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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ARTNOW

최근 여러 도시 건축 프로젝트를 통해 한강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 국제지명설계공모에 당선된 헤더윅 스튜디오+간삼건축종합 건축사사무소의 ‘소리풍경’. 사진 제공 서울시.

도시 건축계에서 한강은 언제나 중요한 주제였지만, 지금처럼 뜨겁게 한강에 시선을 둔 적은 또 없는 것 같다. 도시 문명의 요충지이자 경제활동 공간으로, 또 산업화와 근대화의 자화상이며 치유와 회복의 대상으로 여기던 한강은 흘러 지나갔다. 이제 우리 앞에는 일상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친환경을 요구하는 한강이 흘러드는 중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강예술공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예술 작품을 한강 곳곳에 설치해 도시의 쉼과 회복을 꾀하는 시도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시민의 일상에 침투하기엔 역부족이었는지 그보다는 스케일 큰 도시 건축적 개입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만 한강을 무대로 한 2개의 대규모 건축 공모전이 있었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 국제지명설계공모’와 ‘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및 문화시설 국제설계공모’가 그것이다. 두 공모는 어떤 기획 의도, 어떤 지침을 토대로 이루어졌으며, 당선안은 어떤 새로운 한강 풍경을 상상하고 그려냈을까?
먼저 지난 5월 당선작을 발표한 노들 글로벌 예술섬 국제지명설계공모는 서울시의 첫 ‘도시·건축디자인 혁신 방안’의 일환으로, 창의적 디자인을 통한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 조성을 목표로 추진했다. 작년 국내외 7팀을 지명, 초청해 노들섬을 어떻게 바꿀지 아이디어를 받으며 노들섬 공간을 공중부, 지상부, 기단부, 수변부로 나누어 각 공간이 전해야 하는 경험과 콘셉트를 담도록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최상단 ‘공중부’는 한강을 폭넓게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함께 한강대교를 가운데 두고 동서로 분리된 섬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면서 ‘지상부’는 기존 건축물을 활용해 복합 문화 공간 콘셉트를 유지하고 문화적 경험과 사색이 가능해야 한다. 또 ‘기단부’는 한강 수위 변화에 순응하는 다층적 공간으로, 물결의 섬세한 움직임까지 느낄 수 있는 입체적 수변 조망 공간으로 조성하고, ‘수변부’에는 노을을 바라보며 문화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수상 예술 무대 등을 제안하게 했다. 그 결과 헤더윅 스튜디오+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의 ‘소리풍경(Soundscape)’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서울을 둘러싼 산과 물결 모양 음파에서 영감을 얻어 스테인리스 커브 메탈을 활용한 곡선의 공중 산책로와 지상의 다양한 액티비티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종합건축사사무소의 정비된 한강 둔치,〈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1984-1988〉(2019) 수록. 사진 제공 서울역사아카이브.

한편, 6월 당선작을 발표한 반포지구 한강연결공원 및 문화시설 국제설계공모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정비사업의 일환으로 한강, 공원, 문화시설을 상호 연계해 인접한 공동주택 거주자는 물론 서울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목표로 했다. 한강 변 도시고속화도로 상부에 건설하는 최초의 공원으로, 일명 ‘덮개공원’이다. 그 규모만 상부 1만m2에 이른다. 한강을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높은 지점에서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새로운 장면을 연출할 것,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고 공공 공간과 주거의 합리적 공존이 가능할 것을 지침으로 내세웠다. 최종 당선작으로는 2014년 윤동주문학관으로 서울시건축상 대상을 받은 이소진 건축가와 2020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총감독을 맡은 신혜원 건축가, 취리히 조경사 스튜디오 불칸 루카스 슈바인그루버(Lukas Schweingruber)의 공동 응모안을 선정했다. 당선작은 한강이 가진, 그리고 새로 생겨날 ‘다층의 땅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건축가는 “단 두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숲이 시작된다는 태도와 내재한 자연의 힘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현재의 시간 속 깊은 뿌리 지층을 이룬 나무의 시간을 이해하고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며 계획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반포로와 한강공원에 이르는 지역에 다층 구조의 정원과 오솔길, 산책로를 만들어 여유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한강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약 40년 전 한강 둔치 사진을 보면 서울 시민에게 한강이라는 공간이 어떤 의미인지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한강 변에서 피크닉과 레저 활동을 즐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작은 나들목과 육교를 통해 평면적으로 한강에 접근했다면, 이제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한강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앞서 살펴본 한강을 무대로 한 굵직한 공공 건축 프로젝트가 어떤 정치적·사회적 이면을 갖는지는 차치하고라도 도시 한가운데를 굵게 가로지르는 자연과 더 많이 연동되는 입체적 공간이 곧 등장한다는 것은 시민으로서 기대되는 일이기도 하다. 맨발로 걸으며 땅을 피부로 느끼고, 하늘과 강을 다양한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섬의 소리를 듣고, 역사의 흔적을 좇는 그런 입체적인 한강 체험이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오기를 바란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 국제지명설계공모에 당선된 헤더윅 스튜디오+간삼건축종합 건축사사무소의 ‘소리풍경’ 렌더링 이미지. 사진 제공 서울시.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박세미(건축 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