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프랑스 갤러리들의 엘도라도, 브뤼셀

ARTNOW

프랑스 부호들이 무시무시한 부유세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적까지 포기하고 주변 국가로 향하고 있다. 부유세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과열되고 있는 프랑스. 미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1 ‘갤러리 나탈리 오바디아’의 전시장 전경
2 다니엘 템플롱이 2013년 아트 바젤에 출품한 앤소니 카로의 2008년 작품 ‘Brake Press Head’
3 사진 전문 갤러리 ‘갤러리 파리-베이징’
4 40년간 파리 미술계를 주름잡은 ‘다니엘 템플롱’

프랑스 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는 2012년 대통령 선거 운동 당시 프랑스에서 연간 100만 유로(약 15억 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에게 수입의 75%를 세금으로 물리겠다는, 이른바 ‘부유세’ 공약을 내세워 중산층의 전폭적 지지를 얻었다. 2012년 5월 올랑드가 대통령이 된 후 이 부유세는 즉각 시행됐고, 프랑스 부자들은 주변 국가로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루이 비통과 디올 등 명품 브랜드 60여 개를 거느린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벨기에 국적을 신청한 것과 전 로레알 회장 오언 존스가 스위스 국적을 취득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 부유세를 피해 망명 아닌 망명을 하는 프랑스 부자들은 주로 주변국인 벨기에·스위스·영국을 선택하는데,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가 바로 벨기에 브뤼셀이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은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탈리스’라는 고속열차로 1시간 22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인 데다 프랑스어가 통용되기 때문에 프랑스 문화와 비슷하다는 이점이 크게 작용한 것. 이런 와중에 벨기에 정부에서는 브뤼셀로 이민을 신청한 프랑스 부자의 수가 4만7000명에 달한다고 발표하면서 내심 프랑스의 비즈니스와 자본이 벨기에로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는 눈치다.

이렇듯 브뤼셀에 프랑스 부자가 모여들면서 벨기에 미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부자에 대한 세제가 비교적 호의적인 벨기에는 이미 두터운 컬렉터층을 형성하고 있다. 일찍이 이를 간파하고 브뤼셀로 진출한 프랑스 갤러리가 눈에 띈다. 알맹 레슈(Almin Rech)를 비롯해 나탈리 오바디아(Nathalie Obadia), 비달 퀴글리에타(Vidal Cuglietta) 등의 프랑스 갤러리스트들이 브뤼셀에서 성공적으로 갤러리를 운영해오고 있는 것. 그중 최근 갤러리를 열어 브뤼셀에서 가장 젊은 갤러리스트가 된 세바스티앙 리쿠는 “벨기에는 갤러리스트들의 엘도라도”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프랑스 출신 갤러리스트로 벨기에 최고의 갤러리 알맹 레슈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부가 몰려드는 브뤼셀의 미술 시장을 몸소 감지하고 있다. 더불어 <뉴욕타임스>는 지난 4월 브뤼셀에서 열린 현대미술 아트 페어 ‘아트 브뤼셀’을 소개하며 미술계의 르네상스가 브뤼셀에서 꽃피고 있다고 보도해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발돋움한 브뤼셀의 입지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출신 사진 예술 전문 갤러리 ‘갤러리 파리-베이징(Galerie Paris-Beijing)’도 파리와 베이징에 이어 브뤼셀에 분점을 열었다. 프랑스 갤러리의 브뤼셀 진출이 화두가 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최근 프랑스 최고 갤러리로 손꼽히는 다니엘 템플롱(Daniel Templon)이 브뤼셀에 분점을 낸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또 한 번 이슈를 몰고 왔다. 40여 년간 파리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국제적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하고 도록을 제작해온 템플롱의 브뤼셀 진출은 경기 침체의 그늘에서 우울한 얼굴을 한 프랑스 갤러리들의 부러움과 프랑스 미술계의 중심이 브뤼셀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예술은 자본이 있는 곳에서 발전한다”는 전 아트 바젤 디렉터 사무엘 켈러의 말처럼, 자본이 점차 빠져나가고 있는 프랑스 미술계가 과연 부유세 그늘에서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에디터 심민아
최선희(아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