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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보는 새로운 시선

ARTNOW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최한 사진작가 김윤호의 전. 땅을 바라보는 작가의 남다른 시선이 설치 작업을 통해 이색적으로 구현되었다.

김윤호, 255,000, 람다 프린트, 1m2, 2015

김윤호, 13,500, 람다 프린트, 1m2, 2015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 m2 > 전시 전경

김윤호 작가

최근 도산공원 근처에 위치한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 m2 >라는 독특한 제목의 전시를 선보였다. 그 주인공은 중앙대학교와 영국 골드 스미스에서 사진과 순수 미술을 전공한 김윤호 작가. 2011년 이탈리아의 비엔날레 조반니 몬차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그는 사진이라는 매체에 국한하지 않고, 설치와 영상에 이어 2013년 개인전에선 페인팅까지 시도했다. 그리고 이번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에서는 ‘사진’을 ‘설치’해 보여주었다. 전시한 작품은 2013년부터 전국을 누비며 촬영한 연작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김윤호의 오랜 관심사를 반영한 탐구의 결과물이며, ‘땅’이라는 대상을 마주하는 과정과 작가의 심경이 변화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기록물이다.
김윤호의 신작 ‘m2’ 역시 언뜻 보기엔 우리가 흔히 봐온 한국 풍경 사진의 관례를 따르고 있는 듯하다. 이전 풍경 사진에 비해 소박하고 평범한 듯하지만 여전히 산과 하늘과 들판이 등장해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 같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김윤호가 정교하게 계산해놓은 장치를 발견할 수 있다. 줄자를 구부려놓거나 주변의 오브제를 대충 벌려 만든 정사각 형태가 사진에 등장한다. 땅이란 대상을 통해 정신적인 무언가를 드러내는 것이 김윤호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이 장치들이 증명한다. 바로 풍경을 바라보는 김윤호의 시선이 기존의 한국 풍경 사진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정부는 매년 전국에서 토지를 선정해 평가하고 공시지가를 내놓는데, 이것이 온갖 과세의 기준이 된다. 김윤호의 사진에 보이는 정사각 형태는 이 지가를 책정하는 기준인 1m2를 표시해놓은 것이다. 김윤호는 자신과 일체가 되고 그래서 정서적으로 연결된 정신적 표상으로서의 땅이 아니라, 단순히 평당 가격으로 환산된 땅을 기록한다. 이렇게 기록한 풍경은 1m2 크기로 인화한 후 그 대상에 대한 객관적 가치를 기준으로 높낮이를 달리해 전시장에 배치했다. 이렇듯 김윤호의 사진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나 그 속의 대상이 표현하는 한순간을 잡아내는 데 집중해온 전통적 풍경 사진과 달리,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지만 근대화·산업화 도시화에 가려 좀처럼 깨닫지 못하는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데 포커스를 맞춘다. 이런 태도는 모든 것이 상업적 혹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이 시대에 반복되는 또 다른 지루한 풍경을 ‘땅’, 특히 과거 모든 생산의 근원인 ‘농토’를 통해 바라보는 과정에도 여전히 유지된다.
다만 땅이라는 대상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이전과 달리 다소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데, 이는 그 대상과 자신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것에서 기인한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느덧 아버지가 되어버린 작가가 땅을 바라보는 정서적 가치와 이 시대가 인식하는 상업적·경제적 가치 사이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불편함. 그의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과 보다 확장된 담론을 생산해내기 위한 노력이 사진을 찍는 김윤호의 행위를 통해 앞으로 또 어떤 아이러니한 현실을 들춰낼지 기대를 모은다.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