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중앙화 디지털 커뮤니티 란
관리자없이 조직원들이 의사결정하는 디지털 커뮤니티.

DAOWO의 ‘Playbour: Work, Pleasure, Survival’ 전경. Courtesy of Furtherfield Photo by Pau Ros
탈중앙화 자율 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DAO)은 중앙 관리자 없이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구성원들이 조직의 운영과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탈중앙화 디지털 커뮤니티다. 조직에 필요한 규칙을 블록체인상의 코드로 정해놓고 자체 발행한 토큰으로 구성원에게 의결권을 부여,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목표를 두고 자원을 모아 창출한 가치를 공유하는 수평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로, 중앙집권적 주체의 개입이나 국경의 제한 없이 누구나 접근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목표를 위해 신속하고 유연하게 조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웹 3.0*의 핵심 커뮤니티 모델이자 중앙화 조직이 지닌 한계를 해결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디파이*, 투자, 컬렉팅, 소셜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크립토 시장*의 새로운 지형, 아트 DAO
보수적이고 위계질서가 강한 미술계에서도 DAO의 흐름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소더비 옥션에 등장한 미국 헌법 초판본을 낙찰받기 위해 결성한 컨스티튜션 DAO(Constitution DAO)에 약 1만7000명이 참여해 총 967이더리움(ETH), 당시 기준 약 430만 달러의 금액을 모아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간송미술관이 내놓은 국보 ‘금동삼존불감’을 헤리티지 DAO(Heritage DAO)가 약 25억 원에 매입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개인이 구매하기 힘든 값비싼 예술품을 공동 구매해 소유하는 컬렉터 DAO 외에도 투자, 교육, 소셜 또는 집단적 큐레이션을 목적으로 결성한 다양한 아트 DAO가 있다.
DAO는 투명하고 개방적인 작품 거래를 유도할 뿐 아니라 직접 작가를 발굴해 지원하며 함께 성장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에 많은 아티스트와 기관이 크립토 생태계를 새로운 기회와 소통의 장으로 삼아 기존 작업 방식이나 제도적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DAO가 크립토 시장과 미술계에 가져올 새로운 커뮤니티 문화를 기대하며 올해 주목받은 아트 DAO를 살펴보고자 한다.

DAOWO의 ‘DIWO-Do It With Others’ 그래픽. Courtesy of Furtherfield
Pleasr DAO는 NFT 아트를 중심으로 등장한 컬렉터 DAO로 디파이 리더, 초기 NFT 아트 컬렉터, 아티스트로 구성된 집단이다. 지난해 3월 NFT 거래 플랫폼 파운데이션(Foundation)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피플플리저(Pplpleasr)의 NFT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결성했다. 총 310이더리움(약 52만 달러)을 모아 낙찰에 성공한 후 $PEEPS 토큰을 발행, 커뮤니티를 공식적으로 설립했다. 이후 미국의 전설적 힙합 그룹 우탱 클랜(Wu-Tang Clan)의 앨범
Heritage DAO는 싱가포르 기반 탈중앙화 플랫폼 ‘크레용.파이낸스(Crayon.Finance)’의 첫 번째 DAO 프로젝트다. 웹 3.0의 탈중앙화 기술로 문화유산을 수집, 보존, 공유, 향유하는 방식을 혁신하고자 설립했다. 지난 3월 간송미술관이 K옥션에 내놓은 국보 73호 ‘금동삼존불감’을 25억 원에 매입, 소유권의 51%를 다시 기증하는 방식으로 미술관 측에 영구 기탁하며 국보를 낙찰받은 최초의 DAO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첫 번째 PFP NFT 프로젝트 하이 늘보 소사이어티(High Sloth Society, HSS)를 도입해 HSS 클럽 멤버 1만 명을 모집하고 있다. HSS는 DAO와 함께 한국을 시작으로 세계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커뮤니티 문화를 구축하고자 한다. HSS 클럽 멤버에게는 문화유산과 관련한 의사 결정권과 특별 향유권, 국보를 모티브로 한 온·오프라인 전시 관람 기회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aGENDAdao는 백인 남성 중심의 NFT 시장에 대항하고자 지난해 8월에 트랜스·논바이너리* 아티스트들이 모여 결성한 그룹. 다양한 인종과 배경 및 성적 지향을 지닌 크리에이터들이 모인 aGENDAdao는 아티스트 커뮤니티이자 소셜 클럽으로 NFT 시장에서 조명받지 못한 여성과 논바이너리 예술가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홍보하며, 디지털 커뮤니티 구축을 통해 그들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별도의 비용이나 절차 없이 커뮤니티의 소셜 이벤트에 참여해 $GENDA 토큰을 받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 운영 방침을 따른다. 이처럼 aGENDAdao는 모두가 참여하는 웹 3.0의 정신을 표방하며,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크리에이터 DAO로 크립토 생태계의 다양화를 모색하고 있다.
Friends with Benefit DAO는 웹 3.0의 비전을 공유하는 사상가, 개발자, 크리에이터, 아티스트 등으로 구성된 소셜 클럽으로 크립토 세상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다. 크립토와 문화 예술의 교차점에서 크리에이터의 유동적이고 개방적인 창조 경제를 지원하고자 설립했다. 창작 활동을 돕기 위해 웹 3.0 기술 툴과 협력 인프라를 제공하며 웹 3.0계의 대표적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이자 창작 스튜디오로 기능한다. 지난해 9월에 설립한 이래 현재 6000명 이상의 $FWB 토큰 홀더가 참여했으며, DAO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웹 3.0 생태계에서 창의성과 노동력을 겸비한 자원을 모으고 양성할 뿐 아니라 크리에이터를 연결하고 지식과 자원을 유연하게 분산, 융합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 향후 크립토 예술계를 이끌어나갈 DAO 모델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DAOWO Global Initiative는 기존 예술 제도를 해체하고 블록체인 기술이 구현하는 탈중앙화 자율 조직을 통해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런던 괴테인스티튜트(Goethe-Institut), 퍼더필드(Furtherfield),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가 협력한 글로벌 교육 시리즈다. 2021년 1월부터 3월까지 베를린, 홍콩, 요하네스버그, 민스크에서 조직된 여러 다오를 모아 설립했다. 그동안 미술계가 NFT 아트로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이 DAO는 ‘함께 일함(Working with Others)’의 줄임말인 WO라는 이름처럼 크립토와 DAO의 거버넌스 인프라를 통해 아티스트, 문화계 종사자, 블록체인 기업가를 지역 커뮤니티, 기관, 기업과 연결해 예술의 새로운 시스템과 접근 방식을 모색한다.
*거버넌스(governance) 공동의 목표를 이루고자 주어진 자원과 환경의 제약 안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
*웹 3.0(Web 3.0) 탈중앙화 기술 기반 차세대 웹. 참고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얻는 것은 웹 1.0, 참여・공유・개방 플랫폼으로 정보를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것은 웹 2.0이다.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을 뜻하며 관리자 없이 블록체인의 스마트 콘트랙트에서만 작동하는 금융 서비스.
*크립토 시장(Crypto Market) 암호화를 뜻하는 용어 크립토와 마켓의 합성어. 암호화폐가 유통되는 디지털 자산 시장을 뜻한다.
*논바이너리(non-binary) 기존의 젠더 이분법에 따른 제약을 벗어나고자 만든 개념. 자신의 성을 기존 사회의 규정대로 정의하지 않는 것.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글 오주영(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