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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

LIFESTYLE

정확한 테크닉, 우아한 음악성, 참신한 해석이 돋보이는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Bruce Liu)가 또 한 번 한국을 찾는다.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제18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에서 개성과 깊이를 갖춘 예술가로 성장한 그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5월에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브루스 리우 피아노 리사이틀’을 통해서 ‘러시아 낭만주의’를 선보입니다. 이번에는 러시아 음악에서 흔히 떠올리는 열정뿐 아니라 서정적인 면도 탐구하고자 합니다. 차이콥스키의 경우 감정적 연약함과 비상할 듯한 감각이 느껴지죠. 리드미컬한 에너지를 지닌 프로코피예프의 작품은 제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해요. 현대적 감각을 갖춘 그의 곡은 신선하고, 때로는 장난기 있는 대비를 통해 프로그램에 역동성을 더해줍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프로그램은 러시아인의 영혼이 겪는 감정의 사계절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아치를 그리듯 구성하고 싶었어요.
‘제18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약 4년이 흘렀네요. 벌써 4년이 지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당시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꿈 같기도 하거든요. 콩쿠르 우승은 큰 영광이었고, 무엇보다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많은 기회의 장이 열렸고, 전 세계 청중과 만날 수 있는 무대를 얻었죠. 저 자신을 계속 성장시키고 음악성의 깊이를 추구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겼습니다. 그동안 저는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탐구하며 레퍼토리를 확장하는 데 집중했고, 새롭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해석할 때 더 많은 뉘앙스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더 적은 표현으로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침묵과 여백 속에서 더 깊이 듣는 법을 배웠고요. 콩쿠르가 기반을 만들어줬다면, 이후의 여정은 저를 지금의 아티스트로 만들어준 시간입니다.
피아노 한 대로 수백 년 전 악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하기 위해 쌓아야 할 지극한 노력이군요. 수백 년 전 악보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마법 같은 경험 중 하나죠. 피아노 앞에 앉아 악보를 펼치면 작곡가와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서 감춰진 감정, 섬세한 의도를 찾아내는 ‘발견’에서 기쁨을 느끼고요. 같은 곡을 연주할 때마다 매번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데, 이는 제가 변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음악을 듣고 느끼는 방식이 연주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정답이 없다는 점에서 이 과정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음악의 해석이란 정해진 진실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질문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계속 귀 기울이는 일이니까요.
2023년 발표한 첫 스튜디오 앨범 [waves] 에서 프랑스 작곡가 라벨, 라모, 알캉 세 사람을 선택했죠. 그중 샤를 발랑탱 알캉은 동시대 쇼팽, 리스트와 달리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유독 인상 깊었습니다. [waves] 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저라는 사람을 가장 완벽하게 소개하기 위해 라벨, 라모, 알캉을 선택했어요. 세 작곡가의 음악은 각각 우아함, 혁신, 강렬함이라는 프랑스 음악 정체성의 일면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 즉흥성과 관련된 제 음악적 개성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죠. [waves] 는 마치 물 같아요. 유연하고 즉흥적 흐름을 띠지만, 구조적으로 짜임새가 매우 정교합니다. 알캉은 일종의 ‘와일드카드’였어요. 그의 작품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고독에 가까운 강렬함이 있거든요. 알캉을 포함시킨 건 더 많이 주목받았으면 하는 작곡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청중에게도 예상치 못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waves] 는 여러 세기를 넘나들고, 다양한 감정 상태를 오가며, 잘 알려진 음악과 덜 알려진 음악 사이를 잇는 움직임에 관한 앨범이에요. ‘이곳이 나의 출발점이고, 여러분을 그곳으로 데려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저만의 방식으로 전한 것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성장한 동양인’이라는 개인적 배경이 음악적 정체성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캐나다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개방성과 다양성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었어요.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존중하는 문화 덕분에 저 자신을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었죠. 동양인이라는 배경에서 비롯된 깊은 존중과 절제는 언제나 중심을 잡아주었습니다. 그 둘이 어우러져 제 음악적 정체성은 매우 유동적이고, 전통에 뿌리를 두되 늘 탐구하고 진화하는 쪽으로 형성된 것 같아요. 제 배경의 모든 면에서 나오는 영향으로 음악에 더 정직하고 미묘한 목소리를 담아내려 합니다. ‘어디서 왔는가’라는 지리적 개념을 넘어 ‘어떤 경험이 나를 이루는가’가 제 감정과 사고방식, 연주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을 매일 피아노 앞에 앉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음악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 그리고 일정 부분 내면적 필요의 조합인 것 같습니다. 음악은 언제나 제 언어였고,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사람들과 연결되고,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수단이었어요. 피곤하거나 영감받지 못할 때조차 뭔가 늘 저를 다시 건반 앞으로 이끕니다.
피아니스트로서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인생의 과업 혹은 궁극적 목표가 있다면요. 피아니스트로서 과업은 단지 악기를 마스터하거나 커리어를 쌓는 게 아닙니다. 음악으로 진정한 인간적 연결을 만드는 것이죠. 기쁨, 슬픔, 향수 무엇이든 음악엔 언어가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 닿을 힘이 있습니다. 제가 단 몇 분이라도 그 감정의 공간을 연다면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 저는 ‘아름다움’과 ‘진심’을 나누고 싶어요.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제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이가진(프리랜서)
사진 존야 뮐러 (Sonja Mueller)(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