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미술 깊숙이
2017년 봄, 시드니에서 새로운 대형 미술 행사의 서막이 열린다.
호주의 현대미술 작가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유일무이한 행사가 될 예정이다.

1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애틀랜타 에케의 작품 ‘Body of Work’
2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고든 베넷의 ‘Home Decor(After Margaret Preston) #18’
3 Tiger Yaltangki, Doctor Who, Synthetic Polymer Paint on Canvas, 112×167cm, 2016
시드니의 랜드마크 미술 스폿으로 손꼽히는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호주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캐리지워크스(Carriageworks) 세 곳에서 3월 말 < The National 2017-New Australian Art> 라는 대규모 전시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호주에서 국내 현대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 호주 현대미술관의 학예연구실과 디지털팀 수장이자 이번 행사를 기획한 큐레이터 중 한 명인 블레어 프렌치(Blair French)는 “단일 기관이 주최하기 힘든 거대한 규모로, 시드니의 최고 예술기관 세 곳이 긴밀히 협력해 공동 개최한다”는 말로 이번 전시의 특별한 의미를 강조했다. 올봄 첫 전시를 시작으로 2019년, 2021년까지 격년으로 총 세 번의 전시가 계획돼 있다.
‘The National’을 타이틀로 선택한 것은 현재 호주에서도 선상 난민 문제와 얽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국가주의에 대한 토론에 불을 붙이려는 의도. 총 49명의 선정 작가 중 원주민계 작가가 13명인데, 원주민이 호주 전체 인구의 3%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숫자다. 이는 호주 미술의 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 타국에서 태어난 호주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27%나 되는 다문화 사회의 특성을 반영하듯 파푸아뉴기니, 스리랑카, 레바논, 콜롬비아 태생 작가도 포함됐다.
3월 30일 앞서 말한 세 곳에서 동시에 개최하는 이번 전시는 다양한 연령대의 중진, 신진 작가를 아우르며 호주 내에서도 쉽게 볼 수 없던 작가들을 다수 포함해 호주 현대미술의 최근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보수연합당 정부에 의해 미술 지원 예산이 삭감됐음에도 대부분의 출품작을 미술관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신작으로 채울 예정. 주최 기관 세 곳이 49명에 이르는 작가의 작품을 거의 같은 비율로 전시할 예정이다.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 선정 작가 중 고든 베넷(Gordon Bennett, 1955~2014년)은 유일하게 작고한 작가.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낙원의 이방인: 호주 현대미술>전 등을 통해 한국에도 알려진 이름이다. 인종차별과 식민주의를 비판한 그의 전형적인 구상 작품과 달리 이번에는 근대 여성 작가 마거릿 프레스턴(Margaret Preston)의 작품 일부를 차용한 추상 작품을 공개한다. 프레스턴은 호주 미술의 ‘국가적 언어’를 찾기 위해 처음으로 원주민 미술을 차용한 비원주민 작가로 유명하다. 흥미롭게도 원주민계 작가 고든 베넷이 백인 작가로서 원주민 미술을 아우른 프레스턴의 작품을 재차용한 것이다.
한편 1880년대에 지은 철도 역사를 복합 문화 공간으로 개조한 캐리지워크스에서는 공간의 성격에 맞춰 여러 장르를 융합한 작품을 전시한다. 특히 백인 무용가이자 안무가 애틀랜타 에케(Atlanta Eke)와 원주민 무용가이자 안무가 제노아 겔라(Ghenoa Gela)가 협업으로 공동 제작할 퍼포먼스가 기대된다. 또 호주 현대미술관은 전시장에 암벽장을 설치해 관람객이 실내 클라이밍을 즐기는 모습을 촬영하는 에린 코츠(Erin Coates)의 작품이 흥미를 끌 것으로 보인다 .
< The National 2017-New Australian Art> 전시는 제목과는 달리 역설적으로 호주 현대미술의 국가적 특징이 두드러지진 않을 듯하다. 대신 다문화 국가의 유동적 정체성을 부각시킬 것이다. 세 예술기관에서 3월 30일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에서 7월 16일까지, 호주 현대미술관에선 6월 18일까지, 캐리지워크스에선 6월 25일까지 이어진다. 호주 현대미술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이 전시의 성공적 출발을 기대해본다.
에디터 안미영(myahn@noblesse.com)
글 안은영(AICA/국제평론가협회 호주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