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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뿌리는 남자

BEAUTY

향수를 빼놓고 인생을 논할 수 없는 남자들을 만났다. 향수에 대한 기억과 취향을 주제로 그들과 오랜 대화를 했고, 그 시간은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그들이 향수를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 그리고 향수와 함께 사는 법.

왼쪽부터_ Jo Malone London 얼그레이 앤 큐컴버, Penhaligon’s 블렌하임 부케, Jo Malone London 다크 앰버 앤 진저 릴리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
양태오는 항상 오감에 대해 생각한다. 심미적 요소는 물론 재질의 촉감, 소리, 공간에서 마실 티와 디저트까지 생각하는 그다. 그런 그가 향수에 관심이 많은 건 당연하다. “어릴 때 어머니가 뿌리던 캘빈 클라인 옵세션의 향을 잊을 수 없어요. 그때 향의 위력을 깨쳤죠.” 처음 뿌린 향수는 섬유유연제 향이 나는 갭 드림.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현재는 펜할리곤스 블렌하임 부케를 애용하고 조 말론 런던 아쌈 앤 그레이프프룻 오 드 뚜왈렛, 얼그레이 앤 큐컴버 오 드 투왈렛, 다크 앰버 앤 진저 릴리 코롱을 레이어링한다. 처음에는 2가지 오 드 투왈렛의 부드러운 향이 강한데 마지막엔 묵직한 다크 앰버 향이 잔향으로 남는다고. 이렇게 시간의 흐름을 고려해 향수를 뿌린다. 또 모자, 머플러부터 바지 밑단까지 흠뻑 뿌려 아침부터 향에 취하는 걸 즐긴다. 향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지속시키고 싶어서다.
어떤 장소도 우아하고 서정적인 공간으로 변신시키는 그에게 향수를 이용한 인테리어 팁을 물었다. “빈 보틀에 꽃을 꽂아 작은 테이블 위에 두고, 욕실 한편에 향수들을 놓아보세요. 향수를 모아놓기만 해도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됩니다.” 계동에 위치한 그의 집 욕실에도 다양한 향수가 비치돼 있다. 손님들이 취향에 맞는 향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 섬세한 배려다. “향수를 뿌리든 안 뿌리든 그 이유는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뿌리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다면 뿌리지 않는 것이 맞죠. 반대로 사용해서 돋보일 수 있다면 사용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그래야 자신의 스타일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왼쪽부터_ Dior 파렌하이트, Santa Maria Novella 아쿠아 디 콜로니아 루싸

더 알란 컴퍼니 남훈 대표
패션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남훈 대표는 구두를 숙고하듯 향수도 신중하게 고른다. 그는 대학 시절 디올 파렌하이트를 좋아했다. 그 시절에는 향수를 과도하게 뿌렸다는 고백. 재미있는 것은 냄새에 민감해 늘 두통약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현재 그는 향수를 휴대하지 않는데, 향이 잦아들고 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보기 때문이다. 겉옷에는 향수를 뿌리지 않고 속옷 기능을 하는 셔츠에만 살짝 뿌려 체취와 섞이게 한다. 옷에 남은 잔향을 존중하고, 여러 향수가 한 옷에서 섞이지 않도록 신경 쓴다는 말이 참 그답다.
그는 피렌체에 자주 간다. 세계 최고의 남성복 페어 피티우오모가 열리고, 클래식한 남성복에 대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므로. 그곳에서 그는 아름다움과 실용성이 함께 스며든 남자의 복장에 대해 생각한다. 늘 들르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향수는 그가 걸어가는 길을 묵묵히 지켜보는 친구 같다.
향수와 의상을 매치하는 법칙이 있을까? “법칙은 없지만, 개인적인 컨셉은 있어요. 포멀한 슈트에는 차분한 향수를, 데님이나 패딩 같은 캐주얼을 입을 때는 화려한 향수를 선택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겐 한없이 매력적인 세상이고, 싫어하는 사람에겐 지독한 취향일 향수. 그는 향수는 시도하는 데 그 의미를 둬야 향에서 얻는 즐거움이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왼쪽부터_ A Lab on Fire 왓 위 두 인 파리스 이즈 시크릿, Heeley 아가우드, Lbless 리멤버 디셈버 캔들, RetaW 태블릿 앨런

메종 드 파팡 김승훈 대표
니치 향수 편집숍 메종 드 파팡을 운영하고 있는 김승훈 대표에게는 향 자체가 재미있는 삶의 요소다. 비유하자면 남자들의 멋진 기계나 장난감과 비슷하다. 최근 니치 향수에 대한 남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남자들은 기능과 퍼포먼스적인 면에 민감해요. 품격이 느껴지는 니치 향수의 재료, 향의 완성도 때문에 좋아할 수밖에 없죠. 니치 향수는 광고도 거의 하지 않는데, 오직 ‘향’으로만 명성을 이어간다는 것이 멋지지 않나요?”
요즘 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향수는 힐리의 아가우드다. 처음 접했을 때 조향사 힐리가 향수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고, 그 시간은 그에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계속 뿌리게 된다고. ‘Oud’라는 귀한 재료로 만든 아가우드를 뿌리면 자신이 진중하고 깊이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가우드 향을 직접 맡아보니 향이 독특하고 강한 편이었다. 향수는 어떤 것으로 선물해야 안전할지 질문했다. “주스의 퀄리티가 우수한 시트러스 향수를 추천해요. 좋은 시트러스는 답답하지 않고, 귤을 까고 있는 듯 상당히 리얼합니다. 감귤류에 대한 자신의 기억과 정확히 연결될수록 훌륭한 시트러스 향수라고 볼 수 있죠.”
그는 맥박이 뛰는 손목 안쪽의 퍼스트 포인트에 딱 한 번 향수를 뿌린다. 좋은 퍼퓸의 경우 본인만 느끼지 못할 뿐, 아침에 한 번 분사하면 6시간 이상 향이 지속된다고. 출장 시에는 트래블 세트와 향 태블릿을 챙긴다. 향 태블릿은 트렁크 안에 넣어두면 여행하는 내내 옷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를 없애준다. 사용법이 심플하고, 향의 지속력도 높아 유용하다고 귀띔해주었다.

에디터 성보람(프리랜서)
사진 김흥수  스타일링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