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거나 앤티크하거나
2013년 봄 경매를 뜨겁게 달군 몸값 높은 앤티크와 워치 마니아들에게 회자되는 전설의 고가 워치를 한자리에 모았다. 존재만으로 강력한 오라를 뿜어내며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앤티크, 그리고 손에 넣고 싶을 만큼 갖가지 보석으로 치장한 타임피스의 모든 것.

1 파텍 필립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시계
The Magpie’s Treasure Nest Clock
1992년 제작한 파텍 필립(Patek Philippe)의 스탠딩 시계. 금으로 만든 둥지 위에 까치가 큼지막한 탄자나이트 보석을 물고 와 떨어뜨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한 아시아 사업가가 소장하고 있던 시계로 2013년 홍콩 소더비 봄 경매에서 예상가 38만 달러(약 4억 원)를 훌쩍 뛰어넘는 231만 달러(약 24억8000만 원)에 낙찰돼 2013년 홍콩 소더비 앤티크 시계 부문 최고가를 기록했다. 다이아몬드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고가의 희귀한 보석 탄자나이트를 비롯해 루비, 자수정, 자개 등 갖가지 보석으로 치장해 눈길을 끈다. 시계의 숫자 부분은 사파이어로, 시계의 중앙과 시침은 금과 다이아몬드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꽃은 색색의 마노와 루비, 다이아몬드로 치장했고 꽃잎은 자수정, 수술은 루비로 포인트를 줘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2 시계 기술에 예술을 입히다
Harry Winston, Glacier
올해 바젤월드에서 다이아몬드의 왕이라는 해리 윈스턴의 명성을 확인시켜준 글라시에 워치의 몸값은 한화로 30억 원. 기하학적 디자인과 눈부시게 화려한 여성미를 감상할 수 있는 시계로, 각각 크기가 다른 12가지 사이즈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총 76.4캐럿을 세팅했다. 시계 디자이너는 물론 보석 세공사와 보석 세팅 장인이 4개월 동안 디자인을 계획하고 다이아몬드 세팅에만 1000시간 이상 공을 들인 유니크 피스다.
3 손목 위에 품격을 더하다
Audemars Piguet, Royal Oak Grand Complication
오데마 피게의 상징적 컬렉션인 로얄 오크 라인의 기술력을 집대성한 로얄 오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의 가격은 한화로 13억 원. 그랜드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미니트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 문페이즈, 크로노그래프 등 다양한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탑재했다. 일반적인 컴플리케이션 워치에 1개 혹은 2개밖에 구현하지 않는 기능을 한 번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탁월한 시계 제작 기술 노하우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 하나 장식하지 않았는데도 높은 몸값이 책정된 것을 보면 성능에 대해선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듯.

1 청나라 분채 자기의 유혹
A Famille-Rose Peach Box and Cover
2013년 홍콩 소더비 봄 경매 도자기 부문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제품. 청나라 옹정제 시대(1722~1735년)의 분채(粉彩) 자기로, 561만 달러
(약 60억4000만 원)에 낙찰됐다. 분채는 청나라 도자기에 사용하던 연하고 고운 빛깔의 무늬로, 당시 색의 농도를 묽게 해 도채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황위 계승권이 확실하지 않은 위태로운 상황에서 황제가 된 옹정제는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 자신에게 온갖 상징성을 부여했다고 한다. 그래서 옹정제 시대에는 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도자기에 복숭아를 자주 그려 넣었다. 자기 아랫부분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연잎의 정교한 디테일은 물론 음영을 잘 살렸다는 평을 얻고 있다.
2 장인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비취 향로
A Jadeite Censer and Cover
19세기 후반에 제작한 영롱한 빛깔의 비취 향로. 밝은 녹황색 돌로 정교하게 만든 이 향로는 클로버 같은 4엽 장식(quatrefoil)의 형태를 띠고, 3개의 구부러진 짧은 다리가 몸통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측면 손잡이에 곱슬곱슬한 갈기와 뿔이 달린 신화 속 동물을 세밀하게 장식해 장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향로를 덮는 뚜껑 역시 날카로운 이빨과 뿔 달린 짐승으로 표현, 디자인에 통일성을 줬다. 비취 특유의 은은한 그러데이션과 고급스러운 광택이 살아 있는 이 제품은 2013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131만 달러(약 14억1000만 원)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3 용이 꿈틀대는 입체적 문양의 장롱
청건륭 자단고부조구룡서번련문정상식대사건거
(淸乾隆 紫檀高浮雕九龍西番蓮紋頂箱式大四件櫃)
청나라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 시대에는 자탄나무로 가구를 만들었다. 특히 이 장롱은 어린잎 가지만 골라서 제작해 견고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청나라 중기에는 재료 선택이 매우 까다로웠다. 나무 표피의 흔적이 없어야 하고, 심지어 한 나무에서 나온 가지만 사용하기도 했다. 사용한 재료와 세부 구성을 볼 때 광저우, 쑤저우 등 남방 지역 출신 공예가들이 공동 작업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팔선궤문(8개의 부채 모양 문)’에 입체형 조각 방식인 고부조로 제작한 점. 발가락이 5개인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는데, 양쪽 발이 위로 향하고 있고 용의 비늘까지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중국과 관계가 돈독했던 덴마크의 마이얼 가문이 소장하고 있던 이 장롱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다 2013년 폴리 옥션에서 9315만 위안(약 163억7000만 원)에 판매됐다.

1 건륭 황제가 품은 청궁 예술품
청건륭 청화전지화훼해랑문관이대존(淸乾隆 靑花纏枝花卉海浪紋貫耳大尊)
청나라 건륭제 시대(1735~1795년)는 고미술이 흥한 시기로, 이 도자기는 18세기 청궁 예술 문화의 복고적 풍격과 예술 이념을 잘 보여준다. 곡선이 매끄럽고 우아하며 색감이 밝고 따뜻한 작품으로, 도자기의 목 좌우에 장식한 귀 부분은 물론 몸통 전체에 10가지 문양을 빼곡히 넣었다. 중국 전통 장식 문양인 ‘찬지연’과 물결무늬로 꾸몄으며 세밀한 화공 기술이 눈에 띈다. 영국 황실 윈저 성과 조지 5세 마리 황후가 소장해오다 1994년 6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 출품, 다시 2013년 중국 폴리 옥션 봄 경매에서 1522만 위안(약 23억2000만 원)에 낙찰됐다.
2 불심 깊은 청나라 시대의 석가모니
청강희 석가모니(淸康熙 釋迦牟尼)
청나라 강희제는 불교에 대한 신심이 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궁 안에 수많은 불상을 만들어 진열했다고 한다. 섬세한 공예, 화려하고 아름다운 외관, 준수한 조형, 정밀한 문양 등은 강희제 시대 예술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불상은 목선이 자연스럽고 얼굴의 두 뺨이 풍만하며, 두 눈은 온화하고 눈썹이 촘촘하다. 코끝은 곧고 단단하며 눈썹과 코가 우아한 곡선을 그린다. 두 다리를 자연스럽게 포개고 두 손은 가슴 앞에 합장했는데, 그 모습이 매우 유연하고 생동감 넘친다. 지금까지 경매시장에 출품된 많은 불상과 비교할 때 이 작품은 원형 그대로 보존, 소장가치가 높아 2013년 중국 폴리 옥션 봄 경매에서 989만 위안(약 17억3000만 원)에 거래됐다.

동화 속 판타지를 담은 오토마톤
The Magical Musical Automaton Toy Cabinet
시계에 들어가는 기계식 부품으로 만든 서랍장 모양의 재미있는 오토마톤. 18K 골드 소재의 화려한 경첩 문을 열면 아기자기한 장식과 캐릭터 인형들이 짠 하고 모습을 드러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 캐릭터가 중앙에 서 있는데 문을 여는 순간 음악과 함께 빙글빙글 돌아간다. 하단에 설치한 6개의 서랍은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로 각각 화려하게 장식했다. 한 아시아 컬렉터가 소장하고 있던 이 오토마톤은 2013년 홍콩 소더비 봄 경매에 나와 105만1000달러(약 11억3000만 원)에 판매됐다.

1 꽃병에 시와 그림을 담다
Square Vase
2013년 홍콩 소더비 봄 경매에서 274만 달러(약 29억4000만 원)에 낙찰된 18세기 건륭제 시대의 사각 꽃병. 4면을 각각 다르게 디자인한 점이 눈길을 끈다. 2면에는 분홍색 복숭아나무와 붉은색 동백나무를 아름답게 수놓았고, 다른 2면에는 동백나무와 봄꽃을 예찬하는 황실의 시가 빼곡히 적혀 있다. 시 말미에 乾隆宸翰(건륭신한, Qianlong Chen Han)이라는 인장이 찍혀 있는데, 이는 신한 왕이 직접 쓴 편지를 말한다.
2 300년 된 작은 그릇의 위용
Lotus Bowl
청나라 강희제 시대(1661~1722년)에 만든 연꽃 모양 법랑채. 지난 4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중국의 유명 도자기 수집가 윌리엄 착이 949만 달러(약 101억9000만 원)에 이 작은 그릇을 샀다. 아름다운 루비로 장식한 이 법랑채는 당시로선 매우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서양의 에나멜 기법이 중국에 처음 도입된 시기인데, 굉장히 정교하고 디테일한 장식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평을 얻고 있다. 1983년 홍콩 소더비 창립 10주년 경매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 골동품 수집가 로버트 청에게 6만7000달러에 판매됐다. 이후 1999년 경매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 154만 달러에 판매되면서 또 한 번 이슈를 낳았다.
3 시대를 초월한 기품이 서린 나무 탁자
Massive Huanghuali Plank-Top Pedestal Table
길이 4.52m, 두께 7.6cm에 달하는 탁자. 지금까지 출품한 황화리(黃花梨) 탁자 중 가장 큰 사이즈로 2013년 뉴욕 크리스티 봄 경매에서 908만 달러(약 97억7000만 원)에 낙찰됐다. 명·청 시대의 진귀한 목재인 황화리 가구는 보존 상태가양호하고 공예가 정교한 것이 특징. 그 엄청난 크기로 미루어 짐작컨대 제작 당시(17~18세기) 상당한 비용을 들인 것은 물론 부유층에서 애지중지하며 사용했을 것이다. 일반 탁자와 달리 이 탁자는 희귀한 특대형 사이즈로 그 수가 많지 않고, 용이한 수송을 위해 두껍고 무거운 상판을 분해해 조립할 수 있도록 특별 제작했다. 향로나 촛대, 위패 등을 올려두거나 종교의식에서 제단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1 오묘하고 신비로운 색감의 분채 화병
Turquoise-Ground Famille-Rose Vase
유럽에선 파미유로즈(famille-rose)라 부르는 색채 자기, ‘분채’. 타원형의 이 청록색 분채 화병은 청나라 건륭제 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청나라 때 유행한 백자의 장식 기법인 분채의 정교한 세필이 살아 있는 작품이다. 연꽃 문양을 잔잔하게 수놓았고, 금빛 용이 나뭇잎 위에서 노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도자기 입구 부분의 금박 처리가 우아함과 화려함을 더한다. 아시아의 개인 소장가가 2013년 홍콩 소더비 봄 경매에 내놓아 146만 달러(15억7000만 원)에 판매됐다.
2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명품 워치
Hublot, Big Bang Haute Joaillerie
다이아몬드로 전체를 빼곡히 장식한 이 시계는 얼마일까? 2012년 바젤 페어를 통해 위블로가 제시한 금액은 미화로 50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56억 원이었다. 이 시계는 3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 6개를 포함해 1282개의 다이아몬드로 베젤과 보디 표면을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장식했다. 제작 공정이 무척 까다로워 17명의 장인이 14개월 동안 오롯이 이 작업에 매달려 완성한 땀의 결정체다. 유니크 피스로 단 1피스만 제작했는데 선보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싱가포르에서 판매됐다.
3 화려함과 기술력의 결정체
Cartier, Grand Complication Skeleton Pocket Watch
직경 59.2mm의 화이트 골드 소재 케이스 안에 보이는 로마숫자 인덱스와 투르비용 무브먼트가 매혹적인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스켈레톤 포켓 워치의 가격은 한화로 8억4000만 원. 오더메이드 방식이긴 하지만 현재 구입 가능한 모델이기 때문에 높은 몸값에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찬찬히 디테일을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 우선 케이스는 금덩어리에서 문양을 도려내는, 일명 투조 세공 기법을 적용했다. 조각을 완성해 붙이는 일반적인 방법보다 깔끔하고 정교한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무브먼트는 투르비용 매뉴얼 와인딩 메커니컬 무브먼트를 장착했는데, 까르띠에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기 위해 C자형으로 특별 제작한 6시 방향의 브리지가 색다른 볼거리다.
에디터 심민아 서재희 (jay@noblesse.com)
사진 제공 소더비, 크리스티, 폴리 옥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