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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와 현대미술의 감각적 대화

ARTNOW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에 현대미술 작품이 놓였다. 이곳에서 최초의 현대미술 전시회를 개최한 주인공은 바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거장, 주세페 페노네다.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의 야외 공간에 설치한 작품 ‘전나무’

로마에 자리한 펜디의 본사,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Palazzo della Civilta Italiana)는 20세기 로마 건축의 아이콘이자 이탈리아의 문화와 예술을 상징하는 동상이 외관을 둘러싼 역사적 건축물이다. 현재 패션 하우스의 이 예술적 공간에서 자연과 문화의 뜻깊은 만남이 진행 중이다. 1월 27일부터 7월 16일까지 열리는 조각가 주세페 페노네(Giuseppe Penone)의 <매트리스>전은 기하학적 형태의 대리석 건물에 나무 소재의 거대한 작품을 설치해 공간 안에서 자연이 신비롭게 생동하는 분위기다. 전시를 기획한 마시밀리아노 조니는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기도 한 세계적 큐레이터이자 미술평론가. 그는 팔라초 델라치빌타 이탈리아나에서 개최하는 첫 번째 현대미술 전시의 주인공으로 주세페 페노네를 선택한 이유를 “페노네의 작업은 혁신과 전통 사이에서 세심한 균형을 맞추며 이탈리아 문화의 뿌리를 재발견하고 탈바꿈시키는 것”이라며 펜디가 존중하고 추구하는 가치에 시너지를 낸다고 설명했다. 마시밀리아노 조니의 표현대로 주세페 페노네는 가장 급진적이면서도 소박한 작품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는 1960년대 말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로 물질의 본성을 탐구하고 자연 그대로의 특성을 예술로 담아낸 ‘아르테포베라(arte povera)’ 운동과 함께 부상한 아티스트로 바로크 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조각의 전통과 교감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존중하며 공존하는 환경을 중시하는 태도는 이번 전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 이번에 공개한 15점의 작품은 1970년대 이후에 제작한 것으로 대부분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 전시 제목은 그의 가장 화려한 작품 ‘매트리스(Matrice)’에서 가져왔는데, 30m 길이의 거대한 조각으로 전나무에 나이테를 따라 구멍을 내고 황동을 부어 주물을 만드는 방식으로 시간과 자연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또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숲의 반복(Ripetere il Bosco)’은 몸통을 파낸 나무 몇 그루를 배치해 작은 숲을 이루도록 만든 작품. 마치 동화 속 풍경 같기도 하고, 잘 손질된 인공적 자연풍경 같기도 한 이 작품은 환경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돌의 잎(Foglie di Pietra)’ 연작은 고대 건축물의 기둥처럼 조각한 대리석을 자연물과 결합해 역사적 유적이 자연을 통해 되살아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야외에도 2점의 조각 작품을 전시했다. 대리석과 황동을 함께 사용한 ‘흐릿한 경계선(Indistinti Confini: Anio)’과 20m 높이의 ‘전나무(Abete)’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카셀의 공공장소와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정원을 거쳐 이렇게 로마에서도 그는 전나무를 이용해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1 주세페 페노네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숲의 반복’   2 <매트리스>전의 실내 설치 전경

주세페 페노네가 말하는 <매트리스>전

이번 전시 공간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는 역사 속 한순간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공간이다. 조르조 데 키리코의 형이상학적 회화를 반영한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추상적 공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매트리스> 전시를 위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출발했나?
이번 전시는 펜디의 회장 겸 CEO인 피에트로 베카리가 내 작업에 개인적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됐다. 이후 전시 공간이 될 펜디의 본사를 방문해 어떤 작품이 어울릴지 상상해봤고 그것을 토대로 큐레이터인 마시밀리아노 조니와 공간에 놓일 작품 선정을 위한 대화를 나눴다. 두 쪽으로 갈라져 나이테에 따라 조각한 거대한 나무 작품을 본당 전체에 드리우는 전시를 구상했다.

주로 사용하는 재료인 나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는 1968년 첫 작업을 할 때부터 자연과 나무의 성장을 다뤘다. 결국 시간의 흐름에 바탕을 둔 작업이다. 나무는 단단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성장 과정을 관찰해보면 유동적이고 변화하는 물질임을 알 수 있다. 나무는 동심원 형태로 자라며, 나무 속에 나무의 형태가 남아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무가 자신의 형태를 기억하는 존재라는 점에 흥미를 느꼈고, 작품 재료로 삼게 됐다.

많은 현대미술가와 달리, 직접 손으로 작품의 물리적 형태를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각가로서 전통 기법을 고수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아이디어를 토대로 실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중시한다. 나는 촉각이 언제나 시각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만지는 것은 관습의 구애를 받지 않고 사물을 이해하는 것이다. 손으로 물리적 형태를 만들면서 재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이것은 생각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1Riflesso di Uraninite(Reflection of Uraninite), 2006   2 자신의 작품 ‘매트리스’ 앞에 선 주세페 페노네

 

에디터 안미영(myahn@noblesse.com)
자료 제공 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