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속을 걷다
드넓게 펼쳐진 초원, 동화의 한 장면에서 튀어나온 듯한 시골집과 700년 이상의 시간을 견딘 고성이 곳곳에 자리해 가장 영국적 전원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코츠월즈. 아름다운 전원 마을과 함께 특별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그곳으로 떠났다.

ⓒ Visit Britain
우리를 의미하는 코츠(cots)와 경사진 언덕을 뜻하는 월즈(wolds)의 합성어인 코츠월즈는 바스와 옥스퍼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 사이의 전원 마을을 포함한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오만과 편견>, <해리포터> 시리즈 등 영국을 배경으로 한 많은 영화의 무대가 되었으며 영국인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은 지역으로 꼽는 곳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코츠월즈는 지역명 외에 영국산 양의 한 종류를 뜻한다는 사실. 여기에는 이곳이 지금의 인기를 얻게 된 역사가 숨어 있다. 중세부터 뛰어난 품질의 양모 덕분에 많은 부를 축적한 코츠월즈의 상인들은 가내수공업 방식의 생산구조로 산업혁명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는데, 많은 이들이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며 마을은 급격히 쇠퇴했다고 한다. 코츠월즈가 과거의 명성을 찾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모리스가 산업혁명의 기계만능주의에 반발하며 일으킨 미술공예 운동 덕분이다. 윌리엄 모리스는 코츠월즈를 미술공예 운동의 본거지로 삼았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아름다운 건축물이 다시 조명을 받으며 코츠월즈는 활기를 찾기 시작했고, 지금은 영국의 평화로운 전원을 상징하는 곳으로 세계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1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 2 코츠월즈의 목가적인 주택
코츠월즈의 전원 마을과 책 마을 헤이온와이
코츠월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마을 중 하나인 바이버리는 윌리엄 모리스가 “잉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칭한 곳답게 목가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좁은 길을 따라 벌꿀빛 라임스톤으로 지은 시골집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앨링턴 로는 가장 전형적인 코츠월즈를 만날 수 있는 명소다. 사실 바이버리는 마을 규모도 크지 않고 특별한 관광지도 없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그저 풍경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송어가 헤엄치는 강과 집집마다 다른 모습으로 꾸민 정원을 보며 천천히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차분해진 발걸음과 함께 평온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고향으로 알려진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은 셰익스피어가 유년 시절을 보낸 생가와 그가 세례를 받고 사망 후 묻힌 홀리 트리니티 교회 등 셰익스피어와 관련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3년간 재정비 끝에 2010년에 새롭게 문을 연 로열 셰익스피어 극장에선 <파우스트>,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셰익스피어의 명작을 매일 2회씩 공연한다. 이곳에서 셰익스피어가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한 4월은 한 해 중 가장 중요한 달이다. 지난 2016년에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를 맞아 셰익스피어의 업적을 기리는 퍼레이드 외에 셰익스피어 마라톤, 소네트 랩 퍼포먼스 등 성대한 기념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셰익스피어와 관련한 많은 단체가 문화재 복원, 페스티벌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난 지 453년이 흘렀지만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는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셰익스피어의 팬이라면 반드시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코츠월즈에서 차로 약 1시간 40분 걸리는 웨일스 지역에 위치한 헤이온와이는 코츠월즈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다. 세계 최초의 ‘책 마을’로 알려진 이곳은 불과 40년 전만 해도 책을 읽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떠난 작은 마을을 세계적 책 마을로 만든 이는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책 애호가 리처드 부스. 오래된 소방서를 개조해 첫 번째 헌책방을 연 그는 12세기 초에 지은 고성을 사들여 헌책방으로 탈바꿈시키고, 자신을 책 왕국의 왕이라 칭하며 대관식까지 치렀다고 한다. 이후 마을의 버려진 집과 성을 사들여 헌책방으로 바꾸는 괴짜의 행보가 세상에 알려지자 책 애호가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마을은 세계적 유명세를 치렀다. 현재 이곳에는 20여 개의 서점이 있는데 서점마다 각각 개성이 달라 쇼윈도에 전시한 책 표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골목길에 그린 재미난 벽화 역시 두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 중 하나다.
한편 5월 마지막 주부터 6월 첫째 주까지 열리는 ‘헤이 페스티벌’은 헤이온와이의 최대 연례행사다. 헤이 페스티벌은 1년 중 마을이 가장 붐비는 기간이지만 헤이온와이의 매력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어 매년 많은 이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이곳을 찾는다. 강연, 토론, 음악회 등 20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 세계 책 애호가와 함께하는 축제는 특별한 추억으로 남기에 충분할 것이다.

3 여가를 보내는 관광객들 4 올드 스완 & 민스터 밀
600년의 시간을 품은 호텔 올드 스완 & 민스터 밀
코츠월즈 초입에 자리한 민스터로벨은 옥스퍼드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고성 외엔 특별한 관광지가 없는 이곳에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이유는 코츠월즈의 전원 풍경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5성급 고성 호텔 ‘올드 스완 & 민스터 밀’이 자리해 있기 때문. 15개의 전통적 객실을 보유한 올드 스완과 37개의 모던한 객실을 만날 수 있는 민스터 밀로 이뤄진 호텔은 영국의 전통적 매력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현대적 시설을 선보인다. 지난해 12월에 문을 연 가든 스파는 실내 수영장과 아로마 스팀 룸 외에도 스파 트리트먼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현대식 스파 룸을 갖췄다. 레스토랑은 직접 키운 식자재를 사용해 제철 요리를 선보이며 원하는 요리로 구성할 수 있는 야외 프라이빗 다이닝 서비스를 제공해 미식가를 위한 선택지를 추가했다. 인근 스포츠센터에선 테니스와 배드민턴, 크로켓을 치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고성 호텔의 매력은 호텔을 중심으로 펼쳐진 26만m2의 아름다운 정원이다. 햇볕 좋은 날엔 시냇물을 따라 정원을 천천히 거닐며 풍경을 마음껏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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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영국항공, 대한항공 등이 매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런던 히스로 공항까지 직항편을 운항하며 약 12시간 소요된다. 이후 버스 혹은 기차를 타고 옥스퍼드에 도착한 후 버스를 이용해 코츠월즈로 이동하면 된다. 작은 마을이 넓은 지역에 걸쳐 흩어져 있는 코츠월즈 각 지역을 둘러보기 위해선 버스로 이동해야 하지만 버스편이 그리 많지 않고 일요일은 운행하지 않아 렌터카를 이용하는 여행이 더욱 효율적이다.
에디터 박현정(hjpark@noblesse.com)
자료 제공 살레트래블앤라이프, 영국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