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책 읽기
‘어떻게 하면 잘 읽고 쓸 수 있을까?’ 책을 만드는 사람도 매일 하는 고민. 낭만적 독서보다는 효율적 독서를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술책을 찾아봤다.

‘한국 성인의 실질 문맹률 75%’. 2005년 한국교육개발원이 OECD의 성인 인구 문서 해독 능력 측정 도구를 적용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실질 문맹률이란 읽고 쓰는 것 외에 구직 원서나 봉급 명세서를 읽고 적용할 수 있는 문해력의 정도를 의미한다. 10여 년이나 지난 통계 결과는 이제 별 의미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종종 독서나 콘텐츠 관련 칼럼에 인용되는 것을 보면 우리에겐 다시금 확인하기는 두려운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 보고서 중 에디터의 눈길을 끈 것은 전문적 정보 기술 등 첨단 정보와 기술을 직업에 적용할 수 있는 고도의 해독 능력을 지닌 사람은 2.4%에 불과하다는 대목이다. 과연 우리는 책을 읽으면 비교적 이해하는 25%에 드는 사람이긴 한가? 바쁜 와중에 목표가 있고 일이 있어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읽어야 할 때는 자문해봐야 한다. 그때를 대비해 필요한 몇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책 읽기를 옛 성현의 방식으로 곱씹어 음미하는 것이다. <초서(抄書) 독서법>은 다산 정약용이 남긴 기록을 중심으로 글을 읽고 가려 뽑아 내 글로 정리해보며 사고의 힘을 키우는 방법을 말한다. ‘초서’는 베껴 쓰기와는 다르다. 예를 들어 <군주론>을 읽는다면, 핵심 내용을 초서한 뒤 책에서 가장 중요한 장을 써본다. 그런 다음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어느 정도 취사 선택해야 할지, 또 찬성과 반대로 나눠 그 장의 핵심 주제와 내용을 분류하는 식이다. <군주론>을 통해 알게 된 군주는 어떤 사람인지, 도저히 내가 수용할 수 없는 부분과 견해를 밝혀 비판하기까지 뇌과학 이론을 토대로 한 권을 읽어도 확실하게 내 것으로 소화하는 독서의 비법을 밝혔다.
<1년 100권 독서법>은 아예 책의 부제로 ‘바쁜데 교양은 쌓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이라고 달았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프로그래머라 자처하는 저자 차석호는 솔직한 자기 체험을 바탕으로 설득한다. 너무 바빠서 읽을 시간도 없다는 사람에게는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읽는 것이 필요하다고. ‘다섯 분야를 고르고 각각 10권씩 본다’, ‘가독성이 높은 책 10권을 고른다’,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를 고른다’ 등 독서 경험과 거기에서 생긴 사고의 힘을 독서 초보도 알기 쉽게 정리해뒀다.
만약 이러한 방법론 앞에서 웃음 짓는 자타공인 ‘다독가’라면 이런 질문은 어떤가. 그간 읽은 수많은 책 속 이야기를 단 한 장의 도표나 보고서로 쓸 수 있는지. 많이 읽는 것과 그것을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능력을 요한다는 것을 실생활에서 종종 겪어보았을 테니까. 가깝게는 바로 옆 사람에게 책을 권할 때나 조직안에서 멋진 발표를 하고 싶을 때 마주하는 상황을 묻고 싶다. 그래서 <쓰기의 공식 프렙>은 에세이부터 보고서까지 논리적 구조로 완성하는 글쓰기 비법 자체를 가르친다. 읽고 쓰기의 달인인 작가 유시민과 학자 최재천 등이 즐겨 쓰는 P(point), R(reason), E(example)순으로 쓰고 다시 P′(point)로 돌아오는 글의 전개가 핵심. 남에게 전달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이해 수준은 같을 수 없다.
정약용은 “독서는 뜻을 찾아야 한다. 만약 뜻을 찾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다면 비록 하루에 1000권을 읽는다 해도 그것은 담벼락을 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오늘도 막막한 독서의 길을 마주 보는 이들이 있다면 가끔은 여기 세 권의 책이 논하는대로 수학 공식처럼 똑 떨어지는 방법을 취해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