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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가을, 훈훈한 서울

ARTNOW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재개관전과 광주비엔날레의 특수를 기대하는 서울 속 갤러리들의 주력 전시로 올가을에도 서울의 미술 애호가들 마음은 훈훈하다.

프랑스의 사야 가죽 공방에서 작업 중인 엘리자베스 클락

독일 작가 올리버 비어가 생루이 크리스탈 공방에서 만든 유리 공예품

퓌포카 실버 공방에서 작업 중인 마린느 클라스

아뜰리에 에르메스, 4년을 기다렸다
4m가 넘는 훌라후프처럼 생긴 다각형 구조물이 소리를 내뿜는다. 하지만 작품의 소재는 특이하게도 가죽. 그런가 하면 귀를 대면 아련한 소리가 들리는 나팔 모양의 조각과 화사한 천으로 장식한 침대, 베개 커버, 커튼 같은 설치 작품은 정밀한 수작업을 요구하는 크리스털과 실크 천이 재료다. 이는 올가을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의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선보일 작품의 일부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의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기존의 지상 3층에서 지하 1층으로 자리를 옮겨 10월 2일 첫 전시를 연다. <컨덴세이션(Condensation)>전으로 프랑스의 에르메스 재단이 직접 기획해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과정과 결과물을 보여주는 자리다. 에르메스 재단은 2010년 여름 에르메스의 워크숍(장인의 공방)에서 숙련된 장인의 기술과 현대 작가들의 창작 사이에 연결 고리를 만들고자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마침내 올해 16명(매년 4명씩 선정)의 작가가 선보이는 총 16점의 작품으로 그 창대한 결실을 보게 됐다.
그간 에르메스 재단은 세계적 조각가 리처드 디컨(Richard Deacon)과 이탈리아의 자연주의 미술 거장 주세페 페노네 (Giuseppe Penone) 같은 저명한 중견작가의 추천으로 아티스트 레지던시 참여 작가를 선정해왔다. 그렇게 선정된 프랑스, 영국, 일본, 한국 등의 젊은 작가들은 이제껏 좀처럼 접하지 못한 희귀한 가죽과 크리스털, 실버, 실크 같은 재료를 다루며 예술적 탐구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이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가엘 샤르보(Gael Charbau)는 “전시 제목 ‘컨덴세이션’은 수증기가 물로 변하듯 예술가와 장인의 만남이 가져온 변화를 뜻한다”며, “작가들은 시간이 멈춘 듯한 공방에서 장인이 보여주는 재료에 대한 정성과 광적인 수준의 정확성을 배우며 작업의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각 장인의 기술과 작가의 창조적 영감의 유대를 공통 분모로 함에도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품마다 편차는 존재한다. 다만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는 장인의 노동이 현대미술의 언어를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는 전시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여름 파리의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에서 개막한 이 전시는 지난 3월 도쿄의 메종 에르메스 긴자 ‘르 포럼’을 거쳐 오는 10월 서울의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젊은 작가에게 최고급 재료와 테크닉을 창작에 접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틀에 박힌 작업에 익숙한 장인에겐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 전시가 서로의 능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오페라갤러리에서 전시하는 김병진 작가의 ‘People Love steel’

오는 9월 갤러리바톤을 통해 서울을 찾는 독일 작가 로사 로이

2012년 테이트 모던에서 선보인 김성환 작가의 ‘The Tanks’

서울 주요 갤러리들의 즐거운 꿍꿍이
서울의 주요 갤러리들이 올해 탄생 2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 (9월 5일~11월 9일) 기간에 선보일 전시 준비로 분주하다. 비엔날레를 위해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시점에 맞춰 가장 주력하는 전시를 선보일 예정. 우선 국제갤러리에서는 비엔날레 기간에 현재 세계 미술계에서 나날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국내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단색화>전(8월 29일~10월 19일)을 연다. 윤형근·정창섭· 김기린·박서보· 정상화 등 1970년대부터 국내 단색화의 계보를 이어온 작가들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는 자리로, 그들의 가장 중요한 작품 가운데 하나를 재평가하는 소중한 전시라 더욱 이목을 모으고 있다. 한편 갤러리현대를 장식할 작가는 전준호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미술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전준호 작가는 오랜만에 여는 개인전(8월 29일~9월 28일)을 통해 영상과 조각, 설치, 회화 등의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가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에 걸맞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성환 작가는 아트선재센터(8월 30일~11월 30일)를 찾았다. 그는 지난해 런던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 세계 최초로 생긴 필름·퍼포먼스 전용 전시장 ‘탱크스’ 개관전에서 첫 번째 커미션 작가로 선정돼 제작한 ‘템퍼 클레이’를 국내에 처음 소개할 예정이다. 비디오,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를 하나로 아우르는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전시다. 학고재갤러리는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국의 현대미술 작가 마류밍을 데려왔다. 마류밍의 개인전(8월 20일~10월 5일)은 회고전 성격으로 1990년대의 퍼포먼스와 영상, 사진 그리고 최근의 회화와 조각까지 작가의 20여 년간 작품 활동을 돌아본다. 그간 다양한 매체와 주제로 관람객을 힘 있게 이끈 그의 도발적이고 매력적인 한계를 탐구해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지난해에 런던 홀 플레이스에서 데이미언 허스트, 카르스텐 홀레르, 세라 루커스, 맷 컬리쇼, 채프먼 형제, 프란시스 알리스 등과 함께 유일한 한국 작가로 작품을 전시한 이형구는 갤러리스케이프를 통해 작품을 선보인다(9월 2일~10월 19일). 최근 말굽과 말꼬리로 만든 장비를 쓰고 말의 역동적 움직임을 흉내 내며, 이를 찍은 ‘메저(Measure)’라는 영상 작품을 발표한 그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새 설치 작품을 선보일 예정. 이외에도 이유진갤러리의 <캐서린 와그너>전(8월 29일~9월 20일), 갤러리바톤의 <로사 로이>전(9월 12일~10월 18일), 오페라갤러리의 <김병진, 이동욱 2인>전(9월 4일~30일), 한가람미술관의 <알랭 본느푸와>전 (9월 19일~10월 5일) 등 수준 높은 전시가 9월부터 11월까지 세계 미술계 인사들을 겨냥해 열린다. 지난여름부터 감지된 이들의 치열한 전시 기획과 견제가 한국 미술계를 발전시키는 밑바탕이 되길 기대한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