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탄다
덩치 큰 차가 우리 가족에게 주는 몇 가지 기쁨.
볼보 올 뉴 XC90
한 남자가 말한다. “나이 들면서 여자를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예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30대가 되니 외모도 중요하지만 현명한 여자를 찾는다고 덧붙인다. 이상형뿐 아니라 식습관이나 취미도 해가 다르게 조금씩 바뀐다. 자동차를 고르는 기준이라고 다르지 않다. 20대엔 날렵한 세단에 눈길을 주다 30대가 되면 둔해 보여도 몸집 큰 SUV를 곁눈질하기 시작한다. 나보다 가족을 위한 차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데리고 다녀야 하고, 그렇다 보니 짐을 넉넉히 실어야 하고, 여행에도 적합해야 한다. 물론 오프로드를 내달리며 강인한 매력을 뽐내고 싶은 이라면 가족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SUV를 선택하지만 대체로 SUV는 패밀리 카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얼굴을 내미는 대형 SUV는 패밀리 라이프스타일을 정조준한다. 볼보 올 뉴 XC90, 닛산 패스파인더, 아우디 뉴 Q7, 그리고 하반기 출시 예정인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S까지. 7인승 대형 SUV 신차 군단은 단순히 크기만 한 게 아니라 엄마와 아이의 안전을 고려하고 기능성을 강화해 다재다능한 패밀리 카로 거듭나고 있다. 신차를 중심으로 가족에게 어필하는 요즘 대형 SUV의 재주와 능력을 살펴본다.
아우디 뉴 Q7

아우디 뉴 Q7의 넓은 트렁크
엄마의 손과 발에 자유를
요즘 패밀리 카의 개념은 아빠와 엄마를 모두 만족시키는 차다. 사실 운전대를 잡는 시간은 아빠보다 엄마가 많을지 모른다. 엄마는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거나 장 보러 마트에 갈 때도 차를 이용한다. 패밀리 카를 여자의 관점에서 선택하는 게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런 면에서 편리한 주차 기능은 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아우디 뉴 Q7의 새로운 자동 주차 시스템은 주차에 취약한 여성 운전자에게 제격이다. 12개의 초음파 센서가 주차 공간과 도로 폭을 측정하고 현재 차량의 위치를 계산하는데, 전·후방 직각 주차와 후방 일렬 주차까지 가능해 혼자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점찍어둔 공간에 들어간다. 볼보 올 뉴 XC90도 마찬가지. 자동 평행 주차만 가능하던 기존의 파크 어시스트 파일럿을 업그레이드해 직각 주차까지 능숙하게 해낸다. 자동 주차 기능은 아니지만 닛산 패스파인더엔 어라운드 뷰 모니터 시스템이 있다. 주차 모드를 작동하면 8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 주변을 360도로 볼 수 있는데, 사각지대까지 확인하며 안전하고 정확하게 주차할 수 있다. 외출할 때 챙겨야 할 짐이 많은 엄마에겐 손을 대지 않고 트렁크를 여는 자동 오픈 기술도 유용하다. 뉴 Q7과 올 뉴 XC90은 후면 범퍼 아래쪽에 발을 대면 문이 열리는 방식을 도입했다. 반응 속도가 빠르진 않지만 아이를 안거나 짐을 들고 무거운 테일게이트와 씨름하지 않아도 된다.
볼보 올 뉴 XC90의 2열 시트
아이의 안전지대
안전제일주의를 지향하는 이들이 SUV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듬직한 몸집만 봐도 온 가족을 지켜줄 것 같은 포스를 풍긴다. 여기에 아이를 배려한 기능까지 담았다면 패밀리 카로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카시트는 필요충분조건. 보통 뒷좌석에 장착하는 카시트는 탑승 인원이나 짐의 양에 따라 떼었다 붙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카시트를 고정하기 위해 안전벨트를 이리저리 묶는 일은 꽤 번거롭다. 특히 대형 SUV는 2열과 3열의 시트 움직임이 많아 카시트를 고정하는 게 적잖이 부담스럽다. 닛산 패스파인더는 카시트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2열 좌석을 이동할 수 있는 래치 & 글라이드 기술을 적용했다. 시트를 완전히 접고 짐을 싣는 경우가 아니라면 카시트를 뗄 일이 없어 한층 편리하다. 아이가 자라 유아용 카시트를 졸업한다고 해도 좌석에 홀로 앉는 건 위험하다. 어른에게 적합한 높이로 설치한 안전벨트를 체구가 작은 어린이가 매면 목을 조르는 듯한 어정쩡한 상황이 연출된다. 세계 최초로 시트에 어린이용 부스터 쿠션을 적용해 주목받은 볼보는 올 뉴 XC90의 2열 시트에도 이를 똑같이 도입했다. 어린이가 타면 쿠션을 올려 키 높이에 맞추고 안전벨트를 단단히 맬 수 있다. 어린이용 카시트를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의 안전까지 보장하니 일석이조다.
닛산 패스파인더
기능적인 실내 공간
7명을 태울 정도로 덩치가 크니 실내 공간이 여유로운 건 당연하다. 관건은 넉넉한 공간을 기능적으로 잘 나누었는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지다. 보통 3열로 구성하는 7인승 대형 SUV는 맨 뒷좌석에 앉으면 앞사람 머리나 헤드레스트가 시야를 가린다. 볼보는 사소할 수 있지만 이런 세심한 부분을 신경 써 올 뉴 XC90의 1열부터 3열까지 시트 높이를 모두 다르게 설치했다. 뒤로 갈수록 시트가 높아지는 극장식 배열 구조를 차 안에 들인 것. 그 덕분에 맨 뒤에 앉아도 시야가 탁 트여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닛산 SUV 중 가장 큰 패스파인더는 동급 세그먼트 중에서도 실내 공간이 널찍한 편. EZ 플렉스 시팅 시스템을 통해 2열 시트를 앞뒤로 최대 140mm까지 밀고 당길 수 있다. 3열에 아무도 앉지 않는다면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앞으로 바짝 당기면 3열로 탑승하기 수월하다. 2열과 3열 시트를 둘 다 접으면 자전거, 서프보드 같은 부피 큰 물건도 가뿐히 들어갈 정도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S
운전의 반전 재미
앞서 설명한 것처럼 SUV를 선택하는 이유는 짜릿하게 달리는 맛보다 여유로운 공간과 안전성을 우선순위로 꼽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파워풀한 주행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325kg에 달하는 혹독한 다이어트에 성공한 아우디 뉴 Q7은 좀 다르다. 살을 쪽 빼니 몸놀림이 한층 가볍다. 대형 SUV라는 사실을 깜빡할 정도로 빠르게 튕겨나가며 가볍게 속도를 올린다. 기존 모델에 비해 출력은 줄었지만 효율이 높아져 272마력에 11.4km/ℓ라는 꽤 괜찮은 연비를 기록한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S도 성능과 효율 면에서 또 하나의 기대주.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S 400 4매틱,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S 500 4매틱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출시하지만 그중에서도 더 뉴 메르세데스-AMG GLS 63 4매틱은 AMG 모델답게 585마력에 이른다. 이전 모델보다 28마력 상승했음에도 연료 소비량은 그대로라는 정보에 귀가 솔깃해진다. 고성능 스포츠카가 뿜어내는 파워풀한 주행 능력을 커다란 덩치의 7인승 SUV로도 느낄 수 있다. SUV를 타면서 정숙성과 승차감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면 3.5리터 가솔린엔진을 탑재한 닛산 패스파인더가 이를 해소해준다. 육중한 무게에도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경쾌하게 치고 나가며 가솔린엔진 특유의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감을 선사한다.
에디터 | 문지영 (j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