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이 이끈 경계 없는 예술
인도네시아의 신진 작가 아디티야 노발리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지역적 특성에 기반을 두면서도 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정서적 교감을 중시하는 그의 작품은 아시아라는 한계를 뛰어넘는다.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사회 전반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인도네시아 신진 작가 아디티야 노발리
ⓒ Indra Leonardi
아디티야 노발리
1978년 인도네시아 자바 섬 솔로에서 태어난 작가 아디티야 노발리는 인도네시아 자바 섬 반둥 시의 파라얀간 가톨릭 대학교에서 건축공학을, 네덜란드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에서 컨셉추얼 디자인을 공부했다. 인도네시아의 지역적 특성에 기반을 두면서도 세련된 국제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그의 작품 특징이다.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에 참여하고, 이탈리아 밀라노 프리모 마렐라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3월 아트 바젤 홍콩 디스커버리 섹션에서 신작을 소개할 예정이다.

실재와 모방 사이의 직관적 사유를 담은 작품. You will Find the Coat a Useful Addition to Your Wardrobe, Ink, Plexiglass, Wood, Multiword and Zinc Plate, Each 115×74×5cm(Set of 2), 2016
인도네시아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티스트 아디티야 노발리(Aditya Novali)는 수도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 섬 솔로(Solo) 출신 작가다. 그의 작품 ‘Devotion #123’은 지난 10월부터 12월까지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톰 탄디오의 인도네시아 현대미술 컬렉션>에서 컬렉터 톰 탄디오의 소장품 중 하나로 소개되기도 했다. 캔버스, 나무,알루미늄, 플렉시글라스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설치, 영상 등으로 표현하며 주제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 특징. 인도네시아 공공 주택 보급 제도의 실패를 꼬집은 설치 작품 ‘The Wall: Asian (un)Real Esteta Project’와 화가의 창조적 작업에 대한 오마주인 ‘Painting Sense’, 실재와 모방 사이 작가의 직관적 사유를 담은 회화 ‘Her Comments are Worthy of Horizontal Repetition’까지 다양한 주제로 늘 새로운 작업을 꿈꾼다. 이러한 작품의 토대를 바탕으로 그는 인도네시아의 지역적 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세련된 비주얼 아트를 선보인다. 3월 자카르타 ROH 프로젝트를 통해 아트 바젤 홍콩 디스커버리 섹션에 참여할 그와 만나 도전정신으로 가득한 예술 세계를 탐구했다.

1 일상의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을 보여주는 작품. Unscale Reality, Constructed from Coated Steel, Wood, Copper, Paint, LED Fabric, Plexiglass, Resin on Some Interactive Rotable Triangular Parts, 2005~2012
2 아디티야 노발리는 ‘Devotion #123’을 통해 종교와 믿음이라는 영역 내에서 상징과 우상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을 던진다. Devotion #123, Wax and Video Installation, Acrylic Object, Variable Dimensions, 2011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st Reserved
필모그래피를 보면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 어떤 예술적 행보를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아티스트가 꿈이었지만 정식 교육을 받진 않았어요. 네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각종 대회에 나가곤 했죠. 일곱 살 때부터 열한 살 때까지 인도네시아 전통 인형극의 인형 조종사로 활동했고요. 이후 파라얀간 가톨릭 대학교(Parahyangan Catholic University)에서 건축공학을,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Design Academy Eindhoven)에서 컨셉추얼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건축을 공부할 때도 전 늘 그림을 그렸어요. 건축은 미술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작업하는 데 보다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과 컨셉추얼 디자인을 전공해서인지 확실히 당신의 작품은 형태적이고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건축을 공부할 때도 전 전통적 건물을 만드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오히려 휴대 가능한 건축에 계속 눈길이 갔죠. 친구들은 말도 안 된다고 했지만 그런 작업에 몰두한 결과 ‘The Wall: Asian (un)Real Estate Project’(2011년) 같은 작품을 만들게 된 것 같아요.

이탈리아 프리모 마렐라 갤러리에서 연 〈Beyond the Walls〉전시 전경
‘The Wall: Asian (un)Real Estate Project’는 아름다운 건축물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도네시아의 공공 주택 제도의 실패라는 쓰디쓴 현실을 담았습니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픈 궁극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2011년 이 작품을 만들 당시 인도네시아는 급격한 산업 발전을 이루던 시기였어요. 새로운 아파트와 고층 건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죠.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단순히 집을 파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통해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과 향상된 사회복지를 경험할 수 있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욕망을 팔았어요. 저는 그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물리적 환경은 개선됐지만 과연 우리가 정말 행복한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사는 의미와 소중한 삶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작년에 싱가포르 펄 램 갤러리에서 개최한 그룹전 〈plugged〉에서 다시 한 번 ‘The Wall: Asia(nu n)Real Estate Project’를 선보였어요. 과거와 현재의 작품엔 어떤 차이점이 존재하나요?
4년 동안 우리는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물질적 풍요는 정신적 행복의 동의어가 아니며, 정의 실현 같은 사회적 가치도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앙상한 뼈대만 남은 구조물을 통해 차가운 현실을 응축해 표현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제가 나눈 대화라고도 볼 수 있고요.
화장실, 침실, 부엌 등 우리의 일상 공간을 건축 모형을 통해 보여주는 ‘Beyond the Walls’(2013년)까지 다양한 ‘벽’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단단한 벽 이면에 숨은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특정한 가치를 전달하기보다 저는 각 방의 내부를 통해 이야기를 전하려 했어요. 공간은 곧 하나의 재료가 되어 그곳에 거주한 사람의 사회적·심리적 상태, 더 나아가 정치적인 성향까지 ‘기록’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관람객이 각자 방의 거주자가 되어 자신이 느낀 바를 토대로 이야기를 재창조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브랜드숍 NGACO를 지어 정부의 부족한 지원 아래 개인이 독자 생존해야 하는 인도네시아의 상황을 비판했다. NGACO: Solution for Nation, Installation, Mixed Material, 2014
작품이 친근하게 다가와 쉽게 읽히는 것 같지만 그 내면에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인도네시아의 시대적 맥락을 반영한 이유 때문일까요?
지역적 특수성의 영향이라기보다는 다층적 해석이 가능해서가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사람들에게 즉각 의도가 읽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자신만의 사고 혹은 경험의 틀을 통해 작품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벽’ 시리즈가 닫힌 인간관계 그리고 폐쇄적인 사회를 뜻하는 걸로 느꼈어요. 개인마다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더 넓은 세계로 이야기가 확장되어갈 수 있겠네요.
네. 앞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를 면밀히 살펴보고 싶어요. 그래서 ‘The Wall: Asian (un)Real Estate Project’를 다른 아시아 나라의 상황을 적용해 시리즈로 제작해보려 합니다. 각 아시아의 상황을 다루면서도 자독적 해석을 낳는 새로운 작품들이 탄생하지 않을까요?
정부의 부족한 지원 아래 개인이 독자 생존해야 하는 인도네시아의 상황을 비판한 ‘NGACO’(2014년)는 확실히 지역적 색채가 강한 것 같아요.
그 작품은 인도네시아의 상황에 초점을 맞춘 것이 맞습니다. 개발도상국인 인도네시아가 맞닥뜨린 정부와 시민의 관계를 조명하고자 했습니다. 지금은 나아지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 국민은 정부의 보살핌 아래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스스로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죠. 많은 사람이 인도네시아를 ‘오토 파일럿(auto pilot)’이라고 부를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이런 인도네시아의 상황을 빗대어 건축자재를 파는 브랜드 숍 NGACO을 지었습니다. 건물은 나라를 상징하고, 그 안의 재료는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기능적 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풍자인 거네요?
그렇죠. NGACO는 인도네시아어로 ‘whatever’를 뜻하는데, 제대로 만들지 못한 무언가를 말하고 싶을 때 쓰는 단어예요. 개발도상국에는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어떤 엄격한 규칙이 없다는 것을 반영한 패러디죠. 이게 현실이기도 하고요. 인도네시아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면 이 작품에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상황에서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예술은 우리 인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공명할 수 있는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3 화가의 창조적 작업에 대한 오마주인 ‘Painting Sense’ 시리즈 중 하나. The Alphabet of Tools – Brush Series, Brush, 2014 4The Object(ion) of Painting, Steel, Plaster, Plexiglass, Wood, Stone, Each150×110×3cm(Set of 5), 2014
당신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는데,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나 재료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에게 재료는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수단일 뿐 목적은 아닙니다. 항상 리서치를 통해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 정하고 제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형태를 결정합니다. 각 재료에도 이야기와 문화적 배경이 담겨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물론 재료를 사용하기 전에 그 특성을 탐구하는 과정은 흥미롭지만, 아이디어가 재료를 리드하는 것이지 재료 자체가 선택의 우선순위는 아닙니다. 주제도 특별히 한계를 두고 싶진 않아요. 제 흥미를 돋우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작품의 주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신은 본능과 이성의 조화를 통해 작품을 창조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균형을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예술 작업이 재미있는 게 바로 그 때문이에요.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춘다는 건 저에게 많은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거나 혹은 다른 한쪽의 감정에 푹 빠져서 작업하거나 그 미묘한 경계에 서 있을 수도 있겠죠. 개인적으로 수치화하는 작업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제 작품이 늘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

2016년 인도네시아 자카르다 ROH 프로젝트에서 열린 〈Acrylic〉전시 전경

The Arrest of Diponegoro(1895) – Raden Saleh: The Arrangement of Unknown, Plexiglass, Paint, Ink, Sticker, Wood, 248×125.5×15cm, 2015
계산적이고 논리적인 작품을 주로 선보여온 과거에 비해 작년 11월 자카르타 ROH 프로젝트에서 연 개인전
소셜 미디어 시대인 지금은 실재와 모방의 경계가 흐려졌는데, 그 애매모호함이 우리의 정체성이 돼버렸어요. 그래서 이런 사회적 상황을 반영해 본능과 직관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죠. 설치 작품 ‘Her Comments are Worthy of Horizontal Repetition’을 보면 작품의 경계를 알 수 없고, 그 모호함이 그림를자 이뤄 작품이 됩니다. 그걸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남은 진짜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점을 던지고 싶었어요.
확실한 경계를 두지 않는 당신의 작업 태도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네요.
네, 경계를 두지 않고 작업에 임하는 것도 제가 지향하는 태도거든요.
3월에 열리는 아트 바젤 홍콩 디스커버리 섹션에서 신작을 선보인다고 들었어요 .
아직 자세한 건 이야기할 수 없지만 제가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현실과 모방에 관한 이야기의 연장선에 있을 것 같아요. 일본과 태국의 미술관에서도 곧 전시를 열 계획입니다.
인도네시아 작가로서 당신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인도네시아 작가로 한계를 두고 싶진 않아요. 다만 한 명의 인도네시아 사람으로서 성장하고 생존할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이건 아티스트로서도 매우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해요. 성장한다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해 더 많은 관람객과 공감하고 소통한다는 것을, 살아남는다는 것은 삶의 순간을 즐기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을 뜻합니다. 이 두 가지만 기억한다면 한 인간으로서, 아티스트로서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
사진 제공 송은아트스페이스, 아디티야 노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