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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카, 테크놀로지의 존재감을 입증하다

LIFESTYLE

영국에서 온 아티스트 트리오 트로이카는 인간과 매우 밀접한 사이인 과학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예술 작품으로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무형의 과학기술에 구체적 형상을 부여한 이들의 작품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Persistent Illusions, Rope, motors, aluminium, 560cm(DIA)x250cm(H), 2013

3개월 동안 19만 명이라는 놀랄 만한 관람객 동원 기록을 세운 대림미술관의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이 막을 내리고 흥행 연타석을 이어갈 아티스트로 누가 선정될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던 차, 영국 아티스트 트리오 트로이카(TROIKA)의 전시가 내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보도 자료에 담긴 짧은 소개와 이들의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해도 아직은 신인 아티스트에 가까운 트로이카가 이처럼 큰 규모의 전시회를 열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영국 왕립 예술학교에서 만나 함께 공부하다 자연스럽게 작품 활동을 함께 하게 됐는데 벌써 10년이 지났다는 트로이카는 독일 출신인 에바 루키(Eva Rucki)와 코니 프라이어(Conny Freyer) 그리고 프랑스 출신 세바스티앙 노엘(Sebastien Noel)이 모인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그룹이다. 런던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이들과 대림미술관의 인연은 2010년, 트로이카가 그해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해 만든 조명 설치 작품 ‘폴링 라이트(Falling Light)’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천장에 설치한 특수 LED 조명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마치 수면 위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양으로 전시장 바닥에 닿으면서 독특한 시각적 체험을 제공한 이 작품이 젊은 감각을 지닌 아티스트를 찾고 있던 대림미술관의 눈에 들어왔다.

그 후 4년이 흐른 지금 트로이카는 4월 10일부터 10월 12일까지 6개월 동안 대림미술관에서 <소리, 빛, 시간 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시간 Persistent Illusions>라는 제목으로 그들이 지금껏 치른 어떤 전시보다 큰 규모의 전시회를 연다. 그들의 대표작은 물론 신작 ‘The Sum of All Possibilities’도 세계 최초로 공개해 트로이카의 작품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명하는 전시가 될 예정이다. 2010년 상하이 월드 엑스포 영국관 대표로 참여하고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 테이트 브리튼, MoMA 등에서 작품을 영구 소장하면서 유명세를 얻은 아티스트 트리오, 트로이카. 전시 오픈을 앞두고 한창 마무리 작업에 여념이 없는 이들에게 물었다. 도대체 서울에서 어떤 전시를 보여주고 싶은 건가요?

1 Electroprobe Installation #5, Various electronic objects, speaker, acrylic,aluminium, electronic components, 410cm(DIA)x170cm(H), 2014
2 Arcades, Lenses, lights, aluminium, steel, 247x600x315cm, 2012
3 The Sum of All Possibilities Painted wood, nylon, aluminium, motor, 230cm(H)x150cm(DIA), 2014

트로이카 안에서 각자 맡은 역할이 있나요? 서로 특기가 다를 것 같은데요.
세바스티앙 우선 저는 다 합니다. (웃음)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엔지니어링, 포토그래피 등 모두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각자 전공에 해당하는 부분을 더 잘 보고 의견을 제시하죠.
코니 이건 우리의 삶이에요. 하나의 아이디어를 놓고 같이 작업하다가 스튜디오를 떠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도 항상 커뮤니케이션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죠. 당연히 다툴 때도 있지만, 그래서 진중한 비판을 할 수 있는 토론이 중요해요.

트로이카를 키네틱 스컬프처 아티스트 그룹이라고 소개하는 기사도 봤는데 주로 어떤 장르를 추구하나요?
코니 아니에요. 우리는 그림, 조각, 설치미술 등 여러 미디어를 활용하는 컨템퍼러리 아티스트입니다.
세바스티앙 우리의 생각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표현 수단을 그때그때 결정하죠. 모든 작품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우리 생각을 전달하는 데 가장 적절한 미디어를 정하는 것은 아주 중요해요.

하지만 아티스트가 각자 선호하는 미디어는 있게 마련입니다.
세바스티앙 사람들이 가장 자주 묻는 것 중 하나가 왜 과학기술을 이용하느냐는 겁니다. 과학기술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상에서 언제나 접하는 삶의 일부죠. 과학기술이 멋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툴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트로이카는 과학기술과 아트에 경계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세바스티앙 그렇지 않습니다. 경계는 있지만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의 구분을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한 작품도 이미 세상에 있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우리의 생각을 담아냈습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에바 작품을 만들 때 나무, 페인트, 공구, 연필 등이 필요하듯 테크놀로지도 그런 도구 중 하나일 뿐이에요.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한국 관람객에게 낯선 장르일 수도 있습니다. 흥행에 대한 책임감이나 부담 같은 건 느껴지지 않나요?
에바 전혀요.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해왔고, 이번 전시도 우리가 보기에는 충분히 괜찮은 것 같습니다.(웃음)

전시 제목인 ‘Persistent Illusions’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로 붙인 건가요?
세바스티앙 우리 작품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 세상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접근하는 방식은 세상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입니다. 과학, 종교, 예술 등이 모두 연결된 이 세상에서 그것들이 연결되는 맥락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이 세상에 영원한 믿음과 신념의 공간이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 하는지도 모릅니다.

영원한 믿음과 신념의 공간 또한 일종의 일루션이라는 말로 들려요.
세바스티앙 일루션은 현실과의 부조화입니다. 우리는 현실과 완벽한 진실을 상징하는 과학을 바탕으로 환상을 만들고 그것이 영원히 살아 있게끔 합니다. 그것이 바로 ‘Persistent Illusions’입니다. 코니 개개인의 생각이 사회의 시각과 섞여서 우리의 눈을 가리고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유도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열어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죠.

트로이카의 작품은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 같습니다. 과학이라고 하면 과학이 되고, 아름다운 예술로 받아들이면 예술이 될 것 같아요.
세바스티앙 똑같은 기술이라도 산업과 우리가 사용하는 방식은 개념이 다르다는 것에 집중해주면 좋겠어요. 산업은 과학기술을 대량생산 등에 활용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듭니다. 일례로 우리 작품 중 ‘Falling Light’나 ‘The Weather Yesterday’에 적용한 과학기술은 엔지니어가 그 기술을 개발한 의도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트로이카의 대표작 ‘The Weather Yesterday’를 앞에서 감상하면 예술 작품이지만 뒷면을 보면 무척 정교한 기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히드로 공항에 설치된 ‘Cloud’도 그렇고 트로이카의 작품은 LED, 알루미늄, 파이프 등 차가운 질감의 금속으로 우리에게 자연의 정서를 전달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코니 뒤쪽의 복잡한 기계도 이 작품의 일부분입니다. 지구 반대편 캘리포니아에서 날씨 신호를 받아와 작품에 전달합니다. 이건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고, 테크놀로지를 집약한 작품이죠. 이런 질문이 재미있어요. 우리는 매일 일상에서 테크놀로지에 둘러싸여 있지만 막상 그것을 볼 수는 없죠. 모두 가려져 있으니까요.

빛이 물방울처럼 떨어지고, 바람의 움직임을 재현한 듯한 트로이카의 작품을 보면 어린 시절 물놀이를 하던 기억, 햇살이 쏟아지던 잔디밭 같은 것이 떠올라요. 이런 작업을 시작하게 한 첫 번째 영감은 무엇이었나요?
에바 우리의 영감은 마치 퍼즐과 같습니다. 어느 것 하나에서 영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책이나 신문을 읽다가, 철학자나 과학자와 이야기하다가 문득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우리 삶을 둘러싼 모든 곳에서 영감을 받는 거죠. 모든 것은 궁금증에서 시작합니다. 세바스티앙 과학은 대량생산의 원동력이 되긴 했지만 세상의 많은 숭고한 존재에 대해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할 시점입니다. 과학이라는 큰 주제를 예술과 어떻게 융합하느냐에 대한 우리만의 해석입니다.

그렇다면 3명이 함께하는 트로이카의 미래는 어떻게 해석하세요?
세바스티앙 우리는 항상 토론하고 때론 대립할 때도 있지만 항상 잘 해결하고 있습니다. 동화 속 왕자와 공주처럼 영원히 행복할 거예요.(웃음)

에디터 고현경
사진 이영학(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