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술인의 온정
우리 미술의 역사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한 한 미술인의 선택이 지금 서울 미술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1926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보통학교 도화첩 제4학년 아동용
김달진미술연구소의 김달진 소장은 국내 미술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일명 ‘걸어다니는 미술 사전’이다. 중학생 때부터 신문과 잡지의 미술 화보를 모으기 시작해 국립현대미술관 자료실에서 10년, 가나아트센터 자료실장으로 5년간 일했고, 2008년엔 수십 년간 모은 각종 미술 단행본과 작가 화집, 정기 간행물, 미술 학회지, 논문 등을 아울러 일반인도 쉽게 미술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까지 열었다. 그런 그가 최근 지난 40여 년간 모은 한국 근·현대미술 자료 2만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 전용 공간 임차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해온 서울 마포구 창전동 건물 3개 층의 ‘한국미술정보센터’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달진미술연구소’에 대한 정부 지원이 지난 9월 30일 끊겼기 때문. 김달진 소장은 미술 자료의 열람과 전시, 연구가 한자리에서 이뤄지길 원해 지난해 초부터 백방으로 사람들을 만나 지원을 요청했지만 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하여 최근 새로 지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가지고 있는 자료의 상당량을 기증하기로 한 것. 그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한 자료 중엔 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 자료가 대거 포함돼 있다. 그간 모아온 간행물 자료 중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유지에 필요한 ‘소장품 기준’ 자료를 뺀 거의 모든 것. 그는 “미술관에 자료를 기증하기로 한 이상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한국 미술에 대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달진미술연구소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현재보다 규모를 줄여 11월 중순 서울 종로구 홍지동으로 이전, 기존처럼 운영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김달진 소장이 기증한 자료를 정리한 뒤 디지털정보실을 통해 관람객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한 미술인이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반평생 다리품을 팔아 모은 소중한 자료를 앞으로 서울의 많은 미술 애호가가 요긴하게 이용했으면 한다.
김달진미술연구소의 김달진 소장

1956년 창간한 <신미술> 창간호 표지
Mini Interview with Daljin Kim
어렵게 모은 자료를 떠나보내 아쉽진 않은가?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미술 자료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한다. 지금은 오히려 안심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자료를 기증한 이유가 있나?
그간 미술 자료를 열람하려면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새로 지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상대적으로 미술 아카이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기증한 자료 덕에 서울관에서도 자료 열람이 가능해질 것이다.
미술관에 기증한 희귀 자료엔 어떤 것이 있나?
1956년 창간한 본격 미술 잡지 <신미술> 창간호, 1946년 윤희순의 ‘이조의 도화서 잡고’ 등이 실린 잡지 <향토> 창간호 등이 있다. 다른 도서, 학위 논문, 브로슈어 등에도 시대별 한국 미술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새로 이사하는 홍지동 공간은 어떤 곳인가?
오래된 3층 건물이다. 이전의 마포 공간보다 규모가 작아 한국미술정보센터는 문을 닫는다. 현재 자료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철근 공사를 튼튼히 하고 있다. 12월이면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제공 김달진미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