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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예술이 만나면

LIFESTYLE

프리즈가 쏘아 올린 서울 아트 위크가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예술과 패션이 함께한 가치 있는 행보를 모았다.

LOEWE
2023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이재익 작가의 특별전 가 까사 로에베 서울에서 공개됐다. 프리즈 위크 서울 2024 공식 프로그램인 이번 특별 전시에서는 한국 전통 달항아리와 추상적 생명체를 모티브로 한 기존 작품뿐 아니라 로에베와 특별히 협업한 가죽 브로치 컬렉션 10점도 새롭게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고유의 공식을 바탕으로 고유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오브제를 만드는 것,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대화를 만드는 것이 바로 공예입니다”라고 언급한, 예술 발전에 기여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의 철학과 교집합을 이룬다

이재익 작가.

이재익 작가의 트랜지션 작품 시리즈. 왼쪽부터 트랜지션 레드, 트랜지션 무타티오, 트랜지션 그래프트.

 Interview  with JAIIK LEE
전시 타이틀 ‘Shape of Life’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래전부터 ‘생명체의 진화와 변이’에 집중해왔다. 물고기의 유선형과 세포 모습, 동물 화석, 장기의 다양한 형태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하나의 생명체이기에 작업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의미와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실패와 성공, 사회적 경험 같은 보편성이 깔려 있다.
금속이라는 소재의 한계를 깨뜨린 작품의 형태와 컬러가 눈에 띈다. 작품의 재료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사실 재료를 직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몇 년 전, 20년 동안 작업해온 금속이라는 물성에서 한계를 느꼈다.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하다 도자기 안료를 금속 표면에 코팅해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적용했고, 지금까지 금속으로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계속 도전하고 있다.
추상적 생명체를 모티브로 한 작품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가? 서울 출신이 지만, 여섯 살 때 1년 동안 포항에서 살았다. 그때 바닷가에 줄지어 있던 횟집 수족관이 영감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이후 집 안 벽지에 크레용으로 물고기를 그렸고, 지금도 노트 한쪽에 알 수 없는 미지의 생명체를 그리곤 한다.
로에베 가죽으로 직접 만든 브로치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지난해 5월, 로에베 재단 공예상 파이널리스트 자격으로 뉴욕 노구치 뮤지엄에서 열린 세리머니에 참석했다. 특별한 날을 위해 직접 만든 가죽 브로치를 착용했는데, 행사 도중 로에베 가죽 공예 디렉터가 브로치에 관심을 보였다. 행사 직후 자연스럽게 협업이 시작되었고, 프로젝트가 구체화되었다. 까사 로에베 오픈에 맞춰 계획한 전시가 프리즈 기간에 트랜지션 시리즈 오브제와 함께 전시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나 철학은 무엇인가? 스스로 찾은 예술의 목적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로 표현된 머릿속 생각과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늘 기법과 재료를 연구하지만, 그것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면에 담긴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다.

에어로센 서울 전시장 내부 전경.

에어로센 서울 전시장에 방문한 아티스트 지드래곤.

CHANEL
샤넬과 리움미술관이 손잡고 3개월 프로젝트 ‘에어로센 서울’을 공개했다. 에어로센은 전 세계의 다양한 예술가, 활동가, 지리학자, 철학자, 사상가 등이 모여 공동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학제 간 커뮤니티다. 이번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 ‘무세오 에어로솔라’는 샤넬 코리아 임직원과 용산구 주민들이 5000여 개 비닐봉투를 수거해 이어 붙인 거대한 캔버스 작품이다. 이 형형색색의 캔버스는 리움미술관 M2에 설치되어 지구와의 연대 방식을 다시금 고민하게 만드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불가리가 후원한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작으로 선정한 최고은 작가의 ‘화이트 홈 월(White Home Wall)’.

BVLGARI
불가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진 예술가들이 프리즈 서울에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 공식 스폰서이자 파트너로 함께했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메타버스, 로봇공학 등 첨단 기술을 작품 주제로 삼는 작가들을 모집했고, 올해는 최고은 작가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수상작 ‘화이트 홈 월: 웰컴(White Home Wall: Welcome)’과 ‘글로리아(Gloria)’에 숨겨진 작품 세계와 제작 과정, 전시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누는 토크 프로그램도 개최했다.

프리즈 포커스 아시아 섹션, 백아트 갤러리에서 전시된 박경률 작가의 작품.

STONE ISLAND
프리즈의 신생 갤러리 전용 섹션인 프리즈 포커스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지속하며, 올해는 아티스트 박경률 작가와 협업한 프리즈 유니폼 티셔츠 시리즈를 선보였다. ‘조각적 회화’를 표현하는 작가 박경률의 작품 ‘그림 3-7’을 이탈리아 장인이 부분적으로 페인팅한 티셔츠를 제작했고, 프리즈 기간 관계자들이 착용할 수 있게 제공했다. 이 티셔츠는 갤러리뿐 아니라 스톤 아일랜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도 만날 수 있으며, 판매 수익은 작가가 지정한 기관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희찬 작가.

프리즈 서울 쇼메 라운지에 방문한 조슈아.

CHAUMET
올해 프리즈에 첫발을 들인 쇼메는 예술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브랜드 철학을 뉴욕 기반의 아티스트 김희찬과 협업한 작품을 통해 선보였다. 프리즈 서울 쇼메 라운지에서 최초로 공개된 김희찬의 작품은 벌집과 조개껍데기 등 자연 요소를 공중에 떠 있는 우아한 생명체로 재해석한 독창적 표현이 돋보인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장인정신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완벽한 형태미에 관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송은에서 개최된 <피노 컬렉션: 컬렉션의 초상> 전시 전경.

송은에서 개최된 <피노 컬렉션: 컬렉션의 초상> 전시 전경.

SAINT LAURENT
송은에서 개최된 <피노 컬렉션: 컬렉션의 초상>전을 기념해 생 로랑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가 안토니 바카렐로의 큐레이팅 아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염지혜 작가의 영상 작품 ‘검은 태양’과 ‘물구나무종 선언’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며, 11월 23일까지 이어지는 전시 기간에 피노 컬렉션과 함께 생 로랑의 독창적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날 수 있다. 개인적 경험과 기억을 작품으로 풀어낸 이번 전시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소통을 제시한다.

브레게 라운지를 방문한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젠 엘리스.

BREGUET
프리즈 서울 공식 글로벌 파트너인 브레게가 올해도 예술적 만남을 이어간다. 독립 큐레이터이자 압사라 스튜디오 창립자 젠 엘리스 큐레이터와 협업해 프랑스 아티스트 노에미 구달의 작품 ‘포스트 아틀란티카’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기후와 지질학적 연구를 ‘딥 타임(Deep Time)’이라는 개념으로 예술적 대화로 풀어냈다. 서울에서 최초로 공개된 자신의 영상에 대해 구달은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에 발생한 거대한 균열로 변형된 지형에서 활성 단층이 생성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바다가 새롭게 탄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에서 열린 기예르모 로르카 전시 전경.

프리즈 서울 기간에 돌체앤가바나와 함께한 기예르모 로르카 작가의 ‘The Kiss of Artemis’, 2024.

DOLCE&GABBANA
프리즈 위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프리즈 나이트에서는 한남동·삼청동·청담동 일대에 자리한 갤러리들이 늦은 시간까지 전시와 파티를 이어갔다. 돌체앤가바나 역시 탕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에서 칠레 작가 기예르모 로르카의 첫 아시아 내한 전시 을 선보이며 청담 나이트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무의식과 현실, 고대 신화와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원초적 에너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기예르모 로르카.

 Interview  with GUILLERMO LORCA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사실주의와 상징주의, 어쩌면 초현실주의 사이를 항해하는 예술가다. 열정, 혼돈 그리고 가끔씩 마시는 커피 한잔으로 움직인다.
첫 번째 아시아 내한 전시다. 전시장을 찾는 한국 관람객에게 독특한 미적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 전시 제목이 작품만큼 중요할 것 같다. ‘ The Shine in the Other Room’이라고 명명한 것은 작품에 원초적 힘과 복잡한 감정, 그리고 공존하는 마음의 보이지 않는 구석을 비추고자 하는 열망을 담았기 때문이다.
초현실적 내러티브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작품 세계의 시작점이 궁금하다. 최근 구상미술은 거의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살아 있다. 인간 본연을 자극하고 매혹하는 매력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 또한 구상미술을 제대로 시작해본다면 정말 아름다울 거라고 믿었다. 어려운 길처럼 보였지만 스스로 의심한 적 없었고, 개인적으로도 그림을 그리는 데서 허용하는 미묘함을 통해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이 내 길이라 생각했다.
개인 인스타그램을 보면 르네상스 시대 작품을 모아둔 박물관을 방문했다는 느낌이 든다. 바로크에서 받은 영향은 주로 기술적 측면이다. 당시 예술가들이 시각적 경험과 구성에 기울인 관심은 캔버스에 결과로 나타났다. 이는 아티스트의 삶을 살며 늘 존경하던 것이었다.
작품을 보니 과거 돌체앤가바나 캠페인 비주얼이 떠올랐다. 돌체앤가바나팀과 많은 미적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 우아함, 대담함, 호화로움에 대한 취향도 공유되고 있다고 믿는다. 이는 이탈리아 바로크회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계속 지키고 싶은 철학이나 신념은? 창작할 때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지자고 되뇐다. 단순히 판매를 위한 작품 활동은 하지 않는다. 드로잉하면서 스스로 존재의 흔적을 계속 남긴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깊은 진정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상받을 것이고,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나를 감각적으로 충족시킬 것이라 믿는다.

 

에디터 한지혜(hjh@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