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화이트 월을 벗어난 예술

ARTNOW

런던에서 자주 만날 수 없는, 눈부신 날씨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예술과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 갤러리를 빠져나와 런던의 도심 곳곳을 장식한 작품을 소개한다.

1 올해 프리즈 조각전에 참여한 카우스의 작품, ‘Final Days’, 2013.
2 영국 미니멀리즘 조각의 선구자 라시드 아라인의 작품, ‘Summertime-The Regent’s Park’, 2017.

런더너의 여름은 바쁘다. 서머타임으로 낮이 길어지고 날씨가 맑은 날은 얼마 되지 않는 데 반해 가야 할 곳은 즐비하기 때문. 그중에서도 프리즈 아트 페어(Frieze Art Fair, 이하 프리즈)가 열리는 리젠트 파크와 서펜타인 갤러리가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하이드 파크, 런던 남쪽에 위치한 덜위치 픽처 갤러리(Dulwich Picture Galery)는 꼭 한번 들러봐야 한다. 갤러리에서 나와 런던의 도심 곳곳을 풍요롭게 물들인 예술 작품을 공개한다.

여름부터 만나는 프리즈 조각전
2003년 10월 리젠트 파크에서 시작한 프리즈는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과 퍼포먼스 등을 선보이는 프리즈 프로젝트, 야외 전시 형태의 프리즈 조각전 등을 볼 수 있는 아트 페어다. 14년 동안 매해 약 7만명이 찾은 프리즈는 이제는 명실공히 세계 3대 아트 페어에 이름을 올릴 만큼 성장했다. 매해 열리는 아트 페어지만 브렉시트, 세계적 옥션 하우스 이전과 같은 굵직한 변화를 맞이한 올해 프리즈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뜨겁다. 프리즈를 찾은 관람객 수와 거래량 등의 수치가 런던 미술 시장을 판단하는 바로미터로 작용하기 때문. 160여 개의 갤러리가 참여한 프리즈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프리즈 조각전이다. 매해 10월에 시작해 이듬해 1월까지 선보인 것과 달리 올해는 이례적으로 7월 5일에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겨울보다 활동량이 많은 여름철 보다 많은 이들에게 행사를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요크셔 조각 공원의 디렉터 클레어 릴리(Clare Lilley)는 전 세계 갤러리의 추천으로 조각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Wheelbarrow(Red)’, 에두아르도 파올로치의 ‘Vulcan’, 라시드 아라인의 ‘Summertime-The Regent’s Park’, 우고 론디노네의 ‘Summer Moon’ 등 25점의 작품을 선정해 공원에 배치했다. 관람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퍼블릭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프리즈 조각 오디오 투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거나 아트 펀드와 런던 시 등이 진행하는 런던의 공공 예술 소개 프로그램인 런던 서머 아트 맵(London Summer Art Map)의 가이드를 활용하면 알차게 프리즈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올해 프리즈엔 페미니스트 아트와 급진적 정치를 주제로 한 섹스 워크(Sex Work)가 추가됐다. 1960년대부터 성적 규범과 관습을 초월한 작품을 선보여온 베티 톰킨스와 레나테 베르틀만 등의 페미니스트 작가를 위한 오마주이자, 그들을 아티스트로서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갤러리의 노력을 강조하는 자리. 프리즈는 10월 5일부터 8일까지 리젠트 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며, 프리즈 조각전 작품 역시 프리즈가 끝나는 10월 8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3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출신 작가 프랜시스 케레.
4 프랜시스 케레가 디자인한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프로젝트.

자연 친화적인 서펜타인 파빌리온
프리즈가 열리는 리젠트 파크와 함께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하이드 파크에서 열리는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이제 런던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런던에 한 번도 자신의 이름으로 건축물을 선보인 적 없는 신인 건축가가 서펜타인 갤러리의 의뢰를 받아 실험적 작품을 소개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올해 어느덧 17번째를 맞이했는데,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프랜시스 케레(Francis Kere)가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독일 베를린에서 건축을 공부한 후 그곳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프랜시스 케레는 나무와 같은 주변 소재를 활용해 환경친화적 건축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고향 간도(Gando)에서 마을 사람들이 휴식처로 활용하는 거대한 나무에서 착안해 자연과 사람을 융합할 수 있는 작품을 디자인했다. 강철 프레임으로 지지한 나무 지붕은 한여름의 더운 열기를 식혀주고 빗물을 지붕에 모아 쏟아내는 폭포로 활용함으로써 런던의 변화무쌍한 날씨에 창조적으로 대응한다. 소박하지만 고향에 대한 따뜻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더운 여름 하이드 파크를 찾는 이들에게 든든한 휴식처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6월 23일 오픈한 파빌리온은 10월 8일 문을 닫는다.

젊은 건축가 이프_두가 덜위치 픽처 갤러리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덜위치 파빌리온.

풍경과 호흡하는 덜위치 파빌리온
1811년 영국 건축가 존 손(John Soane)이 디자인한 덜위치 픽처 갤러리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퍼블릭 아트 갤러리로 지역 주민이 자주 찾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갤러리는 개관 200주년을 기념하며 영국 런던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젊은 건축가 그룹 이프_두(IF_DO)에게 덜위치 파빌리온을 의뢰했다. 덜위치 픽처 갤러리에서 영감을 받은 이프_두의 작품 ‘After Image’는 맞은편에 자리한 갤러리의 오래된 벽돌 건물 외관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 지붕 위에 드리운 메시 소재의 베일은 기억의 상호작용을 나타내며, 사각형 파빌리온에 부착한 거울은 주변 환경을 비추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프_두의 작품이 단순히 미학적 요소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는 작품인 동시에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파빌리온 바로 변신해 한여름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것.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문을 여는데, 금요일에는 특별히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한다. 서펜타인 파빌리온과의 차이를 묻자 앤드루 맥도널드(Andrew MacDonald) 부관장은 “더 기능적이고 조용하다”라고 말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 다른 갤러리 관계자는 “관람객의 열렬한 호응이 뒷받침된다면 내년에도 덜위치 파빌리온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덜위치 파빌리온은 10월 8일까지 전시된다.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
양혜숙(기호리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