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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만난 한국 미술 10

ARTNOW

아트 바젤 홍콩이 열린 3월 말,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 대규모 설치 작업을 통해 도시 전체가 예술로 가득하던 홍콩에서 조우한 한국 작가의 작품 10점을 소개한다.

신민, ‘유주얼 서스펙트’ 전시 전경, 2025. Image Courtesy of P21, 사진 S. C. Felix Wong.

 신민 ‘유주얼 서스펙트’ @아트 바젤 홍콩 디스커버리 섹터 P21 부스 
올해 신설된 ‘MGM 디스커버리 아트 어워드’의 첫 수상자로 선정된 신민 작가의 작품. 작가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와 카페 등에서 일했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감자튀김 포장지와 포대를 활용해 여성 노동자 군상을 표현한다. 올해 페어를 통해 선보인 ‘유주얼 서스펙트’ 연작은 ‘우리는 왜 털을 징그러워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착용하는 머리망과 리본을 통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과 이에 순응해야 하는 여성 노동자의 낮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낸다.

양혜규, ‘토템 로봇’ 2010.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양혜규 ‘토템 로봇’ @M+ [Picasso for Asia – A Conversation] 전시 
7월 3일까지 M+ 에서 열리는 [Picasso for Asia – A Conversation]은 파리 국립 피카소 미술관(MnPP)에서 대여한 60여 점의 피카소 작품과 M+가 소장한 동시대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병치하는 전시다. 전시를 통해 선보인 130여 점의 M+ 소장품 중 가장 인상적이던 작품 중 하나가 피카소, 노구치 이사무의 조각과 함께 놓인 양혜규 작가의 ‘토템 로봇’이었다. 총 3점으로 구성된 광원 조각 연작인 토템 로봇은 의류 행거에 가발, 헤어 롤러, 인공 조화, 전선 케이블 등 일상적인 소재를 결합해 조형적으로 재구성한 설치 작품이다.

이불 ‘Perdu CCIX’, 황마 캔버스에 자개와 아크릴, 알루미늄 패널,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 163.3×226.6×6.5cm, 2025. © Lee Bul,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 전병철. 이미지 제공: 하우저앤워스

 이불 ‘Perdu CCIX’ @아트 바젤 홍콩 갤러리 섹터 하우저앤워스 부스 
지난 3월 19일 전속 작가 합류 소식을 알린 이후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는 아트 바젤 홍콩 2025를 통해 이불 작가의 작품 2점을 선보였다. 그중 2025년 신작인 ‘Perdu CCIX’는 설치와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다뤄온 작가가 최근 몰두하고 있는 평면 작업인 ‘Perdu’ 연작 중 하나로, 아크릴 페인트와 자개를 여러 겹으로 쌓아 표현하는 입체적 회화를 통해 인공과 유기체 사이의 이분법적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페어 기간 유럽의 예술 재단에 의해 26만 달러(약 3억 8천만원)에 판매되었다.

허지혜 ‘Falling Together in Time’ 인카운터 섹터 설치 전경, 2025. 이미지 제공: 휘슬.

 허지혜 ‘Falling Together in Time’ @아트 바젤 홍콩 인카운터 섹터 
매년 아트 바젤 홍콩의 하이라이트는 페어장의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대규모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인카운터 섹터다. 한국 작가로 올해 인카운터 섹터에 유일하게 참가한 허지혜 작가의 ‘Falling Together in Time’은 관람객들이 공중에 떠 있는 대형 종이 조각들 사이를 거닐며 몰입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이다. 작가는 신문과 잡지, 책 등 수집한 폐지를 손으로 찢어 반죽한 후 끓이는 과정을 통해 종이의 물성을 변화시키고, 쑥과 로즈마리, 느릅나무 껍질 등의 허브를 첨가해 감각적 경험을 더한다.

홍영인 ‘Ring of Animals’, 2023. [Lining Revealed – A Journey Through Folk Wisdom and Contemporary Vision] 전시 설치 전경. Image Courtesy of CHAT(Centre for Heritage, Arts and Textile), Hong Kong.

 홍영인 ‘Ring of Animals’ @CHAT [Lining Revealed – A Journey Through Folk Wisdom and Contemporary Vision] 전시 
홍콩 섬유 산업의 역사를 현대 미술과 공예를 통해 되돌아보는 CHAT(Centre for Heritage Arts & Textile)에서 7월 13일까지 열리는 [Lining Revealed – A Journey Through Folk Wisdom and Contemporary Vision]은 민속 공예와 현대 미술 사이의 상호작용을 살피는 전시다. 전시 공간 입구에 설치된 홍영인 작가의 ‘Ring of Animals’는 새와 말, 코끼리 등 서식지를 공유하지 않는 동물들의 신발을 짚으로 엮어 흰 모래에 올린 작업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적 존재의 공존과 연대를 탐구하고,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명체의 이야기를 시각화한다.

박인경, ‘무제’, 210x149cm, 한지에 먹, 2024. 이미지 제공: 갤러리 바지우.

 박인경 ‘무제’ @아트 바젤 홍콩 갤러리 섹터 갤러리 바지우 부스 
파리에 위치한 갤러리 바지우(Vazieux)는 아트 바젤 홍콩 2025에서 ‘예술적 삶의 동행’이라는 주제로 고암 이응노 화백과 1세대 여성 화가인 박인경 화백의 2인전을 개최했다. 한지와 수묵이라는 공통된 재료를 활용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아온 부부 작가의 예술 세계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기회. 내년 100세가 되지만 여전히 활발하게 작업 활동을 하는 박인경 화백의 ‘무제’(2024)는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하며, 화면을 가득 채운 흩뿌려진 점들을 통해 채움과 여백을 탐구한다. 서양의 추상과 동양적 기법이 조화로운 박인경 화백의 정수를 담은 작품이다.

김윤신, ‘즐거움의 울림 2024-6’, 캔버스에 아크릴, 90x120cm, 2024.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김윤신 ‘즐거움의 울림 2024-6’ @아트 바젤 홍콩 캐비닛 섹터 국제갤러리 부스 
국제갤러리는 아트 바젤 홍콩 2025에서 갤러리 섹터와 더불어 캐비닛 섹터에도 참가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아시안 디아스포라 작가에 중점을 두고 선보이는 캐비닛 섹터를 통해 국제갤러리는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의 회화와 판화, 조각 15점과 더불어 아카이브 자료를 집약적으로 선보였다. ‘즐거움의 울림 2024-6’은 강렬한 푸른색의 추상 요소를 통해 원초적 역동성을 표현하는 회화 작업. 국제갤러리의 발표에 따르면 페어 기간에 7만 달러에서 8만4000달러(약 1억원에서 1억 2천만원) 사이에 판매되었다.

박그림, ‘간택, 회(柬擇, 回)’, 비단에 담채, 170x230cm, 2023. 이미지 제공: 테오.

 박그림 ‘간택, 회(柬擇, 回)’ @서퍼 클럽 2025 
서퍼 클럽(Supper Club)은 홍콩의 갤러리인 PHD그룹과 숍하우스(The Shophouse)가 공동 주최하는 대안 예술 행사로, 2회째를 맞은 올해는 갤러리가 밀집한 H퀸스 빌딩의 2개 층에서 개최되었다. 한국에서는 실린더와 테오 등 2곳의 갤러리가 참가했는데, 그 중 박그림의 ‘간택, 회’(柬擇, 回)는 불화의 형식을 차용해 퀴어 문화를 드러내는 작가의 예술 세계가 잘 반영된 작품이다. 불교에서 소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내용의 종교화 ‘심우도’에 등장하는 소를 호랑이로 재해석, 단군신화 속 미완의 존재인 호랑이를 성소수자 정체성과 연결해 상처와 극복을 담아냈다.

지비 리, ‘Past Tense 04’ 31.5 x 30.5cm, 67x63cm, 49x20cm, 2018. 이미지 제공: 마이어리거.

 지비 리 ‘Past Tense’ @아트 바젤 홍콩 갤러리 섹터 마이어리거 부스 
독일 갤러리로 한국에도 전시 공간이 있는 마이어리거는 호르스트 안테스, 캐롤라인 바크만, 미리엄 칸, 쉴라 힉스 등 다양한 사회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중 지비 리(Jeewi Lee)는 마이어리거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한국 작가로서, 한지로 바른 한옥의 낡은 마룻바닥을 잘라내 선보이는 ‘Past Tense’ 연작을 선보였다. 액자에 담긴 마룻바닥에는 타다 남은 성냥개비나 다림질 자국 등 다양한 삶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온돌을 떼어 생긴 열기는 다양한 색조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을 완성하는 건 다름 아닌 시간이다.

김홍주, ‘무제’, 캔버스에 아크릴, 226.5x227cm, 2010년대 후반. 이미지 제공: 조현화랑.

 김홍주 ‘무제’ @아트 바젤 홍콩 캐비닛 섹터 조현화랑 부스 
조현화랑은 캐비닛 섹터를 통해 김홍주 작가의 세필화와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 백자를 집중 조명했다. 김홍주 작가는 회화의 본질적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으며, 대형 무지 캔버스 위에 꽃과 잎사귀 등 세필로 그린 자연 이미지를 통해 실제 대상과 회화적 이미지 사이의 불일치를 실험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에 제작된 ‘무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꽃 그림 연작의 하나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흐리는 작가 특유의 꽃은 보는 이에게 해석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준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