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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중 여사의 아름다운 고집

LIFESTYLE

인도네시아 전 국회의장 악바르 탄중의 와이프이자 WITT 재단 대표로 현지 여성들에게 롤모델로 꼽히는 크리스니나 악바르 탄중 여사를 그녀의 자택에서 만났다. 대화를 나눌수록 근사한 집과 빼어난 미모를 넘어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탄중 여사의 진심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인 끄바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다며 저택 응접실에서 포즈를 취한 크리스니나 악바르 탄중 여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혼잡한 도심 속에서 40분 정도 차로 이동하면 콜로니얼 스타일의 유럽 건축양식과 전통 가옥이 조화를 이룬 한적한 주택가가 나온다. 그곳에 인도네시아 유력 정치인이자 전 국회의장인 악바르 탄중(Akbar Tandjung)의 저택이 자리 잡았다. 그의 부인 크리스니나 악바르 탄중(Krisnina Akbar Tandjung) 여사를 만나기 위해 그들의 자택을 방문했다. 그녀는 현재 인도네시아 심장 재단 ‘Yayasan Jantung Indonesia(YJI)’ 고문, 흡연의 위험성과 건강에 대한 여성의 인식을 강화하고자 설립한 재단 ‘Wanita Indonesia Tanpa Tembakau(Women Without Tabacco, WITT)’ 고문 등을 맡아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탄중 여사는 인도네시아 여성들의 롤모델이자 닮고 싶은 워너비, 아름다운 사교 명사로 통한다.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이 더욱 궁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택 입구에 도착하니 몇 명의 경비원이 반갑게 인사하며 호의를 보인다. 이국적 장식이 눈에 띄는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응접실로 이어졌다. 웅장하고 앤티크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그곳에서 차 한잔 마시며 10분 정도 기다리니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 끄바야(Kebaya)를 입은 탄중 여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초대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근황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제게는 정치인인 남편을 내조하는 게 일순위입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여러 사회 공헌 재단에서는 주로 고문 역할을 맡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저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YJI 회장으로서 다양한 행사와 기부 활동을 주도하며 매우 활발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보다 젊은 여성들이 나설 때라고 생각해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탄중 여사는 또한 인도네시아의 다채로운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데 앞장서는 비영리단체 ‘Yayasan Warna Warni Indonesia(WWI)’의 설립자이자 회장이기도 하다. 2000년에 설립한 WWI 재단은 인도네시아 전통 공연 예술과 도서 출판 및 문화 투어 패키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매력은 문화와 역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뜻이 맞는 좋은 친구들과 함께 WWI 재단을 통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미 인도네시아 곳곳을 여행하며 문화 답사도 마쳤어요. 제 고향인 자바의 문화 중심지 솔로(Solo)를 비롯해 리아우(Riau) 주, 젬베르(Jember) 시, 마두라(Madura) 섬 등 여러 지역을 둘러봤죠. 다행히 젊은 여성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어요. 앞으로도 이런 프로젝트를 계속 발전시켜 젊은 층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1 루릭 클로스(Lurik Cloth)라 불리는 중부 자바의 유니크한 전통 천 조각. 다채로운 자바 문화를 표현해 더 애정이 간다.
2 고풍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리빙룸
3 입체 회화의 대가 압둘 아지즈(Abdul Aziz)의 작품은 그녀가 특별히 아끼는 애장품이다.

1 물 흐르는 소리와 신록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시골 별장을 연상시킨다.
2 게스트를 위한 접견실이나 프라이빗 파티를 위한 다이닝룸으로 활용하는 공간
3 탄중 여사의 애장품으로 중국, 힌두와 발리 스타일이 조화롭게 믹스된 앤티크 장. 빛바랜 붉은 컬러가 멋스럽다.

인도네시아의 공식 명칭은 인도네시아공화국으로 면적은 한반도의 약 9배, 1만80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 군도 국가다. 그 때문에 수많은 민족과 종족이 각자 독자적 언어와 문화, 전통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탄중 여사는 각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양식을 직접 체험하는 건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하루 일과가 항상 타이트한 스케줄로 꽉 차 있는 그녀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저에게 집은 단순히 쉬기 위한 공간이 아니에요. 운 좋게도 저는 집에 사무실이 딸려 있습니다. 제가 설립한 사회재단 일을 함께 하는 3명의 직원이 이곳으로 출근하지요. 저희 부부가 공인이기 때문에 종종 회의나 행사, 파티를 위한 오픈 하우스로 쓰일 때도 있어요. 단순한 집 이상의 기능을 갖춘, 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특별한 공간인 셈이죠.” 그녀가 웃으며 설명했다.

탄중 여사의 집은 수많은 손님이 방문하기 때문에 공기 순환 기능에 철저히 신경 쓴 구조를 자랑한다. 높은 천장과 큰 창문, 아담한 야외 정원과 테라스가 보기 좋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높은 천장 덕에 공간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손님이 방문했을 때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편안하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탄중 여사는 공기 순환 기능을 강조한 이유를 들려줬다. 전체적으로 고향인 자바 섬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싶어 콜로니얼 스타일의 자바 건축양식을 많이 응용했다고.

틈만 나면 앤티크 숍에 들른다는 그녀의 취향에 걸맞게 집 안 곳곳에서 앤티크한 장식품을 볼 수 있었다. 저택 입구에선 화려한 벽지와 함께 장식대 위에 진열한 인형이 눈길을 끌었다. 웨스트 자바(West JAVA)에서 구입한 와양 골렉(Wayang Golek)이라는 꼭두각시 인형이다. 인도네시아의 전통 그림자 인형극 와양(Wayang)은 특히 자바에서 인기가 많은데, 주로 민속적 고전을 소재로 하지만 최근에는 현 사회를 풍자한 인형극이 각광받고 있다. 그녀의 저택을 둘러보면 앤티크 장식품 외에도 수많은 예술 작품이 눈에 띈다. 주로 인도네시아 여성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자 탄중 여사는 개인적 사연과 함께 그 이유를 들려주었다. “인도네시아 여성이 아름답기 때문이지요.(웃음) 사실 제가 아트 컬렉터는 아니지만 어떤 특정 테마의 대담한 색상이 돋보이는 예술 작품을 보면 마음이 움직여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지금은 돌아가신 입체 회화의 대가 압둘 아지즈(Abdul Aziz)입니다. 그가 제게 남긴 이 아름다운 여성 그림은 판매용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에요. 작가가 개인적으로 저에게 선물한 거라 더 애착을 느낍니다.” 그 외에 테라스에 자리 잡은 빛바랜 붉은 빛깔의 앤티크 붙박이장도 그녀의 애장품 중 하나. 중국, 힌두와 발리 스타일이 조화롭게 믹스되어 로컬 특성의 다양한 정체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인도네시아 전통문화의 뿌리를 반영하고 있다.

차이니스 터치의 모던한 끄바야와 클래식한 자바 스타일 바틱이 조화를 이룬 고급스러운 룩을 선보인 탄중 여사가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함께 가족사진을 구경하던 중, 탄중 여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느냐고 물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 테라스에서 신문을 읽고 일광욕을 하거나 아침식사를 즐겨요. 그다음엔 샤워를 하고 하루 일과를 체크하며 일을 시작합니다. 대부분 남편을 위한 행사에 참석하지만 제 재단을 위한 행사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저에겐 아름다운 네 딸이 있어요. 첫째와 둘째는 이미 행복한 가정을 꾸렸습니다. 셋째는 현재 뉴욕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고, 막내는 올해 대학 입시를 준비 중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제 남편을 위해 시간을 많이 할애해요. 이 정도면 충분히 행복하고 감사할 일이 많은, 정말 축복받은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녀의 진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답변이었다.
탄중 여사는 이처럼 사랑하는 가족만큼이나 자신의 고향인 인도네시아 자바 주에 있는 솔로 혹은 수라카르타(Surakarta)라 불리는 도시에 대한 애정 또한 각별하다. 사진이 주를 이루는 아트 북 개념의 <하우스 오브 솔로(House of Solo)>라는 책까지 집필했을 정도. 한국인에게는 조금 낯선 도시 솔로의 매력이 궁금해졌다. 무엇이 이토록 솔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게 만든 것일까? “아시다시피 저는 우리 역사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어요. 제가 태어나 자란, 고향 솔로의 역사적 배경은 정말 경이로울 정도예요. 오래전 식민지 시절에 솔로는 왕궁을 중심으로 번창했습니다. 그래서 전통과 유럽의 건축양식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옛 왕조의 수도로서 과거의 영화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죠. 그야말로 자바-콜로니얼 스타일입니다. 역사를 품은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 매혹적인 전통 춤과 악기 및 공예품, 요리 체험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이 가능한 자바 섬의 문화 중심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불교 사원인 보로부두르 사원과 아름다운 힌두교 사원 프람바난 사원은 솔로의 대표적 유적지로 이 두 곳만으로도 솔로를 방문할 이유는 충분한데, 탄중 여사의 말을 들으니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여유롭고 한적한 풍경이 매력적인, 전통적 농촌 도시 솔로를 찾는다면 탄중 여사가 운영하는 B&B를 방문해보자. 단순한 숙박업체가 아니라 예술품 전시와 전통 음악 가믈란(Gamelan), 전통 춤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의 집(cultural house)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탄중 여사가 이 모든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인도네시아 전통문화를 지키고 역사를 보존하는 데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 진실되게 감사할 줄 아는 그녀이기에 앞으로 활동까지도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에디터 고현경
장은정(라이프스타일 저널리스트) 사진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