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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香)의 신전

BEAUTY

뉴욕에서 가장 화려하고 품격 있는 향수 트렌드를 선도하는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의 DNA가 농도짙게 배어 있는 뉴욕 부티크에서 브랜드를 이끄는 두 남자를 만났다.

뉴욕 부티크의 쇼윈도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가 자체 개발한 향수를 진열한 모습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 부티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시그니처 패키징’. 버건디 벨벳 박스와 생화로 장식한 기프트 박스는 받는 이의 감동을 극대화한다.

유니크하고 아기자기한 숍이 늘어선 뉴욕 웨스트빌리지의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이곳은 취향이 까다로운 뉴요커는 물론 독특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거리다. 크리스토퍼 스트리트의 초입, 9번지를 걷다 화려한 공작새와 빈티지 소품으로 장식한 쇼윈도에 시선이 멈췄다.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이곳은 ‘최고급 럭셔리 향수를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모토로 1995년 문을 연 아이데스 데베누스타스(Aedes de Venustas)의 편집 부티크다. 부티크 안으로 들어서니 마치 19세기 유럽 어딘가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어두운 버건디 컬러로 마감한 벽과 카펫은 은은한 조명과 어우러져 은밀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양한 앤티크 가구와 크리스털 샹들리에, 싱그러운 생화와 향초가 감각적인 조화를 이룬다. 이 자그마한 공간을 르네상스 시대를 연상시키는 한 폭의 그림으로 탄생시킨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이제는 뉴욕 웨스트빌리지의 터줏대감이라 불리는 두 남자, 칼 브래들(Karl Bradl)과 로버트 거스트너(Robert Gerstner)가 이 아름다운 성전의 창시자이자 부티크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독일 출신인 이들은 1992년 뉴욕으로 이주, 취미로 관심을 가져온 향수를 소개하기 위해 부티크를 열었다. 현재의 부티크 건너편에 막 문을 연 뉴욕의 첫 맥(M.A.C) 스토어에 밀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이들. 당시만 해도 향수 편집숍이라는 컨셉이 존재하지 않던 뉴욕에 첫 향수 전문 부티크를 오픈,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그 시작은 매우 용감했다. 매장은 반지하였고, 이들이 소개하는 유럽 향수는 미국에 소개된 적 없는 생소한 브랜드인 데다 이들이 간판에 새긴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는 미국인이 발음하기조차 힘든 라틴어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지만 도전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1995년부터 20년이 흐르는 동안 끊임없이 수많은 셀레브러티와 트렌디한 뉴요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탁월한 예술적 감각과 성공을 방증한다.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 부티크에서는 세르주 루텐, 산타 마리아 노벨라, 라티잔 파퓨머, 호텔 코스테, 바이 킬리안, 바이레도, 아그라리아, 딥티크,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등 이들이 엄선한 최고급 향수와 더불어 2012년에 선보인 이들의 자체 제작 향수 브랜드(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 부티크 이름과 같다)도 만날 수 있다. 최근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의 다섯 번째 향수 팔리상드레 도르(Palissandre d’Or)는 현재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향수. 아시아 지역에서 자라는 파촐리와 코리앤더, 시나몬, 너트멕, 라즈베리가 오묘하게 어우러진 두 남자의 야심작이다.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 부티크
Inquiry +1 212-206-8674
Add 9 Christopher Street, New York NY 10014, USA

화려하고 빈티지한 멋이 살아 있는 부티크 인테리어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의 신제품 팔리상드레 도르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 공동 창업자 칼 브래들과 로버트 거스트너(왼쪽부터)

Interview with Karl Bradl & Robert Gerstner
공동 창업자인 두 사람의 향에 대한 공통된 철학이 있다면?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향수를 소개하고, 최고 퀄리티의 향수를 창조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그리고 우린 취향과 스타일은 절대 모방할 수 없다고 믿는다. 샤넬 재킷은 누구나 살 수 있다. 하지만 좋은 물건을 사는 것과 제대로 멋스럽게 입을 줄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지난 20년간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진짜 멋스러운 향수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두 사람의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각자의 스타일이나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 칼 향에 대해 의견을 조율해야 할 때가 가끔 있지만 20년 넘게 함께 일하다 보니 모든 게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로버트 칼은 완벽주의자라 가끔 너무 신중하다.(웃음) 그래서 패키징에 대한 결정은 대부분 그에게 일임한다.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의 향수의 강점은?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향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의 향수는 아주 좋아하거나 혹은 아주 싫어하거나, 상반된 반응이 전반적이다. 재료의 퀄리티를 항상 최상으로 유지한다는 점, 재료를 선정하는 데 한계나 편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보틀 디자인이 굉장히 럭셔리하다. 디자인 개발 배경에 대해 알고 싶다. 개발 당시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유리병 제조사를 찾아갔다. 그들의 쇼룸에 있는 60개의 병과 유럽 벼룩시장에서 찾아낸 1920~1930년대 향수병 뚜껑을 일일이 매치해본 뒤 현재의 디자인이 탄생했다. 다른 향수 보틀에 비해 바닥을 두껍게 해 고급스러움을 살렸고, 굴곡이 있는 독특한 형태로 몰드를 제작했다.
신제품 팔리상드레도르에 대해 소개해달라. 여성 향수인가? 팔리상드레 도르는 우드 계열 향수인데 흔히 생각하는 나무 향과는 다르다. 섹시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우리 향수는 모두 유니섹스 향수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식당에서 생선 요리를 주문할 때 생선의 성별을 묻지 않는다. 그저 생선의 맛과 향, 텍스처를 좋아할 뿐.(웃음)
한국에서 한 번만 뿌려도 오래가는 오 드 퍼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어떤가?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다소 강한 향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없어지고 마음을 열고 있다. 그렇다고 오드콜로뉴처럼 가벼운 향이 트렌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 부티크에는 내로라하는 향수 브랜드의 향수가 진열돼 있다. 앞으로 추가로 들일 계획인 브랜드가 있나? 이번에 우리가 자체 개발한 몰리큘(Molecule), 그리고 엑스 니힐로(Ex Nihilo).
앞으로 주목받게 될 향수의 소재와 아이템을 예측해보면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다양한 책을 읽는다. 실제로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요즘 주목하고 있는 아이템은 인센스 스틱(incense stick)이다. 라틴어로 퍼퓸(perfume)은 ‘태운다’는 뜻인데, 아주 오래전엔 신과 소통하기 위해 향을 피웠다고 한다. 전문 향수 메이커인 우리가 향을 만들어낸다면 그것 또한 의미 있을 것 같다.

에디터 성보람(프리랜서)
현지 취재 이치윤(뉴욕 통신원)  사진 고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