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평창 동계 올림픽은 우리나라 동계 스포츠 역사에 여러모로 거대한 획을 그을 전망이다. ‘최초’에 도전하는 한국 선수들을 소개한다.

원윤종·서영우(봅슬레이)
원윤종과 서영우는 봅슬레이 불모지인 한국의 열악한 환경을 딛고 아시아계 최초로 세계 정상을 밟아본 입지전적 듀오다. 성결대학교 체육교육과에 다니며 교사를 꿈꿨지만 우연히 본 ‘썰매 국가 대표 선발전’ 포스터에 의해 인생이 바뀌었다. 두 사람 모두 봅슬레이 때문에 체중을 100kg대로 늘렸고, 매일 체력 훈련을 하며 스타트 기록도 꾸준히 단축시켰다. 처음에는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외국 선수들이 타던 썰매를 중고로 구입해 썼지만 점점 기록이 향상되고 정부, 기업, 연맹의 후원에 힘입어 결국 2015~2016년 시즌 월드컵 5차 대회에서 아시아계 최초로 금메달을 추가하며 세계 순위 1위를 찍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 이들에게 남은 최종 목표는 한국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다.
윤성빈(스켈레톤)
스켈레톤 선수 윤성빈은 대한민국에 혜성처럼 나타난 보배다. 그의 커리어가 곧 한국 스켈레톤의 역사다. 스켈레톤에 입문한 지 3개월 만인 2012년 9월 태극 마크를 단 그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16위를 기록한 후 계속 성장해 2015년부터는 3위 안에 들더니 2015~2016년 7차 월드컵에선 금메달까지 땄다. 10년간 철옹성의 자리를 지킨 ‘스켈레톤의 우사인 볼트’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를 제친 것이다. 이후 월드컵에서 금·은·동메달을 꾸준히 수확한 그는 작년 11월에 시작한 평창의 전초전인 2017~2018년 시즌 월드컵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두쿠르스와의 격차를 계속 좁히고 있다. 명실공히 세계 최상위권의 기량을 보여주는 유력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다.
이상호(스노보드)
그간 설상 종목은 한국이 결코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이었다. 북미와 유럽 국가들의 두터운 선수층과 지원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던 게 사실. 그런데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설상 종목에서 메달을 바라보게 됐다. 그 주인공은 ‘배추보이’ 이상호다.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강원도 정선군에서 자란 그는 일곱 살 때 배추밭에서 진행하는 스노보드 강습을 보곤 아버지를 졸라 스노보드를 배웠고, 그것이 지금 그의 인생 목표가 됐다. 2014년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2위에 오른 이상호는 2017년 2월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 2개를 한국에 가져왔고, 3월에는 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최초로 은메달을 따냈다.
이상화(스피드스케이팅)
빙상 여제.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선수의 별명이다. 한국은 전통적 빙상 강국이지만 모든 메달이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왔다. 그러던 중 이상화의 등장으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도 한국의 텃밭이 되었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2연패한 이상화는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리스트 중 한 명이다. 만약 이번에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동계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3연패를 달성한 한국 선수로 기록된다.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서도 올림픽 3연패는 미국의 보니 블레어 선수뿐이다. 이상화의 최대 경쟁자는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과연 이상화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스케이팅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에디터 전종현(harry.jun@noblesse.com)
디자인 임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