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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 남자의 아주 특별한 놀이터

FASHION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레드 솔 슈즈 창시자 크리스챤 루부탱을 그의 개인 아틀리에가 위치한 파리에서 만났다.

루부탱 아틀리에에서 만난 크리스챤 루부탱.

파리 1구, 루브르박물관과 상업 거래소를 연결하는 아담한 거리 장 자크 루소(rue Jean-Jacques Rousseau) 19번지에 자리한 크리스챤 루부탱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패션 도시 파리를 찾는 이들이 한 번쯤 들르는 일종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지만, 사실 이 거리가 특별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이곳에 크리스챤 루부탱의 개인 사무실과 오트 쿠튀르를 방불케 하는 스페셜 오더, 비스포크 슈즈 그리고 전시 작품을 제작하는 특별한 아틀리에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파리뿐 아니라 프랑스 전역에서 이 정도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소규모 공방을 운영하는 브랜드가 거의 없는 지금, 효율성 측면에서만 보면 크리스챤 루부탱의 파리 아틀리에는 큰 존재 이유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폴리베르제르(Folies-Berge‵re) 등 파리의 유서 깊은 카바레 댄서를 위한 슈즈 제작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가 거장 로저 비비에 곁에서 배운 우아함을 더해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완성한 루부탱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자신의 슈즈를 사랑하는 고객이 많은 파리에 그들을 위한 공간이 있어야 하고, 사무실에서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로 현실화하는 장소가 곁에 있는 것이 그에게는 너무나 당연하다. 작은 구슬로 장식한 태슬로 12cm 힐을 가려 발걸음에 드라마틱한 기운을 불어넣는, 단순히 신발이 아닌 완연한 조각품 같은 하이힐부터 특별한 공연을 앞둔 셀레브러티를 위한 비스포크 슈즈까지. 크기는 아담하지만 VIP를 위한 살롱 그리고 라스트 제작 등 기본 단계는 물론 깃털이나 비즈 같은 액세서리를 섬세한 손길로 다루는 장인의 작업대가 갖춰진 이곳은 이 독특한 디자이너에게 ‘행복한 놀이터’ 같은 곳이다.
“제 일을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또 행복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제가 슈즈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면서 느끼는 이 즐거움이 고객에게도 전달된다고 믿어요.” 루부탱 슈즈가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크리스챤 루부탱은 담백하게 전했다. 슈즈를 제작할 때마다 항상 그것이 행복과 기쁨을 선사하는 오브제가 되기를 기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매 시즌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가득 담은 놀라운 컬렉션을 선보이면서도, ‘영감의 원천’이라 일컬을 만한 대단한 뭔가를 지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그. “모든 것이 제게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나눈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구상하기도 하고, 우연히 노래를 들으며 그 가수는 어떤 슈즈를 신고 춤을 출지 상상하기도 하죠. 리우 카니발에 다녀와서는 한동안 깃털을 장식한 슈즈를 제작했고, 때로는 무심하게 버려진 독특한 모양의 쓰레기에서도 영감을 얻습니다.”
무슈 생 로랑의 마지막 쿠튀르 쇼를 위해 제작한 컬렉션부터 니콜 키드먼, 티나 터너 외 많은 아이코닉한 셀레브러티와의 추억 등 1991년부터 시작된 브랜드의 시간 속에서 감동적 기억은 수없이 많지만 힘든 시간은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다. 좋은 기억만 간직하기에도 벅차다고 생각할 만큼 그는 긍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K-팝에도 관심이 많고, 다양한 한국 셀레브러티를 만났다는 그는 한국 여성을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우아한 방식으로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런 이유에서 자신의 컬렉션 중 앞코가 뾰족한 드라마틱한 힐이나 화려한 장식이 달린 샌들을 추천하며, 한국 셀레브러티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선정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내년에 개막하는 올림픽 관련 프로젝트, 새롭게 소개할 카바레 쇼 슈즈 컬렉션뿐 아니라 안무, 호텔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슈즈에 국한하지 않는 다양한 창의적 업무를 진행 중인 크리스챤 루부탱의 ‘행복한’ 앞날을 기대해본다.

장 자크 루소 거리에 위치한 루부탱 아틀리에.

 

 

에디터 이서연(프리랜서)
현지 취재 배우리(파리 통신원)
사진 김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