 접했을 때의 청량감을 떠올려본다. 이 작품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얼음과 물을 생산하는 조각 작품으로, 한국의 무더운 여름 시즌에 맞춰 전시됐다. 덕분에 예술이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으로도 많은 작가가 환경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거론하고, 기발하고 아름다운 관점으로 창작물을 발표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비엔날레는 환경문제를 논하는 창구로 나아갈 것이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조숙현(아트북프레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