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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의 기술

LIFESTYLE

지금 자동차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는 건 디스플레이다. 저마다 새로운 기술로 화면 경쟁에 돌입했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로 처리한 비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6

자동차와 IT 기술의 결합으로 디스플레이의 위상이 높아졌다. 요즘 신차는 디스플레이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물론 출력과 연비 같은 출중한 성능부터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동급 모델과 비교할 때 성능을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아예 다른 세그먼트라면 모를까, 제원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력과 연비에 차이가 있어도 소폭으로 숫자가 왔다 갔다 할 뿐이다. 그래서 신차를 출시할 때 눈에 띄게 발전한 증거로 디스플레이라는 카드를 내민다. 스마트 기기와 연동 가능한 커넥티드카가 현실화되면서 디스플레이의 역할은 확대되었고,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아우르게 되었다.

1 뒷좌석에서 인포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포르쉐의 신형 파나메라 2 아우디의 통합 디스플레이 버추얼 콕핏

흔히 디스플레이 하면 주행 속도, 연료 등을 표시하는 계기반과 센터콘솔에 위치해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각종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제공하는 센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CID)를 떠올린다. 자동차에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초창기에도 LCD나 LED를 이용한 디지털 계기반이 존재했다. 어릴 적 아버지 차에서 본, 속도계나 연료량을 바(bar) 모양으로 표시하던 계기반이 그것이다. 그 뒤로 원형 시곗바늘 방식의 계기반으로 발전했다가 그 모양은 유지하면서 바늘을 그래픽으로 표시하는 형태로 이어졌다. 지금 계기반은 통합 디스플레이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이 아우디 버추얼 콕핏이다. 신형 TT에 처음 장착한 후 Q7과 A4에도 동일하게 적용한 시스템. 계기반 자리를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꽉 채우는 것이 특징이다. 지도 위로 속도계와 회전계를 표시하고 연료량이나 주행거리 등이 구석구석에 위치한다. 원한다면 내비게이션 화면을 줄이고 다른 정보를 키울 수도 있다. 컴퓨터용 그래픽 카드로 유명한 엔비디아(Nvidia)에서 개발해 게임 화면처럼 화려하고 선명한 그래픽이 눈앞에 펼쳐진다. 처음엔 계기반을 가득 메우는 지도가 낯설지만 내비게이션을 보기 위해 센터콘솔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되니 안전하고 유용하다. 최근 출시한 포르쉐의 신형 파나메라는 공개 하자마자 최첨단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실내가 가장 주목받았다. 특히 계기반 디자인이 독특한데, 정가운데에 놓인 아날로그 타코미터(엔진 회전계)를 중심으로 2개의 7인치 디스플레이와 2개의 원형 계기 클러스터를 배치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타코미터 왼쪽에는 가상 속도계가, 오른쪽에는 차량의 성능과 퍼포먼스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위치한다. 양쪽 끝에 놓인 2개의 작은 원형 계기 클러스터는 원하는 내용을 설정할 수 있어 내비게이션을 띄우는 일도 가능하다.


3볼보의 세로형 9인치 센터콘솔 디스플레이 4 후방 상황을 볼 수 있는 캐딜락 CT6의 리어 카메라 미러

실내 인테리어의 심장 같은 역할을 하는 센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의 경우 점점 더 크고 화려해지고 있다. 그 안으로 각종 버튼을 집어넣어 센터페시아를 더욱 깔끔하게 정돈하는 추세. 새로운 파나메라는 센터페시아에 12.3인치 가로형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이 화면 속에 기존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PCM과 애플 카 플레이, 포르쉐 커넥트, 음성 제어 시스템 등 다양한 기능을 녹여냈다. 재미있는 건 디스플레이가 손글씨를 인식한다는 점이다. 내비게이션 화면 위에 손끝으로 도착지를 쓰면 입력 완료. 일일이 자음과 모음을 터치하며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니 한결 편리하다. 가로로 긴 형태를 벗어나 태블릿 PC를 그대로 옮긴 듯 세로 본능을 발휘하는 디스플레이도 돋보인다. 곧 국내에 상륙 예정인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 S도 그중 하나. 복잡한 스위치나 버튼 기능을 디스플레이로 옮긴 건 비슷하지만 노트북 수준의 17인치 LCD 모니터를 세로로 배치해 가장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볼보는 XC90과 S90 등 최근 출시하는 모델에 세로형 9인치 센터콘솔 디스플레이를 넣었다. 테슬라에 비해 사이즈는 작지만 보통 디스플레이가 정전기 방식을 채택하는 것과 달리 적외선 감응 방식을 적용해 강한 압력 없이 가볍게 터치해도 반응이 빠르고 장갑을 끼고도 조작할 수 있다.
운전자뿐 아니라 다른 탑승자를 배려해 디스플레이를 추가하기도 한다. 뒷좌석 탑승자가 주행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즐길 수 있게 운전석과 조수석 헤드레스트에 더한 디스플레이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페라리처럼 조수석에 앉는 탑승자를 배려해 디스플레이를 옆좌석까지 확장해야 조금 특별해 보인다. 얼마 전 국내에 출시한 GTC4 루쏘만 해도 터치스크린의 듀얼 콕핏 디자인을 적용, 조수석 앞에 위치한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의 주행 모드와 속도, RPM 수치, 기어 단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운전대를 잡지 않고 조수석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가 첨단의 옷을 입고 편의만 제공하는 건 아니다. 사고에서 운전자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운전자의 눈앞에 뜨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다. 빔 프로젝터와 소형 LCD를 이용한 굴절과 반사를 통해 전면 유리에 계기반과 내비게이션 등의 차량 정보를 보여주는 장비다. 이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형태가 사각지대를 감지할 수 있는 디지털 리어 뷰 미러나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캐딜락의 새로운 기함 CT6는 룸미러를 살짝 터치하면 거울이 화면으로 바뀌며 후방 카메라가 비추는 화면을 띄운다. 기존 룸미러는 2열 탑승객이나 머리 받침대 등에 가려 온전한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그러나 번호판 위쪽 트렁크에 부착한 카메라를 통해 후방 상황을 온전히 볼 수 있다.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듀얼 콕핏 디자인을 적용한 페라리 GTC4 루쏘

전문가들은 앞으로 자율 주행 차 시대가 오고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자유로워지면 운전자가 즐기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차 안에서 영화를 보거나 화상회의를 할 수도 있다. 이를 전달하는 매개체인 디스플레이의 진화는 당연하며, 디스플레이의 영역이 창문이나 천장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본다. 실제로 10월 초 열린 2016 파리 모터쇼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컨셉카 비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6는 디스플레이의 영역을 또 한 번 넓혔다. 도어와 대시보드, 심지어 센터콘솔까지 커브드 디스플레이로 처리해 그 어떤 버튼도 찾아볼 수 없는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처럼 기능과 영역의 한계를 깨고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디스플레이는 차 안에서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게 한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