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아트는 어떻게 거래되는가
예술가의 몸으로 완성하는 예술, 퍼포먼스 아트를 거래하기 위한 의미 있는 노력.
현장에서 라이브로 선보이는 시간 기반 예술, 퍼포먼스 아트의 수익화와 매매에 관한 이슈는 오랫동안 미술계에서 논의해왔다. 해프닝, 신체 예술, 액션, 이벤트, 게릴라 극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총칭하는 퍼포먼스 아트는 예술가의 행위 자체를 미술로 확장, 신체를 매개로 관람객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급진적 행보를 보여줬다. 하지만 퍼포먼스 아트의 미술사적 가치에 비해 그 비물질적 특성 탓에 시장가치가 높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기관이나 개인이 예술 작품을 수집하고 거래하기 위해서는 작품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회화, 조각, 사진 같은 전통 예술 매체의 메커니즘과 달리, 예술가의 몸과 순간의 기억에 의존하는 퍼포먼스 아트는 영구적으로 소장하기 어려웠다. 퍼포먼스가 시각예술의 주요한 언어로 자리 잡은 후에도 퍼포먼스 아트를 기록한 사진이나 영상 등을 소장했을 뿐, 그 개념이나 공연권을 제대로 소장하려고 노력한 것은 불과 20년도 되지 않았다. 미술 시장의 긴 역사에 비춰 볼 때 퍼포먼스 아트 마켓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퍼포먼스 아트 컬렉팅
런던 테이트,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 미술계를 이끄는 주요 기관이 주도적으로 퍼포먼스 아트를 초대하고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2015년 브레넌 제라드(Brennan Gerard)와 라이언 켈리(Ryan Kelly)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 제라드 & 켈리가 구겐하임 미술관 로톤다에서 선보인 ‘Timelining’(2014)을 주목할 만하다. 퍼포머의 공정한 노동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이들은 당시 주요 미술관이 퍼포머에게 지급하는 공연 시간당 20달러 정도의 낮은 비용을 뉴욕의 ‘생활임금(실제 생활이 가능하도록 물가상승률, 가계소득과 지출 등을 고려해 책정한 최저임금)’보다 올려줄 것을 제안했다. 또한 공연 시간이 2시간 미만이라도, 준비 시간 등을 고려해 최소 8시간의 비용을 지급하도록 협의했다. 미술관이 퍼포먼스 아트처럼 임시적 성격이 짙은 작품을 인수할 때 소유의 의미와 적정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진 사례다.
그런가 하면 테이트는 2005년 슬로바키아 예술가 로만 온닥(Roman Ondak)이 미술관 내부에 인위적으로 사람들을 줄 세워 가짜 대기 줄을 만든 퍼포먼스 ‘Good Feelings in Good Times’(2003)를 시작으로 퍼포먼스 예술 작품을 소장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꾸준히 퍼포먼스 아트 컬렉션을 확장하고 있다. 2008년 MoMA는 한 커플이 바닥에 누워 키스하고 포옹하며 느린 안무 동작으로 함께 움직이는 일시적 상황을 연출한 티노 세갈(Tino Sehgal)의 작품 ‘Kiss’(2003)를 약 7만 달러(약 9450만 원)에 구입했다. 티노 세갈은 자신의 작품을 사진이나 자료 등으로 문서화하거나 기록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작가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구축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이라 부르며 컬렉터나 기관에 구두로 지침을 전달하고, 작품의 청사진을 갤러리 담당자에게 전송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판매한다. 작품 구입 당시 MoMA 관장 글렌 D. 로리(Glenn D. Lowry)가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가장 정교하고 어려운 작품 소장 과정 중 하나”라고 밝혔을 정도로 까다로운 인수 과정은 변호사와 공증인을 두고 구두로 진행했다. 작품 정보와 가격도 구두로만 언급했으며, 향후에도 작품을 문서화할 수 없다는 제약 조건이 따랐다. 미술관은 작품을 소장하더라도 세갈의 도움을 받아야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고, 그가 사망하면 그 작품을 공연할 수 있는 법적 권리 또한 함께 사라진다는 내용으로 합의했다고.
퍼포먼스 아트 소장의 다양성
그럼 티노 세갈을 제외한 퍼포먼스 작가들은 작품을 어떻게 수익화할까? 대부분 작품의 현장 사진, 영상, 소품 같은 자료를 거래한다. 물론 예술가가 문서나 자료를 판매한다고 해도 그것이 행위예술 자체는 아니지 않냐는 부정적 시선도 따르지만, 현재로서는 퍼포먼스 아트를 거래하는 가장 일반적 방식이다. 2010년 MoMA에서 선보인 전시 〈The Artist is Present〉로 퍼포먼스 아트의 새로운 부흥기를 일으킨 동시대 가장 중요한 퍼포먼스 아티스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와 앞서 언급한 티노 세갈은 퍼포먼스 아트를 높은 가격에 거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현존하는 작가다. 하지만 그마저도 전통 매체를 다루는 작가들과 비교하면, 작품 가격이 그들의 명성에 한참 못 미친다. 직접 퍼포먼스를 수행하는 아브라모비치와 개념을 설정하고 공연하는 세갈의 거래 방식은 사뭇 다른데, 많은 퍼포먼스 아티스트와 함께 일하는 리슨 갤러리(Lisson Gallery) 디렉터 클라우스 로벤하겐(Claus Robenhagen)은 〈아트 뉴스페이퍼(Art Newspaper)〉에서 “구두로 지시해 퍼포먼스를 판매하는 티노 세갈 같은 퍼포먼스 아티스트와 달리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는 판매용이 아닙니다”라며 “아브라모비치는 공연의 소유권을 자신이 갖는 것을 선호합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트시(Artsy)가 제공한 작품 거래 내역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는 사진과 인쇄물, 영상 자료를 주로 거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브라모비치의 공연 스틸 사진은 3만 달러(약 4050만 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3500만 원)까지 다양한 가격에 거래되는데,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 ’Balkan Baroque‘(1997)의 공연 사진은 2만1590달러(약 2914만 원)에서 4만4121달러(약 5956만 원) 사이 가격에 낙찰됐다. 또 2020년 크리스티 옥션에서 판매한 증강현실 퍼포먼스 설치 작품 ‘The Life’(2018~2019)는 뉴욕 파우르쇼우 재단(Faurschou Foundation)이 28만7500파운드(약 4억7437만 원)에 낙찰받았는데, 이는 경매 역사상 최초로 출품된 증강현실 작품이라는 역사를 쓰기도 했다.
한편 LA 현대미술관(LAMoCA)은 2015년 푸에르토리코 출신 제니퍼 알로라(Jennifer Allora)와 쿠바 출신 기예르모 칼사디야(Guillermo Calzadilla)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 알로라 & 칼사디야의 퍼포먼스 ‘Temperament and the Wolf’(2014/2019)를 최초로 소장했고, 이어서 2019년 중국 예술가 쉬전(Xu Zhen)의 퍼포먼스 ‘In Just a Blink of an Eye’(2019)를 품에 안았다. 작가들은 미술관에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기록하는 방법에 관한 지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거래하고, 따라서 재공연 시 개념과 동작은 유지하지만 완전히 동일한 공연을 볼 수는 없다.
이런 유명 미술관의 노력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첫 퍼포먼스 소장품으로 아이슬란드의 퍼포먼스 아티스트 라그나르 캬르탄손(Ragnar Kjartansson)의 작품 ‘The Sky in a Room’(2018)을 선택한 카디프 국립박물관의 현대미술 분야 책임자 닉 손튼(Nick Thornton)은 “현대 문화에서 시간 기반 미디어는 매우 중요한 예술 형식입니다. 이 시대의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예술가 중 일부는 시간 기반 미디어나 설치 또는 퍼포먼스 분야에서 활동합니다. 박물관은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이런 예술 작품을 수집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박물관이 계속 전통적 방식으로 작품을 수집한다면 우리 시대의 중요한 예술을, 그리고 우리 자신의 역사와 그 시대의 역사를 수집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밝혔다.
한국 퍼포먼스 아트 마켓
국내 퍼포먼스 아티스트 중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조영주는 한국 퍼포먼스 아트 마켓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퍼포먼스 아트의 수익화는 평면 작업을 사고파는 것처럼 작가가 생계를 유지하고 작품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예요. 그만큼 실제로 퍼포먼스 아트 작품을 소장하려는 시도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관의 지원금만으로 퍼포먼스 작업을 지속하기는 어려워요. 과거 두 번 정도 미술관에서 제 작품을 소장하려고 시도했지만, 최종적으로 퍼포먼스 ’공연권‘을 빼고 소장했습니다.” 또한 작가는 “세계 곳곳에서 퍼포먼스 아트를 소장하고 판매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퍼포먼스 작가들은 평면 작품이나 조각을 동시에 만들어 판매하는 이중 구조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늘 유명 갤러리에 가면, ‘빨리 저런 (판매가 가능한) 작품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곤 해요”라고도 덧붙였다. 퍼포먼스 작가가 이런 걱정 없이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바란다. 퍼포먼스 아트의 개념을 온전히 거래하기 위해 기관 차원의 노력과 연구가 절실한 이유다.
글 백아영(프리랜서)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